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의 성패는 두가지에 달렸다.

첫째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유발시킬 뉴패러다임을 내놓는 리더쉽을 구축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에 대한 국민동의를 조직하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해내면 통합개혁신당(가칭)은 성공하고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 경제와 사회의 여러 아젠다에서 두 당은 이미 리더쉽을 갖췄고 이제 정치력을 조직하고 있다. 그러나 대북정책은 아직 리더쉽이 없다. 오늘(1월18일) 안철수와 유승민 양당대표가 통합을 선언할 때, 개혁보수와 중도개혁이라는 차이점을 명확히 했는데, 그 차이점은 바로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관점의 차이다.

한국사회는 남북관계, 대북정책, 다자외교에서 뉴패러다임을 갈망하고 있다. 우리는 '화해협력이냐, 아니면 그건 종북이다, 반공으로 무장하고 북한을 고립해서 압사시키자'하는 다툼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화해협력은 2000년 당시에 우리의 인식을 근복적으로 변화시킨  뉴패러다임이었다. 화해협력을 통해서 우리는 한반도의 주인임을 자각했다. 한반도를 가족의 틀로 이해해보면, 남과 북이 대화없이 적대하기만 했을 때는 객이 와서 주인노릇하기가 쉽다. 그러나 둘이서 대화라도 하기 시작했을 때는 주인의 자리는 우리 것이지 남의 것이 될 수 없다.

그러나 화해협력은 전환기의 논리 밖에 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했다. 화해협력의 힘이 커질 수록 반공 패러다임의 힘은 작아질 수 밖에 없으니, 그에 대한 거센 반발과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숙명이었다. 그로 인해 2000년 이후 한국정치는 양극단으로 나뉘었고,  화해협력과 반공 이데올리기 사이에 충돌로서 진보와 보수가 분류됐다.

화해협력은 '주인임을 자각'하는 역할까지가 소임이다. 주인으로서 할 일이 뭔지 알고 실천하는게 다음 패러다임의 역할인데, 그것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화해와 협력에 대한 국민통합이 선행되지 않아 남한 내부에서 진보와 보수의 화해와 협력을 불가능하게 했다.

반공이데올리기는 자유와 민주, 자본의 체제를 수호했던 역할까지가 소임이다. 폐쇄적인 북한사회의 개방과 체제개혁을 견인하는 강력한 사상적 받침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도리어 남한사회를 패쇄적이고 독선적인 사회로 고립시키는 역할을 했다.

역할이 다하고 필요없어지면 새로운 역할이 나오고, 새 소임자가 나타나야 정상이다. 그러나 화해협력과 반공은 한쪽이 힘을 잃으면  다른쪽이 팽팽 돌면서 다시 상대를 회생시키는 식으로 서로 공생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밖에 공존하지 못한다. 그렇게 경쟁없이 서로 공생하는 사이에 국제적인 환경은 급속도록 변화했고 북은 핵무장까지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우리만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게 갈팡질팡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제는 '화해협력 vs 반공'이라는 프레임을 아예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화해협력도 제대로 하고 반공도 제대로 할 수 있다. 통합개혁신당의 성패도 프레임을 벗어나서 새 판을 짤 수 있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