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개혁을 말할 때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하나는 '체제 내의 개혁(reform within the system)'이고,
다른 하나는  '체제의 개혁(reform of the system)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기준으로 '저부담저복지' 국가입니다. 이것을 '중부담중복지'로 바꿔내는 것은, '체제의 변화' 입니다. 그리고 2010년대 초에 실시된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 등은 '체제 내의 변화'입니다. 왜 체제 내의 변화인가 하면 '저부담' 시스템은 손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체제 자체를 탈바꿈 하냐, 아니면 기존 체제 안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냐 하는 두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한그루님과 저는 전체맥락에서 크게 다르지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부분이라면, 안철수에 대한 정치적인 판단의 부분과 재정건전성에 대한 이해부분인 것 같습니다.

1. 첫번째 '안철수'입니다. 정치적 판단은 우리 두 사람이 서로 대화한다 해도 평행선일테고, 저야 무명씨에 불과하지만 제나름 국민-바른 합당과정에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면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그루님과 제가 서로 입장차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각자 자기 길 가는 것이죠.

'중부담 중복지'를 합당명분으로 하는 것이 치졸한 행동이냐 하는 부분의 지적에 대해서 말씀드립니다. 아래 파일 두개를 첨부했습니다. 국민의당 강령정책집과 바른정당 정강정책해설서입니다. 각각에서 '중부담중복지'를 키워드로 검색하시면, 양당이 공히 그것을 전략적 목표지점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그루님과 제가 설왕설래 하는 '안철수가 유승민에게 중부담 중복지가 닮았다'고 한 것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안철수가 발언한 내용입니다. 아래 그 인터뷰에서 발췌합니다.

중앙일보 : 유승민 의원을 평가한다면?

안철수 : 2013년 내가 무소속으로 있을 때 유 의원이 국방위원장이었다. 그때 방으로 찾아가 한 시간가량 이야기했다. 그때 확인할 수 있었던 게 현안에 대한 이해도나 정책 방향에서 나랑 굉장히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경제 분야가 유사했다. 증세 및 복지에 있어선 내가 이미 책에서 중부담·중복지를 언급했는데, 유 의원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기존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과 방향이 달랐고, 재벌기업 편도 아니고, 진짜 국민들 편에서 정치를 하는구나 싶었다. 2015년 야당 평의원으로 김영란법 통과를 위해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던 유 의원을 또 찾아간 적이 있다. 내 의견에 공감하고 주말인데도 이례적으로 새누리당 의총을 소집해 결국 (여야 간에) 극적으로 합의가 됐다.

그리고 유승민도 M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아래 그 내용의 발췌입니다.

☎ 진행자 > 알겠습니다. 안철수 대표와는 말이 잘 통하는 편입니까?

☎ 유승민 > 안 대표와 저는 경제나 뭐 복지, 노동, 교육, 이런 분야에서는 추구하는 바가 굉장히 공통점이 많습니다. 예컨대 혁신성장이나 중부담 중복지 이런 건 굉장히 공통점이 많은데 그동안 사실 안 대표와 제가 제일 이렇게 보면 의견이 조금 차이가 있었던 부분이 안보였는데요. 지금 안보가 굉장히 국가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안보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지금 현재 앞으로 안보의 어떤 해법이라고 그럴까요. 그 가는 방향에 대해서 우리가 뜻을 같이 할 수 있겠느냐, 그 점에 대해서 뭔가 서로 점검을 하는 그런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통합을 추진하는 양 정당의 대표가 서로에게 립서비스 해준 것이겠습니다만, 여하튼 이러한 정치적 발언들을 가지고 성장이나 복지 정책에서 안과 유의 차이를 저와 한그루님이 굳이 따지고 토론할 이유는 없습니다. 앞으로 합당하게 된다면 합당된 정당이 새롭게 만들어가는 미래 비전을 가지고는 한그루님과 제가 좋은 토론을 해볼 수 있을 지언정 말이죠.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더이상 이것은 토론의 주제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2. 재정건전성

이 부분은 한그루님과 제가 방향성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해하는 바로는 단계적 방법론에서 조금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정리해보겠습니다.

☆ 한그루 : 보편복지를 명분으로 소득면세점을 낮춰서 보편증세를 실시한다.
★ 눈사람 : 정치경제조세 등의 전방위적 개혁을 통해서 보편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선행한다.

제 느낌에는 한그루님의 말씀은 약간 엔지니어적인 해법에 방점이 있고, 제 의견은 정치적인 해법에 방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모아니면 도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고요,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검토해볼 아젠다라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는 저는 한그루님의 주장을 '체제 내의 개혁'으로 받아들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중부담 중복지를 총체적 국가개조/개혁의 총합으로 드러나는 결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저부담 저복지는 우리사회의 모든 시스템들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이 상태에서 단순히 조세의 기법 만으로는 '저부담'상태를 중부담 규모로 세입확장을 도모하기 힘듭니다.

첫번째 이유는 경제적 격차입니다. 보편증세를 통해서 중부담의 세입규모확장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소득의 수준이 상당히 평준화되어야 합니다. 하위에서 뿜빠이 해봐야 상위 20%한테 조금 더 걷는 것이랑 비슷한 경우라면 보편증세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격차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 목표가 달성됐을 때, 그때는 기법으로서 소득면세점을 다룰 수 있는 거죠. 국민개세주의를 실행해도 그 정책적 효과가 중부담의 세입확장 목적에 부합할 것이고요.

그러므로 '중부담 중복지'라는 지향점을 가지고, 총체적이고 단계적인 국가개조 즉, 체제의 개혁을 도모한다고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안철수가 말하는 국민적 합의라는 것도 그러한 체제의 개혁에 대한 합의를 말하는 것이라 생각하고요.

둘째는 조세저항입니다. 링크걸어주신 안철수가 국민개세주의를 주장한 인터뷰기사에서도, 안철수는 국민개세주의 이전에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몰려있는 비과세감면을 과감하게 정비해서 세금탈루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안철수와 유승민 모두 소위 부자증세라고 불리는 법인세 구간세분화와 최고세율구간의 세율인상에 대해서 찬성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는 세수확보라는 일차적 정책목표도 있겠지만, 조세형평성에 대한 국민감정도 있는 겁니다. 사실 소비주체인 가계에 소득세부분의 면체점이 높은 것은, 나중에 소비를 통해서 소비간접세로 충분히 회수가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혜택을 손보지 않고, 근로소득자 전반에 직접세 마저 올린다고 했을 때는, 기존에 안내던 거를 내라고 하는 당장의 조세저항 감정도 훅 올라올 것이고, 차분하게 생각해도 열받을 일이 되는거죠.

또 반대로, 고소득자나 초거대기업이 지금도 세금의 70%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는데, 보편복지를 위해서 더 많이 내자고 하면,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 나름대로 욕나오겠죠.

세금인상을 둘러싸고 전방위적인 조세저항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편복지라는 명분으로 소득면세점을 다루기도 시기상조인 것이고,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등의 축소역시 조세형평성의 관점에 가는 것이지 보편복지를 위한 재원마련의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결국에는 건강한 중산층을 회복해서 전반적인 보편증세가 이루어지고, 또 고소득자와 대기업 등의 조세부담비율 자체는 낮아져도 사회의 안전과 소비의 증가라는 과실을 가지고 안정적 사업영위를 위한 기반비용으로서 세금을 내는 규모자체는 더 내도록 해야 하는 겁니다.

중산층이 전반적으로 세금을 충분히 부담하고 , 부자들도 더 내게 하는 방향으로 선순환이 되게 해서 모두가 납득하게 되는 조세저항의 지점을 만들어가는 것이죠.

이것이 중부담 중복지의 재정건전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속가능성의 관점이 중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