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아크로 사랑방
너무 속 보이는 이야기가 되려나.
요 몇 일 동안 원희룡 의원이 외부 일정에서 촬영팀이 붙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나는 포스트잇을 받는다는 명목 하에 그리고 그 외에 별 시덥잖은 이유로 건택이 형이나 덕원이 형한테 붙어서 졸졸 외부 일정에 마실을 나가고는 했는데,
대부분은 나가야 할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가면 일단 원희룡 국회의원이 있고, 다른 유명인도 만날 수 있을 때도 있고 해서 그냥 사람 얼굴 보는게 신기해서 따라나간게 대부분이다.
그러다가 오늘 원희룡이라는 사람에게 새삼 감동을 받았다.
간담회같은 자리였는데, 아마도 한나라당 당원인 것 같은 젊은 사람이 질문을 하면서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갑자기 질문을 하려니까 긴장하셨는지 목소리가 떨렸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무상급식에 자신은 찬성하는데 원희룡 의원은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질문이었다. 무상급식이 민주당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나 원희룡이나 그리고 오늘 본 이 젊은 사람 (그래도 나보다는 몇 살 많을거 같다.) 처럼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한나라당 당원도 많다. 특히 수도권 한나라당의 경우 그 비율이 더 높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문제가 된게,
당시 그 곳은 강남 3구 중의 한 곳으로 서울에서 가장 유복하고 세금을 많이 내며, 세금이 낭비되는 것 같거나 포퓰리즘 분위기가 나는 것에 극도의 혐오감을 느끼는 지역이었다는 거다.
나는 저게 지금 도와주려고 하는 이야긴지 원희룡을 망하게 하려는 건지 가물가물해질 정도였고, 원희룡 의원이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뒤에서는 아줌마들이나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수군거리면서 재벌집 아이들한테도 무상급식을 해주어야 하느냐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아 망했다. 여기서는 무상급식 이야기를 꺼내지 말아야 하는 건가. 하고 있는데,
원희룡이 마법을 보여줬다. 무상급식 이야기를 꺼내다가 사람들의 반응을 인식했는지 방긋 웃으며
"그렇네요. 무상급식을 하면 재벌 아이들도 돈을 안 내고 밥을 먹을 수 있겠네요!"
하고 모르던 사실을 발견했다는 듯이 말하자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 직후 원희룡은 얼굴 표정을 고쳐지으면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낙인 효과로 인해서 교육 성과가 떨어지게 된다는 말을 하고는
"무상급식을 정책을 펼 때, 3~4만원의 급식비가 부담이 되지 않는 재벌 아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을 걱정하기 보다는 그 3~4만원을 내면서 손을 부들부들거리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고 몇 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원희룡이 방긋 웃으면서 무상급식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순간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원희룡 지지자로 물들어갔다.
신기한 것을 본 순간이었다.
무상급식의 혜택과 가장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무상급식 이야기를 하면서 그 사람들에게 지지를 얻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만약 서울시민이 원희룡은 이런 식으로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아마도 그는 지금 꾸는 꿈을 성취해내고 말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노빠들은 '노무현이 방긋 웃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순간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지지자로 물들어갔다'는 북한식 찬양법을 사용하지는 않았던거 같은데요^^ '지도자 동지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영명한 현지 지도를 펼치시는 순간' 어쩌구 하던 어느 북한 선전 책자의 한구절이 떠올라서 잠시 웃음을..
손재용/
제가 원희룡 의원에 대한 감동스러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하나 알려드릴까요? 원래 대권을 넘보는 영웅이 되려면 뭔가 전설이나 신화가 하나쯤은 있어야 할테니까 요긴하게 써먹으시기를...
제가 아는 선배중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분이 있는데, 이 분이 원희룡의원과 동기십니다. 오래전 80년대 중반 제가 그 분에게 원희룡의원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들은 적이 있었는데 대강의 대화 내용이 다음과 같습니다. 당시는 원희룡 의원이 위장 취업해서 노동운동을 하던 때였다는걸 감안하시길.
선배 : 너 혹시 몇년전 제주도 출신으로 학력고사 전국 수석을 했던 사람 기억나냐?
나 : 신문에서 본 거 같기는 한데 잘 모르겠는데요.
선배 : 내가 그 친구랑 동기여서 조금 친했었는데 며칠전 밤에 길가다가 만났었어
나 : 아 네...
선배 : 사실 그 친구가 얼마전부터 데모에 열심히 참가하다가 갑자기 학교에서 사라지는 바람에 궁금했었거든
나 : 그런데요?
선배 : 너무 오랜만이라 그 친구랑 포장마차가서 쏘주한잔 하면서 요즘 학교도 안나오고 뭐하고 지내냐고 물어봤거든... 그런데 깜짝 놀랬어.
나 : 왜요?
선배 : 인천 어디 공장에서 선반공으로 일하고 있다는거야... 그 왜 쇠깍는 기계 있자나.
나 : 네? 학력고사 전국 수석에 서울 법대생이 왜 그러고 산데요?
선배 : 나도 황당했지.. 그런데 그 친구 대답이 자기는 지금 거기서 노동자들 도와주면서 노동자로 살고 있는게 너무 행복하단다.
나 : 헉.......
선배 : 그래서 학교는 다시는 안올거냐고 물었더니 서울대 졸업해서 더러운 기득권으로 살아서 뭐햐냐고, 자기는 이렇게 평생토록 노동운동하면서 노동자로 행복하게 살거란다. 아유... 손 보니까 기름때가 져서 아주 볼만하던데;;
나 : 그게 사실이면 정말 대단하신 분인거네요. 그렇게 살기 쉽지 않을텐데요...
선배 : 대단하긴 하지.. 우리같은 범인들이 그 속을 어떻게 알겠어...
그랬던 분을 이제 제가 '원다만'이라고 놀리면서 살고 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입죠;;
글세요.
없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 복지인데 현행제도운영상의 문제점은 없는애들이 무상급식을 받는 것에 대해 무상급식을 받지 않은 애들이 안다는 점에 있는 것 뿐이죠.
문제점을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는 것을 전제로 소외된 자들에게 중점을 두어야한다는 말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발언인데 여기에 사람들이 혹한다니 이해가 안된다는 말씀입니다.
무상급식 전면실시 말은 좋지만 재원이 문제죠.
복지정책은 한번 실시하면 줄일 수가 없어요. 신중해야합니다.
경청하는사람 님, 제가 이해하는 복지와 좀 다른 것 같아서 질문을 드립니다. 저는 복지라는 걸 국민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생활/물자/환경 등으로 대충 이미지를 갖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부자는 도와줄 필요가 별로 없고, 가난한 사람은 도와줄 필요가 많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평소에 갖고 있는 이미지대로라면, 부자인 아이들도 복지의 대상이 맞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무상급식 정도는 빈부에 상관하지 말고 같이 지원해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액수가 3조원이 될지 혹은 그 이상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필요하다면 세금을 더 거둬서라도 해야 되는 거고요.
세상 일이란게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갑자기 사람들이 감동받아서 와아 하고 바뀌고 그런건 아니에요. 나이가 들수록, 아니 나이가 드는게 문제가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이 아니라 이해타산에 따라서 사는 경우가 많지요. 여러분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본 것들을 말하는 겁니다.
현실은 별로 낭만적이지 않고, 어떤 한 개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과정은 항상 반대에 직면합니다.
더 현실이 낭만적이지 않은 이유는 그렇게 반대하는 이유 또한 굉장히 옳거든요.
노빠들은 수라도 많지. 원빠는 저 포함해서 몇 안 됩니다. 몇 없는 사람들이나마 골수로 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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