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클리오(Clio)님의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건 아크로 분들과 한번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싶더군요.


지난 학기에 미국의 몇몇 대학에서 킨들을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고 종이책 대신 그걸로 수업을 받게 하는 실험을 한 모양입니다. 그 결과가 소개되었는데, 대강 요약해 보면 이렇습니다.

- 조사대상 학생들의 만족도 : 15 퍼센트 (15%의 학생이 잘 적응하고 만족함. 나머지는 불편하다고 대답함.)
- 불편한 점 
  1.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거나 형광펜으로 표시할 수 없다 (비슷한 기능이 있지만 종이책만 못하다)
  2. 한 번에 한 권의 책밖에 볼 수가 없다.
- 편리한 점 또는 긍정적인 점
  1. 가방에 무거운 책을 여러 권 넣고 다닐 필요가 없다
  2. 종이를 사용하지 않아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
  3. 교과서가 아닌 흥미 위주의 책을 읽을 때는 위의 불편한 점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글의 나머지 부분은 인터넷과 전자책 시대가 되면서 공부라는 것이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클리오님의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책을 읽고 이해한다는 행위 자체는 근본적으로 아날로그적인 활동이고, 그런 점에서 보면 과거와 현재의 공부 자체는 다르지 않지만, 접근 가능한 정보량이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에 이것을 수집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에서는 같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선비들은 책을 필사하고 외우면서 한 구절 한 구절을 곱씹고 생각했다지만, 우리는 그런 식으로 공부하지 않으니까요.

이 글을 읽으면서 상당히 많은 부분에 공감을 했습니다. 특히 전자책이나 pdf 파일에는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할 수 없어서 불편하다는 점은 평소에도 자주 느끼던 것입니다. 굳이 하려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펜을 들고 하는 것만큼 후련하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제 경우는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같은 글을 종이책으로 읽을 때와 스크린에서 읽을 때 독서의 깊이랄까, 얻는 정보량이랄까 하는 것이 상당히 다르더군요. pdf 파일을 컴퓨터로 읽을 때는 '아, 대충 이런 얘기를 이런 식으로 하고 있군' 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마는데, 같은 글을 인쇄해서 손에 펜을 들고 읽노라면 '아, 여기서 이런 표현을 쓴 것은 아무개가 말했던 이런 내용을 암시하는 건지도 모르겠군' 이라든가 '앞에서 이런 문장을 읽을 때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군' 같은 걸 깨닫게 됩니다. 이러다 보니 연구논문 같은 2차 문헌은 전자책으로도 그럭저럭 읽을 수 있지만 연구의 대상이 되는 텍스트, 특히 고전을 전자책으로만 읽는 건 불가능하겠다는 느낌이 드네요.

하지만 텍스트를 꼼꼼하게 연구하지 않는 과학이나 공학 쪽에서는 사정이 좀 다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현상은 저 한 사람에 국한된 것일 수도 있지요. 아크로 회원들 중에서는 학교에 계시는 분들이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부분 책이나 논문을 많이들 읽으실테니 진지한 글을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읽는 것에 관해서 한 번쯤은 생각을 해 보셨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