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주의에 빠진 사람들 - PD수첩 판결을 비난하는 분들께


이 글은 Acro에 계신 분들을 상대로 올리는 글이 아닙니다.

PD수첩 명예훼손 형사재판에서 문성관 판사가 내린 판결에 대해 악다구니를 쓰면서 비난하는 옆동네(Skepticalleft)의 자칭우파들과 조중동문을 비롯한 보수 언론, 논리도 양심도 없는 보수의 뜻도 제대로 모르는 얼치기 우파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입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문성관 판사의 판결문과 진중권의 글을 처음부터 제대로 읽어 보았는지 의심됩니다. 제가 보기로는 이 두 글을 제대로 읽어 보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자기가 유리할 듯한 극히 일부를 편취하여 비판하는 글은 있어도 전체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습니다.


이 사람들 하는 짓들을 보면 꼭 성경의 문자 그대로를 신봉하는 문자주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들은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인 로빈 빈슨의 MBC 인터뷰 내용 중 “a variant CJD"는 CJD로 꼭 번역해야 하며, vCJD는 오역이며, 또 이 오역은 PD수첩의 불순한 의도 때문이라고 합니다. vCJD(인간광우병)의 정식 명칭은 ”the variant CJD"나 “variant CJD"이기 때문에 로빈 빈슨의 ”a variant CJD"라고 말했음으로 “vCJD"는 오역이라는 논리입니다.

그 때의 상황이나 아레사 빈슨의 가족이 소송한 이유 등 전후 맥락은 아예 무시한 채, “a"냐 "the"의 알파벳에만 초점에 두고 로빈 빈슨 말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식일까요? 이 세상의 어느 번역가가 그런 식으로 번역합니까?

미국의 언론에서 아레사 빈슨이 단순한 CJD가 의심되어 이슈로 삼았을까요? 단순한 CJD라면 미국 언론이 아레사에게 관심을 가졌을까요?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는 미국 언론이 자기 딸의 사망 원인을 vCJD 가능성을 의심하는데, 어머니는 단순히 CJD가 의심된다고 생각했을까요? CJD가 의심된다고 가족들이 생각했다면 왜 vCJD를 이유로 소송했을까요? PD수첩 제작진은 어떻게 해서 아레사 빈슨과 그 어머니를 찾아 인터뷰 했을까요? 아레사 빈슨이 vCJD로 의심되지 않았다면 PD수첩은 아레사 빈슨의 존재를 알 수 있었을까요? 아레사 빈슨의 부모들이 일부러 PD수첩에 제보한 것일까요? 아레사 빈슨이 vCJD로 의심되는 상황이고 가족들도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다면 이런 상황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이런 정황들에 대한 명쾌한 설명 없이 "a variant CJD"는 “CJD"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백번 양보하여 “인간광우병”의 정식 명칭으로 통용되는 명칭은 “(the) variant CJD" 밖에 없다고 합시다. 그렇다고 해서 로빈 빈슨의 이 말을 CJD라고 번역하는 것이 옳을까요? 만약 PD수첩이 단순히 CJD로 번역해서 방송에 내보냈다고 합시다. 이럴 경우 시청자들은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요? 인간광우병을 주제로 하여 방송하는 프로그램에서 환자의 어머니가 환자의 질병을 단순한 CJD를 의심하고 있다는 인터뷰 번역을 보면 시청자는 전후 맥락과 동떨어지는 엉뚱한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요. ”이건 뭔밍?“하는 반응이 나오겠죠.

인터뷰 장면을 통째로 빼던가 해야지 전후 맥락에도 맞지 않는 “환자의 어머니가 단순한(일반) CJD로 의심한다”는 인터뷰 내용을 넣는 바보 짓은 하면 안되지요.

정지민이 번역하고 감수하는 입장에서, 로빈 빈슨이 vCJD와 CJD를 분명히 구분하고 정확히 CJD를 의미하는 말을 했다고 판단했다면 이 인터뷰 내용은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조언을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우너 소는 광우병의 가능성이 의심된다”는 번역은 무리다고 조언했다고 하는 정지민이 왜 전체 맥락에서 어긋나는 이 부분은 지적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문성관 판사를 비난하는 여러분들에게 묻겠습니다.


만약 PD수첩이 로빈 빈슨이 말한 "a variant CJD"를 “CJD"라고 번역하여 방송했다면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좌우의 진영을 떠나 합리적 관점에서 여러분은 진정 ”CJD“로 번역해야 옳았다고 아직도 주장하고 싶으십니까?

백만번 양보하여 PD수첩이 vCJD로 번역하여 방송한 것이 잘못이라고 합시다. 그렇다고 vCJD로 번역한 것이 정운천이나 민동석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됩니까? 형사상 명예훼손죄로 유죄를 선고해야 합니까?


더 나아가 PD수첩이 명예훼손죄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많은 오역을 하고 제대로 감수하지 않은 정지민은 명예훼손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까? 정지민은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요?

아레사 빈슨 가족이 소송한 내용에 vCJD 관련한 내용은 없다고 사기친 검찰과 이를 받아 기사화한 중앙일보는 PD수첩의 명예를 훼손한 죄로 고소하면 유죄가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요? 명백히 vCJD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없다고 언론에 흘리는 고의성이 명백함으로 PD수첩보다도 더 악질이 아닌가요?

과거, 현재 신문이나 방송에서 쏟아내는 기사나 방송들 중 명예훼손에서 자유로운 것은 얼마나 될까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 검찰들 정치적 보신은 물론  그 한심한 수준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공소 유지의 증인으로 거의 유일하게 내세운 정지민을 스스로 범인을 만드는 자가당착을 보면 과연 이들이 한 국가의 기소권을 독점할 자격이나 능력이 되는지 의심하지 않는다면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조중동 보수언론의 기자 수준도 거기서 거기였지요. 이들이 우리 사회의 지도층과 오피니언 리더라는게 서글퍼집니다.

옆동네 Skepticalleft의 주인장과 의사분들의 인지부조화도 더 이상 봐 주기에는 인내의 한계도 느끼구요. 

정지민의 거짓말과 궤변은 언급하고 싶지도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