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

 

이 글은 3년 전에 쓴 아래 글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선택적 배란 광고 가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385

 

업그레이드를 위해 짧고 쉬운 진화 심리학 논문 두 편을 읽어 보았다. Human oestrus」는 여자가 배란기에 보이는 행동적, 심리적, 생리적 특성에 대한 연구들을 정리했으며, Can Men Detect Ovulation?」는 남자가 배란기인지 여부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차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을 정리했다.

 

Human oestrus

Steven W. Gangestad, Randy Thornhill

http://www.alittlelab.stir.ac.uk/sites/kavli/human%20estrus%20PRSL.pdf

 

Can Men Detect Ovulation?

Martie G. Haselton, Kelly Gildersleeve

http://www.sscnet.ucla.edu/comm/haselton/webdocs/Haselton%20&%20Gilderlseeve%20in%20press%20current%20directions%20_copy%20edited_.pdf

 

이제는 인간의 배란기 또는 발정기(estrus)에 대한 진화 심리학적 연구가 꽤 많이 쌓였다. 따라서 최신 연구 성과를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위 두 편의 논문으로는 어림도 없다.

 

나중에 관련된 논문들을 더 많이 읽고 이 글을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 배란 광고, 배란 은폐, 방치 ---

 

흔히 배란 광고(또는 배란 신호)와 배란 은폐를 대비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둘로 나누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첫째, 광고도 하지 않고 은폐도 하지 않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상품 판매의 예를 들어보자. TV나 신문에 돈을 들여서 상품을 광고하는 경우가 있다(광고). 마약처럼 경찰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파는 경우가 있다(은폐). 특별히 광고도 하지 않지만 특별히 숨어서 팔지도 않는 경우가 있다(비광고-비은폐). 더 나은 단어를 찾지 못해서 비광고-비은폐를 “방치”라고 부르겠다.

 

광고든 은폐든 비용(cost)가 든다. 만약 여자가 배란 광고나 배란 은폐를 위해 생리적, 심리적, 행동적 비용을 치르지 않는다면 배란 광고도 아니고 배란 은폐도 아니다. 그것은 방치다. 배란 광고 가설 또는 배란 은폐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여자가 광고나 은폐를 위해 어떤 비용을 치른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 방치의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 한다.

 

둘째, 어떤 종에서는 배란 광고만 하고, 다른 어떤 종에서는 배란 은폐만 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한 종의 암컷이 상황에 따라 배란을 광고하기도 하고 은폐하기도 하는지도 모른다.

 

복잡하게 생긴 종일수록 상황에 따라 생리, 심리, 행동이 달라진다. 아주 쉬운 예를 들자면 배가 부른지 고픈지에 따라 섭취와 관련된 인간의 행동이 달라진다. 인간은 아주 복잡한 종이며 온갖 측면에서 이런 상황 의존성이 나타난다.

 

 

 

--- 침팬지 암컷의 배란기 관련 전략 ---

 

침팬지 암컷은 sexual swelling으로 배란을 아주 요란하게 광고한다. 하지만 배란기를 정확하게 알리는 것 같지는 않다.

 

Recent evidence on a close relative of humans, the common chimpanzee, illustrates this point. Females are more sexually receptive and initiate sex with more males outside of the period of peak fertility than during their most fertile period (Stumpf & Boesch 2005). Sex during the period of infertile sex appears to function to reduce male aggression towards offspring by confusing paternity, which females do by having sex with most, any resident male. At peak fertility, by contrast, females are choosier—they both initiate less sex with other males and are receptive to fewer males’ advances—and their preferences tend to converge on the same males, ones who may offer the best genes for offspring.

http://www.alittlelab.stir.ac.uk/sites/kavli/human%20estrus%20PRSL.pdf

 

sexual swelling으로는 배란기를 포함하는 기간을 알려주기는 한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거의 무차별적으로 수컷들과 교미를 한다. 하지만 정작 배란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는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수컷들과 주로 교미한다. 이로써 수컷에 의한 유아살해를 방지하면서도 좋은 유전자를 얻는 이중의 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

 

만약 수컷이 암컷의 배란기를 정확히 모른다면 자신과 교미를 한 암컷의 자식을 죽이기를 꺼리게 된다. 왜냐하면 교미를 했을 때가 배란기였는지도 모르며 따라서 암컷의 자식이 수컷 자신의 자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암컷 침팬지는 한편으로는 배란기를 어느 정도 광고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은폐(또는 방치)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이전에는 학자들이 암컷 침팬지가 배란기를 광고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문제가 더 복잡한 것 같다.

 

 

 

--- 인간의 배란기를 둘러싼 남녀의 정보 전쟁 시나리오 ---

 

다른 종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인간 남자도 여자의 배란기를 정확히 알아낼수록 번식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배란기에 성교를 해야 임신시킬 수 있다. 남편의 입장에서 볼 때 아내의 배란기를 정확히 안다면 그 때 집중적으로 감시하면 남의 유전적 자식을 키우기 위해 헛고생을 안 해도 된다.

 

여자는 배란기를 숨김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배란기를 숨기면 남편의 감시에서 벗어나서 바람을 피움으로써 더 좋은 유전자를 얻기가 더 쉽다. 배란 은폐를 통해 남편을 자신에게 더 묶어둘 수도 있다. 만약 남편이 아내의 배란기를 안다면 그 때만 집중적으로 감시하고(또는 애정을 표현하고) 다른 때에는 다른 여자를 임신시키기 위해 돌아다니기가 더 쉽다. 배란 은폐를 통해 강간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 남자가 배란기를 정확히 안다면 그 때 집중적으로 강간함으로써 번식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볼 때 여자가 배란을 은폐하도록 진화하고, 남자는 그것을 알아내도록 진화하는 식으로 진화적 무기 경쟁(evolutionary arms race)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할 만하다.

 

실제로 남자는 배란기를 알아내도록 진화한 것 같다. 이 문제와 관련된 실증적 연구들은 「Can Men Detect Ovulation?」를 참조하라. 예컨대 남자는 배란기에 여자가 입었던 속옷 냄새를 더 좋아한다.

 

그렇다면 여자는 배란을 광고하는 것일까, 은폐하는 것일까, 방치하는 것일까? 광고를 하기 때문에 남자가 알아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배란에는 이런 저런 생리적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생리적 과정의 부산물로 냄새와 같은 것이 유발될 수도 있으며 그것을 감지하도록 남자가 진화했는지도 모른다. 심지어 여자가 배란과 관련된 냄새를 줄이도록 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그런 냄새를 더 민감하게 감지하도록 진화했을 수도 있다.

 

 

 

--- 배란 광고로 여자가 얻을 수 있는 것 ---

 

Gangestad & Thornhill은 여자가 배란을 광고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A signal is a perceptible cue that has evolved owing to benefits achieved through communication to other individuals (conspecifics or members of other species). If the cues men use to detect women’s oestrus are signals, then women benefit(ed) from men’s (or others’) detection of them, leading to their evolution. It is highly unlikely that ancestral women benefited from men’s detection of oestrous cues. First, in general, females should not pay large costs to signal fertility status, except in rare cases (e.g. Pagel 1994). Selection strongly operates on males to detect fertile phases, which they typically achieve by detecting by-products of the physiological changes in females associated with fertility (e.g. by-products of changing levels of oestrogen; Nelson 2000), for which females pay no costs of signalling. Second, in humans in particular, it makes little sense that females would benefit through male detection of fertility status, in the light of mounting evidence for sexually antagonistic coevolution of adaptations leading to conflicts during oestrus. (We note, in this context, that a variety of psychological features associated with oestrus may also be by-products of adaptations rather than directly selected; see Jones et al. 2005a.)

http://www.alittlelab.stir.ac.uk/sites/kavli/human%20estrus%20PRSL.pdf

 

그들은 배란 은폐를 통해 여자가 얻을 것은 있는 반면 배란 광고를 통해 얻을 것은 없어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여자가 배란 광고를 통해 뭔가를 얻을 수 있을 때가 있다. 못생긴 남자와 결혼한 여자가 잘생긴 남자와 바람을 피움으로써 좋은 유전자를 얻을 수 있다. 이 때 여자가 자신의 남편에게는 배란을 은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잘생긴 남자에게는 배란을 광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어차피 남자가 만들어내는 정자는 여자의 자궁에 비해 훨씬 값싼 자원이기 때문에 굳이 배란을 광고하지 않아도 여자가 원하기만 하면 잘생긴 남자가 성교를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남자의 입장에서 볼 때 정자는 상대적으로 아주 값싼 자원이다. 하지만 유부녀와 정사를 벌이다가는 아주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유부녀의 남편에게 들켜서 엄청난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남자도 바람둥이로 찍히면 결혼 시장에서 인기가 떨어질 수 있다. 이것은 정자라는 자원보다 훨씬 더 큰 문제다.

 

남자의 입장에서 볼 때 배란기를 알고 그 때 성교를 하면 배란기를 모르고 성교를 할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유부녀가 잘생긴 남자에게 배란을 광고한다면 그 남자가 “보복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교를 해 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따라서 여자가 못생긴 남편과 못생긴 외간 남자에게는 배란을 은폐하고, 잘생긴 외간 남자에게는 배란을 광고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못생긴 남편에게 배란을 은폐함으로써 아내는 더 쉽게 남편에게 들키지 않고 바람을 피울 수 있다. 못생긴 외간 남자에게 배란을 은폐함으로써 아내는 강간으로 인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잘생긴 외간 남자에게 배란을 광고함으로써 그 남자를 더 잘 꼬실 수 있다.

 

 

 

--- 배란 페로몬 가설 ---

 

페로몬(pheromone)은 다른 개체에게 보내는 화학적 신호다.

 

A pheromone (from Greek φέρω phero "to bear" and hormone, from Greek ρμή "impetus") is a secreted or excreted chemical factor that triggers a social response in members of the same species. Pheromones are chemicals capable of acting outside the body of the secreting individual to impact the behavior of the receiving individual.

http://en.wikipedia.org/wiki/Pheromone

 

Sex pheromones are pheromones released by an organism to attract an individual of the opposite sex, encourage them to mate with them, or perform some other function closely related with sexual reproduction.

http://en.wikipedia.org/wiki/Sex_pheromones

 

여자는 상황에 따라 배란 페로몬(신호, 광고)을 보내기도 하고, 배란을 은폐(또는 방치)하기도 하도록 진화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내가 여기에서 제시하는 배란 페로몬 가설이다.

 

이런 실험을 할 수 있다. 여자가 목욕을 하고 속옷을 갈아입도록 한다. 그리고 집단 A는 남편과 지내도록 하고, 집단 B에서는 잘생긴 외간 남자와 지내도록 하고, 집단 C는 못생긴 외간 남자와 지내도록 하고, 집단 D는 여자와 지내도록 하고, 집단 E는 아버지(또는 오빠나 남동생)와 지내도록 한다.

 

그리고 남자들에게 속옷 냄새를 맡도록 하고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물어본다. 물론 심장 박동수를 재거나 발기 정도를 측정하는 것을 포함하여 온갖 다양한 실험 방법들이 있다.

 

돈이 많다면 비싼 기계를 들여서 속옷에 어떤 화학 물질들이 있는지 정밀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진화론적 논리로 볼 때 남편과 못생긴 외간 남자에게는 배란을 은폐하는 것이 여자에게 유리하며, 잘생긴 외간 남자에게는 배란을 광고하는 것이 유리하며, 다른 여자나 친족에게는 방치해도 별 상관이 없다.

 

만약 실험 결과 집단 B의 냄새가 가장 좋고(또는 가장 많이 발기하게 하고), 그 다음으로 집단 D, E의 냄새가 좋고, 집단 A, C의 냄새가 가장 덜 좋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내가 제시한 가설과 잘 들어맞는다.

 

만약 남편이 못생길수록 냄새가 덜 좋다면 내가 제시한 가설과 잘 들어맞는다. 남편이 못생길수록 여자가 바람을 피워서 좋은 유전자를 얻어야 할 이유가 더 크다. 따라서 배란을 은폐해야 할 이유도 더 크다.

 

결국 배란과 관련된 생리 과정을 몽땅 밝혀내서 여자가 생리적 투자를 통해 냄새를 더 많이 나도록 함으로써 광고하는지, 생리적 투자를 통해 냄새가 더 적게 나도록 함으로써 은폐하는지, 그냥 방치하는지 등을 알아낸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제시한 가설처럼 상황에 따라 배란을 광고하기도 하고, 은폐하기도 하고, 방치하기도 한다는 점을 생리적 수준에서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가설을 내가 생각해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이 가설과 직접 관련된 실증적 연구나 이론적 고찰을 접해본 기억이 없다.

 

 

 

이덕하

2013-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