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성(性)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었는데, 그 글의 도입부에 "성(性)"이라는 단어를 설명하다가, 글이 길어져서 삭제했었습니다. 정신분석학이 말하는 성(性, sexuality)을 설명하는 것에 글 하나를 할애하느라, 性이라는 한자어를 설명할 공간이 없었네요. 

성(性)의 정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性] [명사] 
1 사람이나 사물 따위의 본성이나 본바탕.  --> nature 또는 human nature
2 남성과 여성, 수컷과 암컷의 구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육체적 특징.  --> sex
3 남녀의 육체적 관계. 또는 그에 관련된 일. --> sex 또는 sexuality
연관단어 : 섹스

이전에 썼던 글에서, 인간의 성(性, sexuality)을 다음과 같이 "한 인간이 다른 인간과 관계를 맺으면서 얻게되는 쾌락"이라고 정의내리고, 보다 구체적으로, ""성욕을 발생시키는 신체 부위(erotogenic zone)"를 통해 얻게되는 쾌락"이라고 정의내렸습니다. 이는 위의 국어사전에서의 정의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 자신의 정의는 위 국어 사전에서의 "사람이나 사물 따위의 본성"이라는 첫 번 째 정의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어보이고, 성(性)을 "수컷과 암컷의 구별", 즉 생물학적 성으로 정의내리는 두 번 째 정의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저 자신의 정의와는 그나마 가까워보이는 "남녀의 육체적 관계"로 정의하는 세 번 째 정의와도 부합하지 않네요. 저 자신의 정의에서 보여지듯, 저는 성을 한 인간이 다른 인간과 관계를 맺으면서 얻게되는 쾌락"이라고 정의를 내리기 때문입니다. 즉, 성을 "남녀간의 육체적 관계"로 정의내리는 "이성애주의"로는 제가 정의내리는 인간의 성, 즉 동성애, 노인 성, 유아기 성, 노출증, 가학증과 같은 "변태적" 성을 포함하는 인간의 성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남녀의 육체적 관계"라는 정의가 내포하고 있는 이성애주의를 제거한다면, "한 인간이 다른 인간과 관계를 맺으면서 얻게되는 쾌락"이라는 저의 정의에 부합하긴 하겠네요.

저는 (프로이트가 그러하듯, 라캉이 그러하듯) 근본적으로 인간의 성을 자연으로부터 일탈된 것으로 봅니다. 즉, 저는 인간의 성을 생물학적 재생산, 즉 자신을 닮은 새끼를 낳는 것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정의를 내리고, 이로부터 노인 성, 유아기 성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을 닮은 새끼를 낳아야 하는 성인 남녀 사이의 성 관계 또한 자연으로부터, 즉 생물학적 재생산으로부터 일탈해 있다는 것을 콘돔의 사용과 같은 것으로 설명을 했었죠. 혹은 동물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키스, 그 자체가 보여주는 성적 욕망에 대해서도 썼습니다. 또한 동성애가 자연으로부터 일탈된 인간의 성을 잘 보여주겠네요. 그래서, 그와 같은 "변태적" 성은 자연으로부터,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정상성으로부터 일탈하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감옥에 갇히고, 억압되었겠네요.

마음 심(心)변에 날 생(生)자가 합쳐진 단어인 한자어 性은 무엇보다도 사물 혹은 사람의 본성이란 정의를 가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의 본성으로부터, 암컷과 숫컷의 구별인 생물학적 성에 대한 정의로 이어지고, "남녀간의 육체적 관계"라는 이성애주의로 이어집니다. 물론, 이 남녀간의 육체적 관계란 동성애, 노인 성, 유아기 성과 같은 "변태적" 성과는 구별되어 정의되는 인간의 성을 가리키겠죠. 즉, 인간의 본성으로 여겨지는 생물학적 재생산이라는 자연의 법칙으로부터 일탈해서는 안되는 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고대 중국인들이 性이라는 단어를 만들면서 그렇게 만들었지 싶습니다. 그래서, 性이라는 한자어는 "나다," "낳다," "살다"라는 의미를 지니는 날 生자를 포함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또한 性에는 마음 心자(심방변)가 들어가 있네요.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성이란, 신체와 정신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인다고, 본성 혹은 본질(essence)과 관계성(relationality)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인다고(본질적으로 주어진 무엇이 있다는 것과 그런 것은 없고 단지 관계 속에서만 무엇이 정의될 수 있다는 것), 자연과 문화(자연으로부터 일탈한 것)가 교차하는 지점에 놓인다고 말이죠.

참고로 이전에 썼던 <성이란 무엇인가?>를 링크걸겠습니다.

덧글: 다음에 이어질 글로 아름다운 성 혹은 조화로운 성이란 존재하는가란 주제로 글을 쓸 수 있지 싶습니다. 저의 신념으로는 아름다운 성이란, 특히나 아름다운 남녀간의 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에 말이죠. 그렇다고 아름다운 동성애자간의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도 아닙니다. 성이란, 혹은 사랑이란 근본적으로 불화를 내포하고 있으니 말이죠.

덧글 2: 우석훈과 관련된 플레닛에 떴던 글을 잠깐 봤는데, 인간의 성을 생물학적 재생산으로 환원하는 그를 보면서 쫌 웃기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