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아래 글을 읽기 전에 부탁이 있다면 라쇼몽(나생문)의 얼개를 머리고 담고 봐주라는 말씀. 지게란 사람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데 그는 그렇게 보고 있구나, 저건 그의 언명이지 사실은 아니다. 누구의 말을 들으면 그는 그렇게 상황을 기술하는구나 그렇게 봐야지 그 사람 말을 곧이곧대로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사람이 나는 악의 축이라고 생각한다 :)

"세상에 무슨 험한 일이 생길지 모르니 확인하러 밖에 나가지 마세요, 누구누구씨"

3개월 전부터 일주일에 두어번 정도 야심한 시각에 원룸 몇층인가는 모르나 고래고래 욕설을 퍼붓고 원한에 찬 비명을 지르며 방문을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뭐 외상값이나 빌린 돈 받으러 온 남자인 줄 알았다. 한 십여 분 그러다 그친다. 나는 바깥 사람 소행인 줄 알았다. 굳이 적극적으로 정색을 하고 나가지 말라고 말리는 품새가 이상하다 싶었다.

"누구씨를 쫓아내려고 수작을 꾸미고 있으니 원룸 보증금에서 한 80%나 받고 나가버리십시오"

3-4개월 전에 나를 찾아와 일주일 정도 편의를 봐달라고 하더니 여태 눙치고 사는 사람이 초반에 내게 했던 말이다.

"누구씨 때문에 너무너무 힘들어. 나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어"

"누구씨가 야밤에 술 처먹고 고래고래 행패부리고 다닌다고 사람들 원성이 장난이 아니야"

이 두 말은 작년 8월 즈음부터 나와 드문드문 일을 하던 건축업자의 말이다. 건축업자는 우리네 원룸 1층에 산다 :)

"누구씨가 술 먹고 건축업자 방범창 뜯어내버린 거 아니오?"

이건 내 동거인의 말. 건축업자도 저 말을 했다. 사실은 건축업자 자신이 한 일이다 :) 동거인 역시 건축업자에게 오래 세뇌된 상태. 나와 같이 있으면서 조금씩 사실을 알아가고 있지만 사람에겐 어쩔 수 없이 천성이라는 게 있는갑다 싶기도 하다. 뭐라고 상대를 공격해 놓고 그렇지 않다는 근거를 제시하란다. 근거 제시하면 사과 같은 건 하지 못한다. 슬쩍 말을 돌리지. 동거인에게서 그런 상황을 한 두번 겪은 게 아니다. 건축업자나 친구  A씨의 모습이기도 하고. 나는 저런 모습을 일러 '짐승'이라고 한다. 내가 상대 처지를 감안해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이라는 걸 알긴 아는지 그걸 꽤 이용해 먹는다 :) 가끔은 귀엽기도 하고. 빤히 보이는 속들. 내가 암컷이라고 하는 말의 얼개는 저것이다. 아무리 봐도 저네들 수컷 성기를 지닌 암컷들인데. 선전선동 전술을 보면 괴벨스가 울고 갈 노릇이다. 자꾸 되풀이하면 거짓말은 참이 된다.

원룸을 속아서 사는 통에 한 1억여원 손해를 보고 이혼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버티며 살고 있는 원룸 여주인이 있다. 사정이 딱하긴 했다. 그래 한 달여 정도 내 앞으로 광고를 내서 방 3-4곳을 수리하고 입주시켜 주었다. 어쩌다 수리 일하면 야간을 하든 말든 10만원만 받는 조건으로. 그 여자는 내게 A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A씨는 건축업자의 친구이다. 나는 그리 말해 주었다. "당신이 왜 내게 그런 말을 했는지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그리고 그 이틀 전 내 동거인이 내게 말했다. "A씨 믿을 수 있는 사람이냐고". 내 답은 똑같았다.

나는 건축업자가 상당한 양아치에 사기꾼과에 속한다는 걸 일하면서 몇 달 지나지 않아 알았지만 인생이 불쌍해서 이것저것 챙겨주었다. 그 사람 이혼하고 혼자서 중고생 둘이 키우거든. 양아치래도 저건 별개으 문제니까. 밥이며 술 맥이고 가끔 돈 빌려주고 몇 십만원 카드값 두어번 땜방 해주고. 이혼을 했는데 이혼 사유는 양쪽 다 바람을 피운 탓. 자기에게 이익이 될 때면 굽신굽신 여자들 환심 사는 투의 말을 하고 무척 못 배운 촌 사람처럼 군다. 이문열의 소설 중에 사법 고시 준비를 하던 주인공이 감옥 풍경을 그린 소설이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한 인물과 무척 흡사하다. 촌사람처럼 차려입고 거의 곧바로 연민을 자아낼 정도로 판사 앞에서 굴던 사람. 나중에 주인공이 출소해서 만나보니 신사복을 입고 떵떵거리는 부자에 교양 있는 마누라를 둔 사기꾼. 물론 건축업자는 돈도 거의 없고 공사 맡으면 눈탱이를 보는 스타일이라 아는 사람들은 다 양아치라고 한다. 못 배운 것은 물론이고. 말 그대로 면종복배.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그에게 당할 것이다. 그 인간은 자신이 무척 불쌍하게 보이게 하는 능력을 타고 났다. 이익을 위해서. 오죽하랴, 산전수전을 다겪은 내 동거인도 오랫동안 속아넘어갔다며 땅을 칠 정도이니. What a wonderful world!

원룸 매매를 담당한 공인중개사 소속 직원이 A씨, 건축업자의 친구이다. 둘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전혀 내왕이 없다가 원룸 매매가 이루어지고 보수 공사를 하던 시점에 만나게 되었다. A씨가 건축업자를 찾았다고 봐야 맞다. 필요에 의해서. 둘이 보고 있으면 가관이다. 저건 친구가 아니다. 서로 뒤에서는 멸시를 하고 앞에서는 서로 대장 노릇하려고 난리. 당연히 원룸 여주인은 A씨에게 당해 산 것이다. 거기엔 자신의 허황된 욕심도 있었고. 그러니 마냥 동정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둘 사이에 일정한 육체 관계가 있던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정황이 있다. 그건 내 동거인 그리고 건축업자의 입에서 슬며시 흘러나온 것이다.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그 매매 과정에 대한 뒷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모다 맞는 말은 아니겠으나 사기꾼들의 말 속에도 얼마간의 진실은 있는 법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은 슬쩍 빼거나 윤색하는 식으로. 그렇게 조금 모으면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진다.
그들은 모두 내가 나가기를 원했다. 건축업자, A씨, 여주인, 그리고 내 동거인도 :)

동거인은 내가 건축업자와 일을 끊고서 그 뒤로 들어온 사람이다. 나는 일을 그만둔 후로도 가끔 텃밭에 들렀다. 건축업자 사무실 안쪽에 텃밭이 있었으니까. 건축업자는 나만 보면 미친다. 친구들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나쁜 놈이라고 말을 퍼뜨리고 다녔다. 그는 약간의 돈, 그리고 일감을 물어온다는 걸 빙자하여 친구며 주변 사람들에게 대장 노릇을 하려 들었다. 내 동거인에게는 물론이고. 누구에게나 그렇게 했는데 사람들이 참은 이유가 있다. 뒤에서 씹어대면서도. 당장 한푼이 급한 사람들, 집도 절도 없는 사람들이었으니까. 겉으로야 건축업자에게 굽신거린다. 뒤에서는 씹고. 건축업자는 계 모임을 하는 친구들 두엇에게도 얻어 터지고 헤어진 적이 있다.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서.

그리고 건축업자 곁에는 항상 앞잡이 노릇을 하는 사냥개가 있다. 내 동거인이 바로 그 사냥개였다. 사냥개는 건축업자의 친구 한 명, 후배 두 명을 몰아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리고 남은 것은 나. 건축업자와 친구들은 나보다 두 살 위였는데 모두들 나를 텃밭 보러 오지 못하게 하려 난리를 피웠다. 개새끼 소새끼는 기본이고 두 잘 더 처먹었으니 형님이라 불러다 어째라. 먹힐 사람한테 그런 소릴 해야지. 내 답?
"싸구려 새끼들아, 나이 처먹었으면 나이값 하고 대접을 바래".

동거인은 나보다 네 살 아래인데 처음엔 나더러 누구누구 사장님 그랬다. 닭살 돋는다. 슬프기도 하고 그런 표현. 동거인은 여자들 속옷 장사를 하고 중국무역도 잠시 했던 사람이래는데 어느 정도 견적은 나온 상태이다 내 눈에. 나름의 장점들, 나름의 단점들. 상승욕구에 불타는 청년이다. 나중에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고 건축업자며 친구들이 했던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게 조금씩 드러나면서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는 했다. 나는 그 청년더러 '나한테 사장님 소리 말고 누구누구씨'라고 하라고 했다. 처음엔 어색해 하더니 곧 적응이 되는 갑드라 :)

나를 쫓아내려는 수작은 계속되었다. 동거인이 집에 며칠 묵자고 들어와 슬며시 꺼내 놓는 말 속에 진실은 꽤 있었다. 건축업자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만! 그 역시도 자신이 나를 몰아내려던 사냥개였다는 점은 인정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동거인의 표현을 빌자면 건축업자는 나를 잡아먹으려 계략을 꾸몄는데 사냥감이 덩치가 크고 사냥꾼이 힘이 약해서 못했단다. 유일하게 실패한 사냥이라고. 결코 자신이 사냥에 몰이꾼으로 동원됐던 존재라는 건 꺼내지 못한다. 당연한 것. 세상에서 젤 힘든 건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니까.

그리고 동거인이 결정적으로 건축업자며 친구 A씨와 틀어진 것은 사고 때문이었다. 나주 어느 쪽엔가 일을 나가 그라인더질을 하다가 놓쳐나 오른쪽 손목이 상당히 깊게 베였다. 피가 솟구치는데 건축업자는 바로 병원으로 데려갈 생각도 않고 방수공사한 바닥의 피를 다 닦고 나서야 병원으로 가자고 했단다. 천을 꽉 매어 일단 지혈을 하고서 동거인은 상처가 깊으니 아는 광주 병원으로 가자고 했는데 건축업자는 한사코 나주종합병원으로 가자드라나. 여러 바늘을 꿰맸는데 하! 그 다음날부터  또 일을 하랜다. 한 손으로 거들어주는 식으로 일당은 절반만, 그니까 5만원만 주고.

동거인은 사업에 실패해서 2-3억원 빚을 진 상태. 하는 말로는 어디에 제부와 돈을 모아 투자했는데 그쪽에서 돈을 회수하지 못한 모양. 신용불량자이고 파산신청인가 개인회생 신청을 해서 월 30만원 정도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모양. 집도 절도 없다. 그래 건축업자네 사무실에서 잠을 잘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거기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나는 동거인에게 거기서 자지 말라고 그랬다가는 저 사람들 스타일에 당신 머슴으로 살거라고 슬쩍 말을 비춰주었다. 이 말은 나 뿐 아니라 건축업자를 거쳐간 후배들도 해준 말. 물론 동거인은 충실한 사냥개 노릇을 하여 후배들을 쫓아주었다 :) 동거인은 항상 근사한 양복을 입고 근엄하고 느릿한 말투로 이야기를 하며 대장 노릇을 하려 들던 업자의 친구 A씨가 상당한 실력가인줄 알았는 갑드라. 나중에 동거인이 하는 말 '건축업자 그 새끼는 천하의 개새끼고 친구 A는 내게 가장 큰 배신을 때린 놈이다'.

상처가 상당했기에 동거인은 제부를 불러 피해보상금을 청하는 뉘앙스를 전했지만 건축업자는 묵묵부답. 봉합 수술비 내주지 않았느냐 그럼  됐지. 그 갈등이 깊어지던 어느날 건축업자는 세벽 네 시에 추운 겨울 사무실에서 자고 있는 동거인을 쫒아냈다. 다시는 오지 말라고. 물건 챙길 시간도 주지 않고 :) 그 결정엔 친구 A씨가 관여했다. 그 전날 건축업자는 채 아물지도 않은 상처를 두 손 엄지로 벌려버렸다. 다 나은 거 아니냐며. 업자의 말 '할테면 해봐 법대로 해봐!". 법으로 가면 업자가 진다. 의료기록을 홍어좆으로 아나.

나는 동거인 사정이 짠해서 술 한잔 하며 며칠 있어도 된다고 해주었다. 슬쩍 그렇게 눙치고 들어와 여태 잘 있다 :) 살림 솜씨는 나름 좋다 :)
어쩌다 동거인에게 돈 몇 푼 챙겨주고 가끔 담배나 챙겨주고 그러는데 이 사람 스을슬 본색을 드러낸다. 동거인 역시도 건축업자와 내가 함께 있는 자리는 한사코 피한다. 자신을 속이지는 못하는 법이니까. 장사를 했던 사람이라 역시 말빨을 좋기는 한데 허점을 잡아내자면 뭐 식은 죽 먹기. 한 두어번 정곡을 찔러주었다. 본심은 아니나 조금은 어쩔 수 없이 조심하는 모양새. 아직도 건축업자며 친구 A씨, 그리고 자신이 쫓아낸 후배 B씨에게는 형님, 사장님하고 말을 높인다 :) 그는 내게 "누구씨"라고 호칭을 부르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그건 그냥 주어진 것이다. 지나친 말일지 모르나 그게 노예 근성이다. 그는 건축업자와 친구 A씨, 후배 B씨를 자주 욕하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식이라 어처구니 없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 역시 그들과 같은 과이다.
그 모든 걸 알면서도 같이 살고 있는 나는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 것일가?

답:그들 모두는 내 스승이다.

동거인 이 인간 가끔 노가다를 뛰는데 본색이 어디로 가질 않는다. 자기가 욕했던 상대들의 모습 스을슬 그대로 보여준다. 조선동포들 몇이랑 며칠 일을 하는데 은근히 대장 행세를 하려든다. 술자리에서 허세를 부리고 자신을 과시한다. 두어살 어린 조선족들에게 마구 하대를 한다. 클클. 감어인 무감어수. 타고난 본성이 나쁘다 할 수 없으나 천상 가벼고 욕심이 많은 장사치이지 장사하는 사람이나 상인이 될 소질은 없어 보인다. 그 역시도 지는 해도 되고 남이 하면 성질 내는 부류.

이제 슬슬 지겹고 사람의 본성에 대해 그들에게서 알아볼만한 부분은 알아본 것 같다. 방을 빼 이사를 가거나 시골로 갈 생각. 2월 초. 동거인도 겨울을 나야 한다. 지겹서 사람이 슬슬 싫어져 지금 내치고 싶으나 측은지심이 나를 붙들어매고 있을 뿐. 나는 결코 고매한 인격자가 아니다:) 언젠간 동거인을 내보내야 한다 내가 주리라 염두에 두고 있는 돈은 백만원. 이거 역시 동병상련일 뿐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다.

흠 쓰고 나니 내가 참 좋은 사람으로 비출 법도 하다 클클. 나도 나쁜 짓 많이 한다. 마음 속으로는.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은 어떤 특정한 사람이 있는 자리에 내가 있는 걸 꺼린다.

건축업자는 한달여 전 10시쯤 또 그 일을 벌이다 내게 들켰다. 그때도 동거인은 나가지 말라고 말렸다. 하지만 이번엔 막지 못했다. 전부터 수상한 낌새를 채고 있었거든. 혹시 저거 건축업자가 아닌가 하는. 예상은 맞았다. 동거인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나 일말의 불안감이 있다. 자신이 말린 이유를 들켰으리라는. 동거인은 내가 자신을 떠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건축업자나 친구 A씨와 이자정회를 할 개연성이 높은 인물이다. 나는 동거인의 잘못을 입밖에 내어 거론하지 않을 게다. 다시 봄이 오면 100만원과 짧은 편지로 그걸 대신하게 되겠지. 편지 내용? "會者定離 離者定會". 그건 아니지 하다가도 연민은 어쩔 수 없다. 동거인이나 건축업자, 친구 A씨, 후배 B씨 모두 어쩌면 나중에 떵떵거리고 살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은 상식에서 벗어나 있을 게다. 내 친구나 핏줄이 저런 식으로들 산다면 아구통 돌려버린다. 씨발년놈아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라고. 그럼 없는 돈 만들고 힘이라도 보태 도와줄 테니까.

동거인은 가끔 내게 도움을 준다. 담배값이며 피시방비 1-2만원 정도 급할 때 내가 빌릴 수 있고 먹거리 비용도 어느 정도 보탠다 :) . 내가 동거인에게 내 벌이를 숨기지 않고 고스란히 말하는 건 이유가 있다. 무언가를 느끼란 이야기. 남이 정당하게 버는 거 배아파하지 말라는 소리. 돈 가지고 사람 부리지 말라는 이야기. 누나는 절대 얼마 버는지 이야기를 하지 말랜다. 무서운 세상이라고. 그리고 요샌 핏줄이 잘 벌어도 배아픈 세상이라고 :) 동거인도 잘 나갈 때는 옆에서 수천만원씩 들고와 투자를 했다고 했다. 포장을 잘 하고 얼마간 진실도 들어있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그닥 솔직하지 않다. 생각해보면 나도 뭐 오십보 백보. 동거인의 눈에서 느껴지는 그 가열찬 물욕과 복수욕이란. 그에게 인생은 거래이다. 나도 거래로 인생을 살까? 그는 사정상 동고나 동락은 할 수 있으나 동고동락을 할 깜냥은 아니다. 약육강식의 틀을 벗어나지 않을 사람. 그 역시 과시를 위해, 타인을 부리기 위해 돈을 쓴다.

나는 저 풍경을 이런 식으로 본다. 스을쩍 치마를 말아올려 허벅지를 보여주는 여인네. 옷을 벗지 못하는 사람들. 그게 현실이다.
처음 치마끈 풀기가 힘들지 풀고 나면 그 다음엔 풀어준다는 식으로 세상이 돌아간다. 그래 그들 각각은 내가 그려보는 스펙트럼에서 다른 좌표에 있지만 모다 스펙트럼의 중앙값이다.

다행히 내가 버틸 수 있는 건 적잖은 경우에 시간이 내 편이기 때문이다. 갖은 꽁수를 부려도 세월 앞에선 드러나는 법이니까. 번역하는 사람 중에 panigale이란 분이 있는데 그 사람이 게시판에서 했던 말. "나는 장사치들을 싫어한다". 나는 거래 사업을 하는 이들을 장사치, 장사하는 사람들, 그리고 상인으로 분류한다. 나는 '번역하는 사람'이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을 원한다. 장사치들이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러하는 것. 내가 그런 모습들을 두고서 버텨낼 수 있는 한도는 얼마 정도일까?

추가: 나는 인생사가 외상이라고 생각한다. 빌려 쓰고 언제가 되었든 그대로 갚는 것. 내가 유사한 조건에서 행하지 못하거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쪽으로 움직이질 못할 것 같은 일은 남에게 청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지향하는 항상성. 그 항상성을 지키려면 내 도를 넘어서는 교류를 피해야 할 게다. 그렇지 않으면 어쩌면 나도 동거인에게 '당신은 내가 당신과 같은 처지가 되었고 당신이 그나마 생활은 유지하는 수준이라면 나를 동거인으로 오랜 시간 받아들이겠는가?'라고 호기심에서 묻게 될 테니까. 그는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까? 물론 돈이 더 벌리면 동거인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더 지킬 수도 있겠다. 내 뇌간에서는 정신차리라고 한다. 그런데 술 처먹으면 깜냥도 되지 않는 놈 속에 잠복한 그 놈의 사해동포주의라는 유령이. 나도 수중에 달랑 5백만원이 전부란 말이지. 2월까지 생활비 빼고 통장 잔고를 1000만원 만들어야 시골로 내려갈텐데.

아크로 제현들에게 이 상황을 놓고서 지혜를 청한다면 어떤 말들이 들려올까?

"It's not a dream, it's real"

가물가물한데 영화 판타즘에서 저 대사가 나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