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대편에 배팅하지 말라."
서부극에서 어느 총잡이가 포커판에서 지껄인 말처럼 들린다. 미국 부통령 조 바이든이 한국대통령 면전에서
내뱉은 말이다.상원외교위원장도 거쳤다는 사람이 외교적 언사와는 너무 동떨어진 이런 거친 말을, 그것도
방문국 수반 앞에서 했다는 게 조금은 놀랍다. 한국외교장관은 그를 변명해주느라고 바쁘다.
바이든이 중국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이 믿기지 않는다. 중국이 배팅할 나라가 어디인가?
중국은 중국 자신에게 배팅하지, 다른 나라에 배팅까지 할 이유가 없다. 한국과는 처지가 다르다.
조 바이든은 마치 자신이 미국 대통령이나 된듯, 손님이란 처지를 망각하고 당돌하고 거칠게 행동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긴 미국 부통령이라면 보통 국가 대통령 보다 훨씬 위세가 크긴 하겠다.

그가 전방에 가서 선 그라스를 끼고 북방을 관망하는 사진은 마치 허리웃 영화 한 장면처럼 볼만하다. 이런
장면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광경이다. 대학교수 경력도 있다는 그의 언행을 보면서 차라리 오바마라면
이보다는 훨씬 겸손하고 절도있게 행동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건 단지 성격이니까 크게 문제될 게 없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반대 편에 배팅하지 말라."
라는 소릴 들으며 나는 좀 섬뜩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것은 협박이며 그는 일본이나 중국에서 이런 언사는 결코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사실 아주 무서운 나라이다. 우리는 반세기 이상 미국과 가까이, 거의 미연방의 한 속주처럼 지내
와서 미국의 무서움을 모르고 살아왔지만 이라크 전쟁과 훗세인의 종말을 생각하면 미국이 얼마나 무서운
나라란 걸 알 수가 있다. 2차 중동전이 일어나기 직전 나는 이라크와 바그다드를 일주일 가량 방문한 적이
있는데 1차 중동전의 참화 현장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아직 훗세인의 통치가 살아있을 때인데 이천년
동안이나 잘 유지되어 오던 바그다드의 유서깊은 "알 라시드" 거리가 미국 폭격으로 초토화 되어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버지 부시가 저지른 일이었다. 이라크의 병원에서는 막 태어난 유아들이 미국 봉쇄
로 우유를 구하지 못해 하루에 기백명씩 사망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관광이 한창이던 시절 성업하던 그
많은 호텔들이 모두 텅텅 비어 있었다. 바빌론 일대도 파리의 날개소리조차 들리지 않을만큼 깊은 정적
에 잠겨 있었다.

 지하 벙커에 숨어 있다 발각되어 땅 밖으로 머리를 내밀던 훗세인의 종말의 장면을 우리는 모두 기억한
다. 미국은 무서운 나라이다. 지금 북의 정권이 훗세인의 종말에서 큰 교훈을 배웠을 것이다. 즉 미국은
무서운 나라이며 결코 미국의 감언이설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 따라서 북은 아마도 핵협상장에 얼굴
을 내밀더라도 절대로 핵 카드를 손에서 놓는 일은 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핵을 가진
북과는 대화도 협력도 있을 수 없다."라고 거듭거듭 말하는데 북에서는 핵 카드를 결단코 버릴 수 없다
는 결의를 이미 거듭거듭 말과 행동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별로 조급할 것도 아쉬
울 것도 없다. "지금 이대로"가 제일 좋기 때문이다. 가끔 분단 현장에 와서 선 그라스를 끼고 현대의
아주 이색적인 분단 현장을 시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수억달러를 호가하는 각종 무기를 정기적으로
구매해주는 나라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거기에는 수십만명 무기공장 종사자들의 생계가 걸려 있
다. 상황이 절박하지 않은데 누가 비싼 무기를 사나? 그래서 여전히 절박하고 엄혹한 분단선의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미국 반대편에 행여나 배팅하지 말라. 그건 좋지 않다."
조 바이든은 서부 총잡이처럼 솔직하고 직설적이어서 좋다. 말뜻을 이해할려고 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기
때문이고 특히 우리의 박대통령처럼 사고쳬계가 단순한 사람은 이해가 쉬웠을 법하다.
중국과 미국 사이....이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은 이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어떤 교수는 다면적인
접촉방법을 통해 관계를 다기화시키는 게 묘수라고 훈수한다. 한두가지 주제로 관계를 단순화시키지 말
고 여러 갈래 소제들을 결부시켜 이해의 틀을 다각화시키면, 어느 한편에 치우치는 곤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럴법하긴 한데 과연 지금 정부 구성원들이 그런 능력을 갖기나 한 것인지, 그런 비젼과
배짱을 갖고나 있는지, 아무래도 우려를 떨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