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스카이넷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습니다만 이 사건의 본질은 레드컴플렉스 vs. 역레드컴플렉스의 구도, 풀어쓰자면 박창신 신부가 역레드컴플렉스로 먹이감을 던졌고 그걸 박근혜가 덥썩 문 것입니다.

제가 비판한 지점은 그 부분입니다. '무엇이 옳은가?'를 판단해야 하는데 '누가 옳은가?'를 박근혜는 이야기했고 이 점은 지난 국정원 국정농단 사건 때도 박근혜는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은 쏙 빼놓고 'NLL 사초건'만 언급해서 '무엇이 옳은가?'를 판단케 해야하는 대통령이 '누가 옳은가?'로 몰고 갔는데 이번에도 '무엇이 옳은가?'가 아니라 '누가 옳은가?'로 몰고 갔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박신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은 천안함 사태와는 다른 구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태는 군부대 vs. 군부대의 대결 양상이지만 연평도 포격 사태는 군부대 vs. 군부대+민간인의 구도를 가진다는 것이죠.


어떠한 변명으로도 북한이 남한 민간인 지역에 포격을 가한 것은 용납해서는 안됩니다. 그건 국가의 자존심이자 국민들의 생존권의 문제입니다. NLL이 누구의 땅이냐?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그런데 박신부는 그 부분을 반칙한거죠. 그리고 그런 반칙은 박근혜도 했습니다. 두 사람에게는 모두 국민들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입니다.

박근혜가 정상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이래야 했습니다.

"연평도 사태에서 목숨을 잃은 주민들은 아무렇지도 않느냐?"


그런데 박근혜는 목숨을 잃은 장병들 이야기만 했습니다. 이 부분, 듣기에 따라 북한을 무지 자극하는 것입니다. 당시 죽은 주민이 2명, 군인이 2명(부상자는 군인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만)... NLL의 특수성을 판단해볼 때 장병들 이야기보다는 민간인지역에 포격을 가한 북한을 비판했어야 합니다. 그렇게 안했지요. 즉, 박신부는 역레드컴플렉스 그리고 박근혜는 그에 맞장구를 치면서 레드컴플렉스 우려먹기... 마치, 새누리당과 주사파의 대결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 연평도 사태....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리설주 성추문' 관련한 남한 극우언론들의 오보, 일본 아사히 신문에 놀아난 극우언론과 그에 따른 이명박 정권의 강경정책.... 등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참 닭짓들 열심히 한다'라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그런데 맥락 상, 제가 놓친 부분이 있습니다. 그 것은 바로 박신부가 여론재판을 먼저 했다는 것입니다. 이건 대통령 vs. 일개 신부의 문제가 아닙니다. 뚜렷한 증거없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부인하는 것은 헌정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입니다. 국민 모독행위죠. 더우기, 박창신 신부는 연평도에서 죽어간 민간인들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아래에 저와 비슷한 시각을 가진 기사가 있어 인용합니다. 그리고 인용된 기사 마지막에 있듯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책임들은 박근혜에게 있습니다. 자꾸 회피하니까 문제가 커지는겁니다. 만일 박근혜가 '나에게 책임이 없다'라고 생각한다면, 간단합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됩니다.



적어도 NLL의 역사적 유래에 관한 '사실'에서 박 신부를 "사제복을 입은 종북주의자"로 낙인찍을 근거는 전혀 없다. 굳이 연평도 발언이 문제라면, 박 신부의 요령 없는 '주장'에 있겠다. 한미 군사행동이 위협적이었다 해도, 사람 사는 섬에 포격을 가해 군인은 물론이고 민간인 희생까지 부른 북한의 행위는 정당화 될 수 없다. 일본의 독도 침략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단순 비교한 주장도 그런 맥락에서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 박 신부가 서해 충돌의 한 당사자인 북한의 잘못까지 지적했다면 이 정도로 극우 인사들의 먹잇감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중략)

사제단과 박 신부의 주장의 본질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의 책임을 지고 박 대통령이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사제단과 박 신부에게 동의하기 힘든 건 이 대목이다. 박 신부는 "국정원의 대선개입"으로 "정권교체의 꿈이 깨졌다"고 했다. 실패한 선거에 대한 '미련'을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에 투사한 인식이 엿보인다. 이건 위험하다.

사제단의 지적처럼, 지난해 대선에 심각한 선거 부정이 자행된 흔적이 어마어마하게 포착됐다. 이를 파헤치는 과정에 국정원과 정부, 새누리당의 은폐, 축소, 물타기가 이어졌다. 지금까지 드러난 게 사건의 전모라고 보기도 어렵게 됐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뒷짐만 지고 진실을 규명하거나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노조 탄압과 종북몰이로 공안 정국을 조성해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박 대통령이 사퇴해야 하는 직접적인 이유라고 거리낌 없이 단정할 수 있을까?

국가기관의 비방 댓글과 트윗과 리트윗이 없었다면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건 주관적인 '믿음'이다. 수군거릴 수 있어도 증명이 불가능한 일이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정원 등의 대선 개입을 직접 지시했거나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도 아직까지 없다. 검찰이든 특검이든, 수사는 끝나지 않았고 사법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법외 단죄는 성급하다. 박 신부의 발언이 나오기 전부터, 야권 일각의 대선 불복 심리는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교란하는 또 다른 방해 요소였다. "내가 댓글 때문에 당선됐다는 것이냐"는 박 대통령의 강한 부정과 정반대에 선 역편향이다.

내전에 가까운 현재의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시켜야 할 일차적인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있음은 두말 할 나위 없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가 다방면에서 퇴행의 징후를 드러낸 것도 우려스럽다. 그러나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분노의 마음만으로 그의 사퇴를 공개 요구하는 것도 일종의 여론 재판이다. 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불호에 갇히면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이라는 본질도 사라진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대통령일지라도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헌법과 법률을 현저하게 위반하지 않는 한 5년의 임기를 맡기는 게 우리가 채택한 대통령 단임제다. 불교계와 개신교의 시국선언이 예고된 지금, 종교계의 진심어린 충정이 자칫 의도치 않은 역효과를 부를까 싶어 해본 말이다.

마지막으로 여권이 이 '역풍'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저열한 계산'이 아니라면, 박창신 신부를 포함한 일부 종교계를 향한 '종북' 여론몰이를 끝내야 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보수단체의 고발로 검찰이 박 신부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를 검토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내전에 가까운 현 상황의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