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시작 초기가 원래 가장 여유가 있는 시점이라 그런지 여기서 오래 노네요. 어차피 다음 주면 바빠질테니 별로 글이 없는 주말에 게시판을 제 아이디로 도배했다고 너무 섭섭해하지는 마시구요.

정치에서 뜨네기 지도자와 힘있는 지도자를 구분하는 몇 가지 기준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기준은 (1) 동고동락, (2) 이념좌표, (3) 타정치인에 대한 영향력입니다.

이미지로 잠깐 어떤 정치인이 뜰 수도 있는데, 이 이미지가 오래갈 수 있는가는 어려움을 같이하면서 구축한 것이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거창하게 얘기해서 그의 삶으로 그 이미지를 구축했느냐 아니나죠. 정몽준, 박찬종, 고건, (노통 서거 이전의) 한명숙 등이 절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손학규가 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부단히 애쓰는데 잘 안되고 있죠. 반면 정운찬은 세종시로 엄청 두들겨맡기도 하지만 수도권 보수층에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명박통은 이런 힘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약한데도 대통령이 되었기에, 초기에 그토록 위태로웠던 겁니다. 오히려 지금은 이 힘을 구축했죠. 끝끝내 이게 없었던 정치지도자는 노태우.

유시민의 힘은 동고동락을 같이 한 정치지도자의 아우라를 구축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국민참여당이 지금 유시민이 주입한 강정제로 지지율도 진보신당을 앞서고 하는거죠. 노무현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가 친 바리케이트, 노무현이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그가 쌓은 이미지, 노무현 서거 이후 포스트 노무현의 대표주자로 그가 쌓은 이미지 자산은 반짝 스타나, 정치권에서 오래 묵은 다른 분들이 넘보기 힘든 힘입니다. 이런 이미지가 있어야만 지도자가 되는게 좋은 건 아닌데, 아직 현실은 여기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도 인식하는게 좋겠죠.

힘이 있는 지도자가 되는 또 하나는 요인은 "이념"의 상징이 되어야 합니다. 그가 가리키는 손가락의 방향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좌표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이 되어야 되겠죠. 유시민은 이 요인도 충족시킵니다. 민주당의 보수성, 달리 말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기간 동안 누적된 다수 대중의 경제적 불만을 치유할 새로운 이념의 좌표를 제시하는 지도자로써의 아우라가 있습니다.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은 운동권 이미지에서 전혀 못벗어나고 있습니다. 국정을 이끌 수 있는 안정성이 너무 없습니다. 강기갑의 공중부양은 그런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켰습니다. 박근혜는 세종시 논쟁으로 <보수+영남>에다가 <지역주의>의 상징까지 가져가고 있습니다. 지역주의, 지역균형발전은 원래 민주당 것이었는데, 이제 그나마도 박근혜에게 뺏기고 있는거죠.

민주당에는 유시민이 가진 <과격하지 않은 진보>의 이미지를 뺏어올 전망이 아직 안보입니다. 민주당이 이 상징 투쟁에서 이기느냐 그렇지 않냐는 앞으로 한국 사회가 양당제로 구축되느냐 다당제로 가느냐를 가르는 한 요인이 될 겁니다. 민주당이 노선 변경을 통해 이 이미지를 가지지 못하면, 박근혜, 유시민이 모두 현재 제1,2당의 주류가 아니기에, 한 번은 닥칠 개헌정책이 폭발성을 가질 수도 있겠죠. 

힘이 있는 지도자가 되는 마지막 요인은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정치 운명도 결정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한 검증입니다. 유시민은 이 요인이 없습니다. 이 번 지자체 선거는 유시민의 이 요인에 대한 검증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아마 유시민은 이 걸 피하고 싶을 겁니다. 유시민 브랜드가 세력이냐 독고다이냐를 가르는 시금석이고, 독고다이로 판정나면 모이던 세력도 떨어져 나가니까요. 유시민 개인으로는 두 번째 이미지를 당분간 부각시키지 못하더라도, 민주당에 들어와서 당권투쟁을 통해  이 마지막 요인을 취득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었을텐데, 엉뚱한 선택을 하더군요.

노무현도 (1)(2)가 있었지만, (3)이 없었죠. 구민주당 지지자들의 노무현에 대한 분노는 이 마지막 요인을 줬더니 배신을 때렸다는거죠. 그러니 노무현과 비슷하게 (1)(2)의 요인은 있지만 (3)이 없는 유시민에 대해서 극도의 의구심을 보내는거고요.

제 바람으로는, 우여곡절끝에 야당의 대연대가 성사되면 다행이고, 그게 안되면, 참여당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민주당 유일생존 전략을 구사하는게 좋은데, 그럴려면 유시민이 가르킨 손가락의 방향을 보고 따랐던 지지자들을 욕구를 민주당이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할 겁니다. 저부터가 민주당이 지금보다 보수화되면 민주당이 집권하는 것보다 차라리 확실한 진보 국회의원 몇 명이라도 있는게 낫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그러다가도 대선에 이르러서는 다른 대안이 없으면 또 찍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