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동맹과 중국이 동북아에서 본격적인 패권 경쟁에 돌입하면서 한반도는 냉전 이후 최대의 안보 상황 변화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주변 안보 상황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면서 점점 위기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일부 학자는 "구한말과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22일자 종이신문에 실린 조선일보 기사의 서두다. 한국의 안보와 관련해 동북아 정세가 점점 위기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난 딱히 그렇게 볼 이유가 없다고 보지만, 이런 내 생각이 틀렸고 조선일보의 진단이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장을 할려면 최소한 앞뒤 말은 좀 맞춰가며 하는 게 어떨까?

 "일부 학자"는 구한말과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단다. 사실이다. 과연 "일부 학자"가 그런 말을 했다. 그런데 "다수의 학자"는 그렇게 볼 이유가 없다며 이와 반대로 주장한 건 왜 빼먹나?  다른 것도 아니고 조선일보 기사가 그렇게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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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냉전이후 최대 安保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
원문링크)>란 기사를 실은 종이판 신문에선 <한반도 '3각 파도'에 대한 국내 전문가 진단>이란 제목으로 전문가 별로 동북아 안보 정세가 위기인, 즉 구한말과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보는지에 관해 전문가별 견해 및 그에 대한 논거를 표로 정리해두고 있다.  
(원문링크의 인터넷 판에서는 그 표를 기재하고 있지 않음)

 한 명제외하면 그 밖의 모두가 그런 위기 전망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대다수"의 전문가는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구한말의 위기상황에 빗대는 것이 틀렸다는 보는이다. 조선일보 스스로 그렇게 조사를 해놓고 기사본문에선 이를 쏙 빼먹는 행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또 하나. 종이판 신문의 같은 면엔 <中·日 정상회담 물밑 추진說… 한국 입지 축소 우려  
원문링크>라는 제목의 기사도 실려있는데, 이 기사 역시 주장의 취지는 같은 면의 다른 기사들과 마찬가지.  "뭔가 큰일이 났다" 혹 "나려는 참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기사다. 그러나 그 기사의 내용이 또 개그라는 것이 문제.

 "특히 일본 측이 정상회담을 통해 대중(對中) 관계를 풀어 보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동북아에서 미·중·일 간 역학 구도가 재편되면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단다.

 일본과 중국이 뭍밑이건 물표면이건 정상회담을 가져 중일 관계가 정상화되는 게 도대체 뭐가 문제라고 우려가 든다는 걸까?  이런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동북아 역내의 국가 간 군사/정치적 긴장의 수위와 완화된다는 말 아닌가?  그렇다면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그 임박한 위기상황도 완화가 되겠네? 그럼 이게 뭐가 문제람?

 되풀이 하지만, 위기감 고취를 할래도 제발 좀 앞뒤 말은 맞가면서 하길 바람.

 마지막으로, 구한말과 같이 국권이 망실된다든지 그 정도까진 아니더래도 청일전쟁이나 러일전쟁과 같은 큰 전쟁이 한반도를 무대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말하는 <위기상황>은 내가 보기엔 거의 잠꼬대같은 소리다.

 그런 의미에서의 위기라면, 위기는 전혀 없다.


  참고 : 22일자 조선일보 종이신문 합 A3면의 기사들
 

(원문링크) 美 MD·日 재무장·中 압박… 3각 파도 직면한 한국

(원문링크) "한반도, 냉전이후 최대 安保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원문링크) 中·日 정상회담 물밑 추진說… 한국 입지 축소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