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적으로 고립된 호남이 고군분투한다고 해서 알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이념적 진보 개혁이 이해관계 없는 호남의 호소를 들어줘야 할 유인이 없죠. 따라서 호남은 생존을 위해 개혁이라는 이념 진영에 참여 했습니다. 그리고 이념이라는 외피를 뒤집어 쓰고 쑈를 해야 하는 호남의 약점은 좋은 먹잇감이 되었습니다. 지역으로 고립되기 싫으면 우리에게(비호남 개혁)양보하라는 협박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된거죠.

유시민이 한나라당의 영남 기득권, 친박연대의 tk기득권, 민노당의 울산 기득권, 자선당의 충청 기득권은 외면하고 호남 기득권만 물고 늘어지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득권을 공짜로 넘겨주지 않으면 이념 진영에서 이탈시켜버리겠다는 겁니다. 민주당과 호남을 묶어 호남 지역주의 타령하는 것은 아주 강렬하게 호남을 지역화(localize)하고 고립시키는 수사적 효과를 갖죠. 유시민이 영남 지역주의, 충청 지역주의 타령이 아닌 호남 지역주의 타령만 하는 이유는 그가 호남에 대단한 애정을 가져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서 얻을수 있는게 있기 때문입니다.

유시민 진영이 내세우는 반지역주의 담론은 결코 보편적, 이념적으로 대한민국을 지역주의의 수렁에서 건지기 위한것이 아니라, 민주당과 호남을 위협함으로서 지분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정략적 수사일 뿐입니다. 그러니 지역주의 문제의 핵심인 영남 패권에 대해서는 꿀먹은 벙어리이면서 아무리 봐도 영남 패권 문제에 비하면 극히 부차적인 민주당의 지역 기득권문제만 물고 늘어지는 겁니다. 따라서 국참당의 향후 행보는 너무 빤합니다. 호남이 단체장 자리 넘겨주지 않으면 호남 지역주의만 물고 늘어져 민주당을 지역화시키고, 호남을 고립시키고, 수도권에서 군소 후보를 내서 고추가루를 뿌릴 겁니다.

이런 현상이 생긴 이유는 김대중이라는 탁월한 정치 기획가가 호남의 지역적 의제를 보편적 개혁성에 점진적으로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호남 정치인들의 개혁 진영에서의 지분이 크게 늘어났고, 이게 비호남 개혁 진영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왔기 때문 입니다. 비호남 진영은 기존 영남 패권이 확대 재생산 하던 지역주의 의제를 빌려와 호남 진영을 공격하는데 써먹었죠. 애초에 호남을 공격하기 위해 전유된 지역주의 담론이니 이들이 영남 패권에 꿀먹은 벙어리인 건 당연합니다.

지금 노무현이 아니었으면 김대중은 죽었고, 민주당을 싸그리 숙청했어야 한다는 바이커님의 글이 대번에 공지사항으로 올라왔는데, 이것 역시 지역적으로 고립된뻔한 호남을 이념 개혁 진영에서 받아준것만으로 감사하라는 인식의 연장선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아한 진보 개혁 하고 싶은 비호남 옵저버들 입장에서 호남이 진보 개혁 진영에 잘잘못을 따져 묻는건 매우 피곤한 일일겁니다. 왜냐하면 호남이 진보 개혁 진영에게 담론의 우위를 점하면 그만큼 비호남 개혁 지지자들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호남 리버럴, 친호남 파들이 진보 개혁 진영이 호남에 저지른 짓을 조목 조목 따지는 것을 보는 비호남 개혁파들의 기분은 페미니스트가 가부장제의 모순을 교과서적으로 지적할때 진보적 남성이 느끼는 기분과 같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