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http://theacro.com/zbxe/?mid=Visitor&document_srl=95993)을 쓰고 나서 확인하니 의외로 내 기억이 과히 틀린 부분은 없다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 ^^)=v 여기에 자신을 가지고 다시 한번 별로 신뢰가 안 가는 기억력을 가동시켜 보려 한다. 물론 여전히 이 게시판의 주된 토론 흐름(그런데 있다면 말이지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김영삼이 노태우 김종필과 연합해서 3당 합당을 한 이후에 (이에 대한 평가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지만  뭐 굳이 하라면 다른 사람들 생각과 거의 같다.) 여기에 반대해서 남은 김영삼 당의 잔류 세력들과 기타 무소속이 합쳐서 당을 하나 새로 만들었다. 그 공식 이름은 잘 기억 안 나지만 일반인들은 이를 꼬마 민주당이라 불렀고 이 호칭은 지금까지도 계속된다.
 
'꼬마 민주당' 이라... 약간 속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요즘의 난닝구나 빽바지 같은 식의 저주가 실린 경멸어(derogative term)는 절대로 아니었다. 오히려 이 호칭에는 상당한 애정이 깃들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 당이 국회의원 수는 8명인가 정도로 극히 적었으나 그 안에는 이기택, 박찬종을 위시해서 홍사덕, 이철, 김광일(물론 맛이 가기 전의 일이었다) 등 젊고 당시 국민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던 인사들이 대대적으로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노무현도 이 당의 중심적인 인기 의원 가운데 하나였다. 이인제는 결국 이 당에 참여하지 않고 민자당에 합류해 버렸는데 내 개인적 생각으로 그의 몰락은 거의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 당에 대한 반응은... 양지와 음지의 반응이 극도로 달랐다. 3당합당이 구국의 결단이라는 여당 및 그를 지원하는 관제언론의 반응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 와중에 그나마 유일야당임을 내세워야 했던 김대중의 평민당도 이에 대해 호의적으로 나올 리가 없었다. 대부분 그냥 무시하거나 아니면 8명의 의원을 가지고 8가지 계파 (물론 실제로는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가 있다는 걸 꼬투리잡아 빈정대는 반응이 대세였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이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호의적이었다. 

그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우선 3당 합당이 이루어진 후 보수적인 사람들까지 '이래도 되는 건가'하는 약간의 불안감이 일어 뭔가 견제세력을 찾았다. 그런데 김대중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들에게 뭔가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들은 정치가 부패한 이유는 정치인들이 더럽고 상종 못할 인간이기 때문이며 뭔가 외부에서 '깨끗하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개념을 갖고 있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이건 분명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그러니 현상유지보다는 뭔가 변화를 바라는 상황에서 이 당은 충분히 유인이 될만한 구석을 갖고 있었다.  거기에다 위에서 말했듯이 당시 이당 국회의원들 개개인의 호감도도 매우 높았던 점에서(8명의 의원에 8개의 계파라는 점도 일반 국민에게는 멸시가 아닌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식의 묘한 장점으로 받아들여졌다.) 여러 가지 원인이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그 후 두어차례의 보궐선거가 있었는데 모두 이 당에서 이겼거나 예상외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감히 예상하건데 만일 이 상황에서 총선이 치뤄졌다면 탄핵 수의 열우당 수준까지는 몰라도 분명 민자당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 세력까지는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끝내 그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다. 바로 다음 해에 김대중의 평민당과 통합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김대중에게 원망을 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가 통합 과정에서 꼬마 민주당에게 양보에 양보를 거듭한 과정은 굴욕적인 정도를 넘어서 눈물겨울 정도였기 때문이다. 60여석의 평민당과 8석의 꼬마 민주당을 통합하면서 전국의 모든 공천권을 50:50으로 양분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표까지 두 명이 공동으로 하게 하고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양보가 있었다. (물론 김대중의 카리스마가 아니었다면 이 와중에 평민당 의원 및 지구당원들의 반발을 누른다는 것은 어림도 없었던 일이다.) 물론 이러한 양보는 꼬마 민주당의 잠재력을 그만큼 높이 본 김대중의 혜안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통합이 되고 나니 그놈의 잠재력이 어디로 갔는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통합된 민주당의 지지도는 평민당의 수준에서 거의 올라가지 않았다. (오히려 공동대표가 된 이기택은 사사건건 필요없는 생떼와 문제만 일으켜 결국 또 한차례의 분당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지금 생각하면 김대중이 그 양보를 하며 고생을 자초하지 않고 이 당을 그냥 놔두었으면 장차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자, 내가 생각하기로 결론은 이것이다. 당대 당이 통합이 된다고 지지자들까지 같이 몰려가는 건 아니다. (이런 점에서 3당합당은 참 여러가지로 특이한 케이스다) 국민들은 뭔가 뉴 페이스가 시대를 이끌어가기를 원했지 그저 구시대 인물들의 서포터가 된 걸 원한 건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국개론을 강력하게 믿는 사람이지만 정치인은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다. 즉 어떻게 해서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 자신을 지지하게 할 것인지를 연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꼬마 민주당의 케이스는 조사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일이다.

요즘 유시민 등을 비난하려는 의도에서 '국참당은 옛날 꼬마민주당의 재현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하시는 분들... 아직도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