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통이 실패한 이유에 대한 과거 상당한 친노였지만 지금은 그렇게 범주짓기 어려운, 그렇다고 친호남은 아닌 사람의 소수 의견.


노무현 지지자들이 변명하는 모습을 보면, 안습이다. 노무현은 실패했다. 정치적으로 대외적으로는 그의 의지를 받들자고 얘기해야겠지만, 방법론적으로 내용 면에서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분석해야 하지 않을까? 프레시안을 보니 노무현 지지자보다 정동영이 오히려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변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만, 나는 과거에 그가 보였던 보수성 때문에 아직도 정동영을 별로 안좋아한다). 노통 서거 이후 노통을 민주개혁세력의 상징적 지도자로 명예회복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리고 있는 친노세력을 보자면 안습은 쓰나미가 된다.

그런데 노통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호남 지역주의자의 색을 확실히 드러내는 이곳의 지배적 의견과 상당히 다르고, 친노적 입장을 취하는 이곳의 소수 의견과도 다르다. 내가 꼽는 노통의 실패 이유는 세 가지다. 현상의 측면에서, 정책의 측면에서, 성향의 측면에서 각각 (1) 일반 대중의 경제 사정을 개선시키지 못한 점; (2) 디제이 따라하기; (3) 온정주의가 그것이다. (항상 경제적 처지문제를 제 1 요인으로 삼는 제 성향을 고려하시길)

아마 소수의견 중에서도 소수의견일테니 그냥 무시해도 그만이지만, 범민주당 지지세력 중에서 이념적으로 맨 왼쪽에 있으면서, 현실주의적 노선을 취하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고 참고나 하시기 바란다.

노통이 경제적으로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디제이 따라하기다. 디제이의 경제 정책을 상당부분 수정해서 전면적인 계급전쟁을 벌였어야 했지만, 노통은 그 보다는 디제이식으로 거시 경제 지표에 매달리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주장했다. 디제이 시절의 요구는 IMF 극복이었기에 서민의 삶이 피폐해져도 대략 용납이 되었고, 극빈층 지원 정책과, 카드 빚으로 땜빵질도 대충 해주었다. 기업도 많이 무너져 내렸기에 자기만 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위안도 있었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은 이제 IMF도 극복되었고, 내 주머니를 채울 시점이 되었건만 노통은 서민의 주머니 보다는 나라의 곶간만 채웠다. 복지 예산이 증가하지 않았냐고 항변하겠지만, 복지 예산의 찔끔 증가는 언제나 있었다. 시장소득을 수정하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분배 정책은 상당히 과감했어야 했다. 이정우 교수에 따르면 시장소득 불평등 개선 정도가 과거 3%에서 디제이 시절 6%, 노통 시절 9%로 개선되었다. 개선은 되었지만 도토리 키재기다.

계급을 둘러싼 가장 첨예한 대립점인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도 반대 세력 손보기 사정작업을 하지 않고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기획 사정을 하지 않고 무슨 정책을 벌이겠다고 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다. 전산망을 통해 부동산 보유 현황이 거의 확보되어 있었다. 이걸 상당부분 까발려서 대중의 공분을 자아내고, 일부 투기 혐의자들을 투옥시키고, 공직에서 추방하고, 그 후 1가구 1주택 소유자들에게 충격이 적은 정책을 만들었으면, 이명박 정부도 함부로 종부세를 폐지하지는 못했다. 지속적인 부동산 정책 실패 이후에 논란만 벌이다 세운 종부세의 심정적 지지는 약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도 거의 매년 이사다니던 무주택자로써 참여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실망은 컸다. 와이에스의 충격적인 개혁 정책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은 그의 토사구팽에 있었다는걸 왜 못배웠는지 의문이다. 포퓰리즘 없이 개혁 성공 없다! 밑줄 쫙!

노통이 정치적으로 실패한 또 다른 큰 원인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온정주의와 자원 배분의 실패다. 그의 자기 측근과 일을 같이 했던 사람에 대한 온정주의(좋게 말해 의리)는 잘 알려져있다. 나는 (비록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분당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통 이전에 대통령 된 사람 중에 분당 비스무리한거 안해 본 사람 있나? 디제이를 민주세력의 전통을 잇는 분으로 보는 이유가 분당 한 번 안하고 당을 지켜서가 아니다. 나는 분당 그 자체보다는 분당 이후의 대처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분당을 했고, 다수 세력을 확보했으면 잔당은 일소해야 한다. 그들이 누구인가. 탄핵으로 명줄까지 끊겠다고 나섰던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과 같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일부에게 장관자리도 제안하고, 기획 사정도 꺼려하는 모습은 위약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면에서 검찰에게 (상대적이지만) 자율권을 준 행태도 (권력자로써 훌륭한 행위이긴 하지만) 정치적으로 현명한 결정이 아니었다. 호남 민주당세력은 진보적이기에 민주당에 있는 세력과 보수적이지만 호남이기에 민주당에 있는 사람들이 혼합되어 있다. 전자를 선별하여 같이하고, 후자를 탄압하는 분리 대응 정책을 구사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기획 사정 안했다고 감사해 하는 사람은 지금 단 한 명도 없다.

정치적인 선택의 잘못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호남의 전략적 지지를 얻었으면 그 지지를 굳힐 수 있는 정책이 필요했다. 호남의 노통 지지는 어디까지나 전략적 지지였음을 노통 자신도 알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들의 지지를 공고한 지지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민주당 잔류 세력의 민심 기반을 흔들고 동시에 일부 인사들을 권력 수단을 동원하여 탄압했으면 열린우리당이 지지세력을 잃고 해체되고 통합민주당으로 다시 모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디제이도 구민주당이냐 열린우리당이냐의 구분 보다는 대세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여러 번 지적했었다. 호남 기반 공고화에 진력하지 않고 엉뚱한 수를 쓰다 실패한 정점은 역시 대연정이다. 내가 노통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것도 이 즈음이다. 지금 민주당, 참여신당으로 갈려서, 한나라당보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분당 자체가 아니라 분당 이후의 신뢰상실이다. 다시 한 번, 포풀리즘 없이 개혁 없다! 

그렇다면 디제이 이후에 노통이 당선되지 않았으면 차라리 나았을까? 아마 노통 개인에게는 그럴 수도 있었으리라. 차라리 단일화를 하지 않고 선거에 졌더라면 노무현 중심의 강성 야당이 등장했을 수도 있다. 이회창이 집권해서 5년이 지난 다음에 경제위기를 다시 맞이했고, 그 후 민주개혁세력이 재집권했다면 훨씬 근본적인 처방을 단행했을 것이고, 경제 위기의 원인이 설사 대외적인 것일지라도, IMF의 추억을 갖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보수세력에게 도저히 나라를 더 이상 맡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이회창이 되었다면, 디제이와 구민주당 세력은 어떤 대접을 받았을까? 대북송금 사건은 어디까지 다뤄졌을까? 박지원은 감옥에도 안가고 호의호식했을까? 디제이가 국정원에서 조용히 쫓아냈던 인사들이 모두 복귀해서 이를 갈며 일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임기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되는데 디제이의 20억+알파(이것만 파헤쳤어도 회창옹이 98년에 취임했을거라고 회창옹 본인은 철떡같이 믿을텐데)는 조용히 넘어갔을까? 와이에스, 디제이 모두 걸리는데, 3김 청산의 대표주자 회창옹이 그냥 넘어갔을까? 디제이가 지금의 디제이로 기억될까? 아니면 회창옹이 친노세력만 까고 전임자는 융숭하게 대접했을까? 쓸데없는 상상이라고 생각되지만, 노통 대신 회창옹이 되었을 때를 상상하는 것의 쓸데없음은, 노통이 아니면 이인제가 되었을거라고 상상하는 것보다 더 쓸데없지는 않을 거다.

뭐가 어찌 되었든 주어진 현실은 구민주당과 일부 친노세력이 합쳐진 통합민주당, 따로 떨어져 나간 참여신당이다.  서로 까대기로 두 세력 (민주당 vs 참여신당이 아니라 구민주당 vs 친노세력) 중 하나가 완승을 거두는 전략으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고, 최대의 공통점을 찾아서 지방선거에 대비하고 통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느게 나을지는 서로 다른 의견과 이해관계를 가진 각자의 판단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하나는 확실하다. 뭐가 되었든 다당제로 안정화되기 보다는 양당제를 정립하는게 좋을거라는 점.  


ps. 또 하나 확실한 점은 현재 인터넷 키워들과 정치적 지분을 확보할려고 애쓰는 유시민의 참여당을 빼고는 현재 아무도 호남에 관심이 없다는거다. 관심꺼달라고 소리안쳐도, 사람들, 별 관심없으니 안심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명박의 당선은 영호남 차별 소리 나오기 어렵게 만들었다. 영호남 모두 망가지는게 눈에 뻔히 보이기에 서로 상대방 비난할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동병상련의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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