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이 곧 개봉합니다.

공교롭게도 개봉일이 12월 19일인데 아마 어느 정도 의도한 개봉일이라고 보여집니다. 영화를 만든 쪽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친노는 벌써 이 영화를 기점으로 친노 세력의 재기를 도모하려는 움직임도 있더군요.

예컨대 이 영화의 시사회나 극장개봉일에 맞춰 문재인, 이해찬 한명숙을 비롯 전해철, 박범계, 김현, 홍영표 등의 친노직계들이 극장을 찾는 그림도 있을 겁니다. 여기에 문성근, 명계남 같은 전통의 친노 스타들이 영화 홍보에 나서는 것도 가능할테고 여기에 더해서 조국같은 신예 강남좌파 멤버의 홍보도 추가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보기에도 영화는 어느 정도 흥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냥 단순하게 배급사 NEW의 올해 흥행성적 (이 회사는 올해 최고의 히트작인 7번방의 선물 배급사입니다)과 송강호의 올해 흥행성적을 봐도 충분히 인기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역시 예고편을 보아하니 초반의 코미디, 중반의 사건발생, 후반의 감동적 결말이라는 한국식 흥행영화의 코드를 잘 따른 모양이더군요. 여기에 송강호, 오달수, 김영애 등 배우들도 기본기가 있기 때문에 역시 흥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노빠들의 바램처럼 무슨 천만, 오백만은 오버이고 아마 삼사백만에서 흥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감독이 노무현의 이름이 아닌 가명 송우석을 사용하는 등 노무현을 직접 영화에 등장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가 노무현 영화라는 것이야 모두가 다 아는 것인만큼 게다가 영화를 두고 정치인들까지 개입된 한바탕 쇼가 반복될 만큼 그 정도로 보는게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예고편만 봐도 노무현 생각에 눈시울이 젖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예고편만 봐도 욕이 나오는 친구들도 있기 때문이지요.

무례하게 들리겠지만 예고편을 보도 대충 모든 것이 상상이 되는 영화입니다. 저 역시 따로 관람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마 제가 예측한 것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을테니 말입니다.

원래 정치적 목적이 뚜렷한 영화들은 흥행에 성공을 못 하거나 하더라도 영향은 별로 없습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나왔던 화려한 휴가만 해도 700만이라는 대히트를 기록했지만 대통합민주신당, 열린우리당 지지율엔 전혀 영향이 없었습니다. 26년, 남영동 1985는 기대한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지요. 변호인처럼 실명을 사용하지 않았던 그 때 그 사람들은 2005년에 개봉해서 선거시즌과는 무관하게 개봉되었지만 박정희 이름을 실제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역시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큰 흥행은 못했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노무현 정권 시절 개봉했으니 외압논란도 있을 수가 없지요)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개봉하는 변호인 역시 큰 영향을 주진 못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친노가 이 영화를 집단적으로 관람하거나 하면 영화 흥행에 지장은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시그널은 집단적으로 이 영화는 친노 영화라고 광고하는 꼴이니까요. 그런데 그렇다고 관람을 하지 말자니 웃기긴 할 겁니다. 막말로 문재인 혼자 단촐하게 보고온다고 해도 영화를 보며 눈물 흘리는 정도의 액션은 취할 것 같은데 (문재인은 영화 광해를 보고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역시 그런 행보도 어떤 이들에겐 "이 영화는 저들의 영화"가 되는 격이지요. 물론 반대로 배급사 NEW의 지금까지 흥행력과 어울리지 않는 스크린수 확보나, 극장에서의 외면이 화제가 되면 흥행이 커질 수가 있을 겁니다. 



하여간 언제나처럼 서론만 길고 결론이 짧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왜 친노가 안되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왜 가망이 없을 것이고 노무현은 새누리당의 무기가 될 것인지 잘 보여준다고 봅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헌법 조항을 읽으며 열변을 토하는 송강호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감동받는 노빠 깨시민 감성의 소유자들도 있겠습니다. 그럴 것도없이 그저 예고편을 틀자마자 곧바로 눈물이 나는 노빠들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영화가 아닙니다.

냉정하게 생각해서 인권 변호사 노무현은 존경스러운 일을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당시의 많은 인권변호사들 중에서 단연 절대적인 존재라고 할 순 없을 겁니다. 당장 박원순, 조영래같은 이들이 노무현보다 못한 것은 없으니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일찍 조실부모하고 평화시장에서 옷 장사를 했던 정동영, 혁명을 위해 한전에 침입해서 전기를 끊고 싶어했던 왕년의 청년혁명가 손학규도 다 인간적인 소재는 있습니다. 다만 그들에겐 그것을 뒷받침할 세력이 없는거지요.


한국에는 대통령을 직접 다룬 영화가 없기 때문에 (노무현 영화를 내세운 변호인도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아니라 노무현을 그대로 복사하고 이름만 바꾼 송우석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활용) 비교가 어렵지만 미국의 경우를 봅시다. 미국의 경우 닉슨, 케네디, 링컨 등 대통령 관련 영화들이 꽤 많이 나왔습니다.


D-13의 경우 쿠바와의 핵위기를 다루었던 케네디의 전기영화입니다. 닉슨의 전기영화도 있습니다. 링컨의 영화는 가장 근래에 나와 국내에선 최장집과 안철수가 감상문을 얘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영화들의 특징은 모두 대통령 재임시의 정치인으로서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겁니다. 케네디의 외교, 군사적 결단, 닉슨의 거짓말과 워터게이트, 링컨의 노예제 해방까지 전부 대통령으로서의 선택과 결단을 다르고 있습니다. 참고로 클린턴의 경우 퇴임을 앞둔 한가한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습니다만 소위 메이저 영화는 아니기에 제외했습니다.

반면 노무현은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으로서 소비가 안 됩니다. 요즘도 주로 노무현 이야기를 할 때 노빠들이 울궈먹는 재료들은 변호인에서와 같은 인권변호사 시절, 대통령 '후보' 시절에 보여주었던 소탈한 모습 (김제동이 휴게소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만난 후보시절 노무현 일화를 말해 더욱 유명해졌지요), 마지막으로는 퇴임이후 농사짓거나 자전거 타는 노무현으로 그것들로만 소비가 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인 사람인데 정작 대통령 시절을 쏙 빼놓고 그 이미지를 활용/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안되는 겁니다. 노무현의 인권변호사 시절이 중요한가요? 대통령 시절이 중요한가요? 긴 말할 것도 없이 사실 정치의 세계에선 당연히 후자가 최소한 천배는 중요합니다.

리서치뷰 같은 뻔한 곳에서야 노무현이 박정희를 제치고 역대 대통령 1위라고 하나 현재까지 타 기관에선 모두 박정희가 의미있는 차이로 1위를 하고 있습니다. 패배하고 있는거지요.

그리고 박정희만 해도 그의 비판, 찬양은 모두 대통령 시절을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제개발이 그의 덕이냐, 민주당 장면 정권의 표절이냐. 전무후무한 독재였으냐, 일부 민주주의가 희생되었으나 선거도 치뤄지는 상태에서의 비교적 양호한(?) 독재였으냐 등등 모든 논쟁이 거의 대통령 시절을 다루고 있습니다. 딱 하나 친일 논쟁만이 대통령이 되기 이전을 다루고 있을 뿐이지만 그마저도 최근에는 식민지 청년의 소극적 친일정도로 정리되는 분위기입니다. 그 외에 해방 이후의 군인으로서의 이중행보(공산주의자에서 전향과 밀고)도 독재자 박정희를 욕하기 위한 양념이지 역시 주된 재료는 아닙니다.

김대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남수꼴들은 김대중을 욕하기 위해서라면 갑자기 좌파로 빙의하며 IMF 신자유주의 타령을 하다가도 극우파로 복귀하여 햇볕정책은 적화통일 정책이라는 헛소리를 합니다. 실체도 없는 사건이었던 옷로비를 꺼내고 하다하다 안되면 빅딜은 경상도 기업 죽이기였다, 대우그룹은 경상도 기업이라서 죽었다는 헛소리를 합니다. 김대중에 대한 영남수꼴들의 저주 역시 대통령 시절에 집중되어있고 그 외의 비판도 죄다 정치인 김대중에 대한 것입니다. 하다못해 사업가 시절, 신문사 사장 시절의 김대중조차 극우파들에겐 그 때 모습이 정치지도자, 대통령 시절의 사기행적(?)을 증명한다고 활용되지 그것을 주된 재료로 사용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노무현은 비판하는 쪽은 대통령 노무현을 비판하지만 정작 찬양하는 쪽은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라 퇴임하고 농사짓고 막걸리 먹는 서민 노무현 아니면 인권변호사 노무현, 소탈한 인간 노무현 위주입니다. 노무현의 선택을 내세우질 않습니다. 하다못해 친노 중의 친노라는 이해찬과 문재인조차 지난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의 정책, 대통령 노무현의 업적을 강조하던가요? 아닙니다. 문재인의 폐기된 대선 광고를 보면 그 광고에서 노무현은 문재인을 배경으로 한 영상 속에서 통기타 목소리로 감성적으로 등장할 뿐입니다. 대통령 노무현의 어떤 정책, 어떤 이념을 강조하는게 아닙니다. 그냥 감성적인 소탈한 노무현이라는 코드를 지겹게 재활용할 뿐이지요.



결국 이렇게 아마 시간이 흘러도 박정희 VS 노무현 싸움은 노무현이 이기지 못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