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9자 한겨레신문에 녹색연합 윤기돈 사무처장이 기고한 글(전기 사용의 비효용성이 문제다)에 대해 제가 반론 성격으로 이메일로 보낸 글을 아래에 올립니다. 공교롭게도 오늘 정부가 저와 같은 시각으로 전력단가 인상방안(심야전력단가 대폭 인하, 피크 타임 전력단가 대폭 인상)을 발표했네요. 진작에 저런 방식의 전력단가정책을 왜 쓰지 않았는지 모를 정도로 만시지탄의 느낌입니다. 이번 정책으로 분명 Peak Load는 낮아질  것이고, 심야 전력 사용이 늘어 다른 에너지원의 사용량은 줄어들어 조금 더 합리적 에너지사용으로 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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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님께


                                                                2013.11.19


먼저 열과 성을 다해 우리의 환경과 생태를 지키기 위해 애쓰시는 것에 성원과 함께 존경을 표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자(11/19) 한겨레신문에 올라온 윤기돈 사무처장님의 글이 석연치 않고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몇 자 적습니다.

*윤기돈 사무처장님의 글(전기 사용의 비효용성이 문제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611656.html

윤 사무처장님은 이 글에서 에너지정책의 핵심은 심야 전기에 부과되는 경부하 전기요금의 현실화에 있다고 말씀하시고, 송전선로 이용에 따라 전력요금을 차등화하고 소비지 근처에 발전소를 만들어 전력공급망 안정성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1. 심야 전력요금 현실화(인상)는 악수이다

윤 사무처장님은 한전이 심야 전기를 81원/kwh에 매입해 69원/kwh으로 판매해  19원의 적자를 보고 있고, 이런 싼 심야 전력요금 때문에 심야에 가열, 건조 분야의 전력 소비가 늘어 전력소요를 부추긴다고 주장하십니다.

이런 주장이 과연 온당한지, 그리고 윤 사무처장님의 주장대로 심야전력요금을 현실화(인상)했을 때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화력, 원자력 발전소는 낮에는 돌리고 밤에는 가동을 중단할 수 있는 그런 설비가 아닙니다. 전력예비율이 낮에는 낮아지며 때에 따라서는 Black out을 염려할 정도로 위험해지고 밤에는 반대로 충분한 예비율을 보이는 것은 발전소의 발전량은 24시간 늘 일정하지만 전력소요(수요)가 낮에는 많고 밤에는 적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전력정책은 Peak time 전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 Peak time 전력 수요량(Peak Load)에 맞춰 발전설비용량과 공급능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즉, 전체 전력소요량에 맞춰 발전설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Peak Load가 발전설비를 얼마나 갖추어야 할지를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peak time의 전력수요를 낮추는 것이 관건입니다.

좀 더 쉽게 말씀 드릴까요? 원자력, 화력발전소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낮에는 돌리고 밤에는 가동을 중단할 수 없기 때문에 가동에 따른 비용은 전력수요량과 관계없이 일정합니다. 따라서 낮에는 많이 쓰고 밤에는 적게 쓰게 되면, 밤에는 생산된 전력 중에 사용되지 않는 전력은 허공에 날려 버리게 됩니다.(그래서 밤에는 전력 예비율이 높아지죠) 한전 입장에서는 매출이 적어 수익이 줄어들고, 국민들이나 기업 입장에서도 전력사용량은 적으면서 전력요금은 더 부담하는 꼴이 되어 양자가 다 손해가 됩니다. 이것을 수치상으로 예를 들어 설명드리지요.

1) 피크 전력이 100이라 한전(발전회사 포함)의 전력 생산은 일중 100으로 일정하게 생산하게 되고 그리고 이에 따른 발전비용은 100이라 하죠. 주간에는 100의 전력을 쓰고, 심야에는 50의 전력을 쓴다고 할 때, 총 전력소요량은 주간(08:00~23:00)의 소요량은  15h*100=1,500이고, 심야(23:00~08:00)의 소요량은 9h*50=450이 되어 총 소요량은 1,950이 됩니다.

2) 그런데 한전(정부)가 심야의 인건비 및 관리비 상승을 상쇄하고도 남는 전력단가를 인하해 주간에 전력을 쓰던 업체를 심야에 사용하게 유도하면 peak 전력은 90이 되고 한전은 90의 전력만 일중 일정하게 생산하면 됩니다. 따라서 발전비용은 90으로 낮출 수 있게 되지요. 이렇게 해서 주간에는 90을 쓰고 심야에는 70을 쓰게 된다면 그 전력소요량은 (15h*90)+(9h*70)=1,980이 되어 1)의 때보다 전력은 더 많이 사용하게 되지만 한전의 발전 비용은 거꾸로 10(100->90)을 낮출 수 있게 됩니다. 이 낮추어진 10은 결국 전력단가 인하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되죠. 결국 발전소도 10만큼 안 지어도 되고 Co2 배출도 그 만큼 줄어들게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윤 사무처장님 주장대로 심야전력요금을 현실화해서 거의 주간 요금에 육박하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현재 심야전력을 쓰던 기업들도 심야의 인건비(야간근무수당 등)와 관리비도 건지지 못하기 때문에 주간으로 사용시간을 돌리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주간의 피크 전력은 높아지게 될 것이고 한전은 발전설비(발전소)를 늘려야 하고 발전비용도 늘어나게 되죠.

이제 왜 한전이나 정부가 심야전력요금을 파격적으로 싸게 해주면서 사용을 유도하는지 이해하시겠습니까? 심야의 전력소요량이 주간의 소요량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면 심야에 전력 사용을 하는 것을 오히려 더 권장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더 주어야 하지, 윤 사무처장님 주장대로 하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참고로 올 상반기 최대 전력(Peak Load)은 76,522MW이고, 평균 전력(Average Load)는 58,985MW였습니다. 이를 볼 때 심야의 전력사용이 주간보다는 한참 밑돌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은 심야 전력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심야의 남아도는 전력은 건조에 쓰이든, 가열에 쓰이든, 전기요금이 유류요금보다 싸든 말든, 원가보다 싸든 말든 허공으로 날리는 것보다 쓰게 하는 것이 낫죠. Peak Load를 넘어서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심야의 남아도는 전력으로 수력발전소에서 심야에 양수를 하고, 상수도 사업소가 주간 대신에 심야에 상수도 송배수를 하는 것이 심야전력요금이 싸서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주간 사용을 심야로 돌리거나 남는 심야전력을 활용하는 것이 전체 전력사업에 효율적이고 국민들이나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2. 송전선로에 따른 요금차등화, 수요처에 발전소 건설의 비현실성

윤 사무처장님은 송전탑 건설문제, 전자파 문제, 공급안전망 문제 등을 이유로 송전선로에 따른 요금차등화 하고, 수요처 근처에 발전소를 건설하자고 주장하시지만, 이는 이상적일 뿐 현실성은 없다고 보여집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원자력 26.6%, 유연탄 38.1%, 무연탄 0.7%, LNG 25.1%, 유류 6.2%, 수력 1.6%, 대체에너지 1.8%입니다. 원자력과 석탄이 전체 65% 이상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 원자력 발전소와 석탄 화력발전소는 입지에 제한을 받습니다. 원자력은 지질과 지형, 안보상의 이유로 제한을 받고, 석탄 화력발전소는 석탄이 대부분 수입이 되는 관계로 임해에 입지 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수도권이나 수요처 인근에 화력,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류나 LNG 발전소로 대체해서 수도권이나 수요처 인근에 지으면 되지 않겠냐구요?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아래는 한전이 구입한 2013년 상반기 에너지원별 구입단가입니다.

원자력 49.79원/kwh, 유연탄 63.38원, 무연탄 96.33원, 유류 223.65원, LNG 201.83원, 복합C/C 160.90원, 수력 192.78원, 기타 138.04원

전력 수요처와 수도권에 원자력과 유연탄 발전소를 대체해서 LNG나 유류 발전소를 짓는다면 그 전력요금을 국민들이나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현재보다 적어도 2배 이상의 전력단가 인상이 있어야 할텐데 윤 사무처장님은 국민들에게 이를 감당하도록 설득할 자신이 있나요? 기업들이 경쟁력이 떨어져 대외 수출이 급격히 떨어져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하십니까? 지난해 한전의 전력구입금액이 45조 8,619억이었습니다. 전력구입단가가 2배로 뛰면 전력구입비가 연간 46조가 늘고 이는 고소란히 국민과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차라리 46조를 복지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국민복리에 유용하지 않을까요?

송전선로에 따른 요금차등화를 주장하시는데, 만약 윤 사무처장님 말씀대로 실행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생각해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울산 고리의 원전에 가까운 곳(울산, 부산)은 전력요금이 싸게 되고 내륙의 오지는 비싸게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할 경우 주거, 교육, 문화 등의 여건이 유리한 곳은 오히려 전력요금을 싸게 주게 되고 그 반대의 내륙 오지는 불이익을 받게 되어 격차 해소에 오히려 역행하게 됩니다. 여기에다 인근의 발전소의 에너지원별 발전단가를 적용해 전력요금을 차등화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윤 사무처장님의 주장을 연장하면 인근에 발전비용이 싼 에너지를 사용하는 수요자에게 그와 연동해 전력요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원전에 대한 위험 부담을 안고 내가 쓰는 전기는 원전으로 생산했으니 싸게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해도 할 말 없게 되는 것이죠. 윤 사무처장님은 이런 상황을 원하지는 않으시겠죠?

우리나라는 동서의 폭이 좁은 관계로 송배전에 따른 손실이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작습니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송배전손실률은 3.51%로 일본 4.8%(2010년), 프랑스 7.2%, 독일 5.0%, 영국 7.7%, 대만 4.66%, 미국 6.1%, 이태리 6.2%, 중국 6.5%보다 훨씬 낮은 편으로 송배전에 따른 손실이 크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조력, 풍력, 태양광, 지열 등의 신재생에너지도 어차피 수요처 인근에서 발전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조력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만 가능하고, 풍력, 태양광, 지열도 바람의 세기, 일사량과 일조시간 등 자연적 조건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건설 입지의 제한을 받습니다. 수요처 인근에 신재생에너지원의 발전소를 건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물론 가능한 수요처 인근에 발전소를 건립해 송배전의 효율성과 공급안정성을 기하는 노력은 계속해야 하겠지만, 이런 factor만을 내세워 발전소 입지를 고집해서는 곤란합니다.


제가 윤 사무처장님의 글에 딴지를 거는 것은 윤 사무처장님의 주장이 에너지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일반 대중을 호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의 사무처장의 글은 그 대표성과 상징성, 그리고 신뢰도 측면에서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자칫 윤 사무처장님의 글이 우리나라 에너지정책 수립에 영향을 주게 되면 큰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일국의 에너지정책은 한 국가의 경제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이 점을 고려하시어 보다 신중한 글이 대외적으로 나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혹 제 글이 윤 사무처장님을 불편하게 했다면 양해해 주시고, 보다 합리적인 에너지정책을 위한 충언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