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엔 주간문춘에서 아베 일본 수상했다는 "한국의 어리석은 나라"란 발언보도기사가 나와서 한바탕 작은 소동이 벌어지더니, 엊그제 기사에선 일본 문부상이 박근혜의 제안했다는 동북아공동역사교과서 추진안을 "적극 환영"했다는 보도가 나왔죠. 그러더니 오늘은 또 일본 관방장관인 스가 요시히데가 대한국 강경 발언을 내뱉았네요. 박근혜의 안중근 의사 표지석 설치 언급과 관련해 안중근은 범죄자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이참에 분명하게 다시 한번 전하겠답니다.

 이거 진짜 뭐하자는 건지. 일본아베정권 내부에서도 대한국 외교노선에 관해 갈팡질팡이라도 하고 있는 건지.

 여기서부터 '소설'입니다. 

 일본의 아베정권에서 대한국 외교노선과 관련해 서로 충돌하고 어긋나는 두 기류가 있다고 한번 가정해 봅시다. 이 가정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가정인지는 잠시 뒤로 제쳐두고 말이죠. 만약 이 가정이 참이라고 했을 때, 전 이렇게 아베정권 내부에서 대한국 외교와 관련해 서로 충돌하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두 계기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일본보수정권의 친미(혹은 연미)노선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 및 한국이 하위 파트너로 대중국 견제 삼각편대를 짜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죠. 이게 아베정권의 대중국 노선입니다. 또, 북한핵에 대해서도 사정은 비슷하겠습니다. 물론 이는 일본 민주당의 아시아 중시 외교와는 대척점에 있는 노선입니다. 그리고 이 구상이 순조롭게 이뤄지려면 우선 일본과 한국이 사이좋게 잘 지내야겠죠. 정치, 외교, 군사면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겠고요.

 둘째, 일본의 아베정권은 '보수정권'이니만큼 보수정권에 걸맞게 근현대 일본역사에 대한 자기인식을 정립하고 싶어합니다. 거칠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일본은 "아름다운 나라"이고 아름다운 나라니만큼 종군위안부니 식민지 수탈이니 하는 추악한 과거를 가졌을 리가 없으며 태평양전쟁(그네들 용어론 대동아전쟁)은 기본적으론 일본의 자위를 위해 떨쳐 일어난 전쟁이었으며 "결과적"으로 귀축영미의 제국주의 발 아래 신음하던 아시아 제국들의 해방을 앞당기는데 한 몫을 했다는 '자기인식'을 가지고 싶어합니다.

 문제는 이 두 목표가 현재 주어진 여건에선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데 있어요. 일본보수우파의 이념에 어울리는 국민사와 자기인식을 갖고자 하면 한국과 계속 말썽이 빚어지고 그러다보면 일본외교의 핵심이 미국이 난처해하거나 좀 귀찮아합니다. 한국과 말썽 일으키지 말고 잘 지내라고 자꾸 잔소리를 해대죠. 아베 정권으로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데 이게 뜻대로 풀리기 어려운 형국이죠.

 여기까지 제 '소설'.

 아무려나 일본 문부성의 저 환영발언은 일단 긍정적으로 봅니다. 막상 시작해서 뭐가 어찌굴러가건 저런 자리들을 자꾸 만들어서 인식의 격차를 담백하게 서로 확인하는 기회를 자주 갖는게 좋아요. 그런데 한중일이 참여하는 동북아공동역사교과서 추진안을 환영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해두고 나서, 제 예상을 덧붙이자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기란 아주 어려울 겁니다.

 왜냐하면 일본우파는 (아사히신문같은 일본의 좌파 혹은 좌파 프렌들리한 진영은 많이 다릅니다만, 우리가 지금 상대하는 측은 좌파가 아니라 우파니까요), 기본적으로 자기네들이 한국의 식민통치에 관해 잘못한 것이 크게 봤을 때 "전혀 없다"라고 확고하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시하라같은 일본 우파내에서도 좀 튀는 "꼴통"들만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담백하고 열린 사고방식을 가진, 대화가 가능한, 정상적이다 싶은 유형의 '일본우파'도 그 점에 관해선 입장이 확고합니다.

  문제를 더 꼬이게 하는 건 사실 "일본은 한국의 식민통치에 관해 사실은 사과할 것이 전혀 없다. 크게 봤을 때 오히려 한국의 근대화 기여했다'라는 이 일본우파의 사상은 "사실과 논증"으로서 깰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입장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는 역사적 사실에 속한다기 보단 사관 혹은 해석의 영역에 속한 문제이기 때문에, 명쾌한 해결이나 합의점을 찾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이 조선인을 상대로 동화정책을 폈는가라는 '사실'여부에 관련해 이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 자체에 관해선 우리나 걔네나 피차 동의하죠), 과연 그것을 식민지 수탈이나 억압으로 간주할 것인가란 '해석'을 둘러싸고 도무지 좁힐래야 좁힐 수 없는 간격이 있는 거죠.

 해서 저런 사업을 벌인다고 해서 단시일내에 뚜렷한 성과를 기대할 순 없습니다.
 다만... 그래도 전혀 안 하는 것 보다는 낫다, 이게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