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을 달궜던 경제민주화와 복지 이슈가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다. 자신들이 중요하게 내세운 공약을 찬성하는 사람들을 몽매한 좌빨 취급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 최장집교수의 표현대로 "선거는 진보적으로, 정책은 보수적으로"가 이 정부와 새누리당의 새로운 컨셉인가보다.  그러나 구차하게 공약 지켜라 훼이크 쓰는 나쁜 넘들 식의 비난은 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굳이 안해도 될 정도로 우리 사회가 잘 굴러가고 있는가, 그것들을 안하고도 새누리당 정부가 계속 집권할 수 있는가이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경제민주화니 복지니 하는 것들을 굳이 거론할 필요 없는 태평스러운 사회이다. 아무래도 이 정부와 여당은 한국 사회가 그런 사회라고 여기는 듯 하다. 필자 역시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였으면 좋겠고, 경제민주화와 복지 이슈가 사라진 이유가 한국이 정말로 그런 사회여서이기를 바란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이 정부는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거고, 따라서 잘 하고 있는 것이 될거다.

하지만 정말로 그러한가?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는 증거는 너무 많아서 힘들게 설명까지 안해도 될 것 같다. 공약을 지키지 않는거야 상황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고 잠깐 욕먹고 사과하면 끝나는 걸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와 여당이 잘못된 현실 인식에 기초하여 반드시 해야 할 것을 방기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전자는 이 정부만의 불행이지만, 후자는 국민의 불행이다.

두번째는 이 정부와 여당이 지금처럼 경제민주화와 복지 이슈를 생까도 계속 집권이 가능할까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 정부와 여당은 얄미울 지언정 현명한 집단이다. 아무리 서민들이 죽네 사네 해봐야 정당의 목표는 집권이고, 헌법 준수하고 국민 과반수 지지를 얻어 집권하는 정당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만약 이 정부의 정책기조가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득을 국민에게 주는 것이라면, 그래서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면 그것을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 정부와 여당이 그렇게 능력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집권 1년차 그 바쁜 시간을 꼴랑 창조경제 하나 굳세게 밀고 있는거 같은데, 새마을운동 운운하는걸 보니 볼짱 다 봤다.

필자가 보기에 몇몇 시끌벅적한 정쟁들을 걷어 내고 나면, 이 정부와 여당은 기존에 해왔던 방식대로 현상유지만 하려는,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먹는 정부다. 하긴 정부가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먹는 것 자체는 나쁜 것은 아니다. 자고로 동양에서는 무위지치를 가장 높은 경지로 쳐주지 않던가. 그러나 집안에 불이 났는데 한가롭게 낮잠자고 있는 꼴을 보는 것 같으니 그저 필자의 어리석인 기우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