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책을 읽고 지혜로워지다

 

  

 

 

<삼성동에서, 경기고를 거쳐,  청담동으로 넘어가는 길 / 이발하러 가는 도중에 찰착>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일찍부터 낙향을 준비하는 사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법인지, 내가 만난 사람 중에서 책을 즐겨보면서 지혜롭게 미래를 준비하고 계신 분이 있다. 그 분과는 마음이 통해서일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한 달에 한번 정도로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그렇다고 꼭 만나야 할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늘 그 분을 만나러 가려고 한다.

 

그 분과 대화를 나누다 알게 된 사실인데, 취미가 두 가지라고 한다. 첫째는 독서요, 둘째는음악 감상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분은 너무나 알뜰하다는 것이다. 아마 10원짜리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로 알뜰한지 얘기를 들으면 혀를 내 두르게 될 것이다. 한번 그 분의 절약생활을 들어보자.

 

책을 좋아하지만 사지 않는다고 한다. 순회 도서관이 돌 때 너댓 권씩의 책을 빌려본다고 한다. 아주 꼭 필요한 책이 아니면 사지를 않는다고 한다. 독서를 사랑하다 보면 책 욕심이 생기게 마련인데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데 만족하는 것 같다. 어쩌면 치심이 잘 되는 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데 빨리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어서 알뜰하게 돈을 모은다고 하신다. 그래서 돈을 많이 아끼는 것이다. 월 용돈으로 채 10만원도 쓰지 않는다고 하니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나중에 시골로 낙향할 때는 책을 모을 거라고 하신다. 강남 청담동이라는 곳에서 사시는데, 부지런만 하면 책을 얼마든지 주워 모을 수가 있을 거라고 한다. 무슨 얘기냐 하면, 사람들이 이사를 오갈 때 책을 많이 버린다는 것이다. 지금은 전세를 사는데 집이 좁아서 책을 보관해 둘 곳이 없어서 책을 주워 오지 못하는데, 버리는 책을 줍기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 책을 모을 수가 있을 것이란다. 나중에 시골로 내려가기 전에는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해서 버리는 책들을 잔뜩 주워 모았다가 시골로 가지고 가서 평생 책을 읽으면서 살겠다는 것이다. 참 재미난 얘기다.

 

이런 그 분의 이야기가 허언으로 들린다 싶을 것이다. 그렇지가 않다. 벌써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있다고 한다. 음악을 많이 좋아하는데, 테이프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좋은 음악을 녹음해 두고 있으시다고 한다.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 중에서 학습용 테이프는 주워다 놓는다고 한다. 그 주워온 테이프에 레코드 판의 노래를 틀어서 녹음을 하기도 하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도 녹음을 해 둔다는 것이다. 만약에 레코드가 고장이 나서 못 들을 경우를 대비해서 테이프에도 녹음을 해 둔다니 얼마나 철저한 성격인지 모르겠다.

 

참 대단하다 싶었다. 그래서 한 달에 용돈을 얼마나 쓰냐고 물어보니 10만원 정도라고 한다. 알뜰하기로는 스크루지 할아버지도 저리가라인 것 같다. 좋아하는 책을 사지 않는 것도 지 그렇고, 집에서 일하는 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도 그렇다. 웬만한 거리는 일을 보러 가더라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자전거가 펑크나도 직접 때운다고 한다. 이만하면 정말 알뜰하지 않은가. 자신의 얘기를 해주면서, 뭐든지 자기가 할 수 있는 직접 하는 게 좋지 않냐고 웃는다.

 

또 다른 취미인 음악 감상을 위해서는 돈을 조금 쓴다고 한다. 레코드를 모으는 취미가 있다는 것이다. 요즘 음악을 듣는 방식도 cd, mp3로 발전을 해서, 사람들이 레코드 판은 거의 듣지 않아서 무척 헐값에 팔고 있다고 한다. 청계천 같은 곳에 가면 싸게 파는데 한번에 10장씩 구입해다 놓는다고 한다. 그렇게 구입해다 놓은 레코드 판을 틀어놓고 책을 읽는다고 한다. 참 얄미울 정도로 알뜰하게 사는 것 아닌가. 이렇게 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늘 즐겁다고 하신다. 하긴 치심이 되니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어서 이렇게 지혜로워 진 것인지, 지혜로운 분이라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선후는 모르겠다. 빨리 경제력을 길러 놓아야겠다고 생각해서인지 요즈음엔 재테크에 관한 책을 많이 보신다고 한다. 그런데 다양한 책을 많이 보아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면서 어려선 남들과 달리 문학작품을 많이 보았다고 한다. 베스트 셀러 같은 책은 잘 보지 않았고, 옛날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던 책들을 두루 보았다고 한다. 교과서에 나오면 그런 책이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 별난 성격이시기도 하다.

 

그러면서 잡지 같은 데도 볼만한 글이 많다며, 어디선가 잡지를 구독해서 본다고 잡지 책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실 사보 같은 잡지에도 좋은 글들이 많이 실려 있긴 하다. 마음의 양식이 되는 글은 충분히 들어 있을 것이다. 발행처에서 정기적으로 잡지를 보내온다고 하는데 무료로 보내주어 돈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가히 알뜰의 경지를 이루었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많이 따라 배우면서 본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광고가 사람들을 유혹하는 자본주의에 살면서도 전혀 유혹당하지 않고 어떻게 저리도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지 참 놀라울 뿐이다. 아마 TV를 보지 않아서 광고에 세뇌되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 다음에 꼭 물어보아야겠다. 책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책을 사람을 만든다고 하는데, 책을 많이 읽으면 사람이 지혜로워지는가 보다.

 

그 분은 일찍부터 알뜰하게 절약하여 돈을 많이 모아서 벌써 남자 미용실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한달 수입이 만만치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도 이리 검소하게 사시는 걸 보니 많은 걸 본받아 야 할 것 같다. 한 달에 한번씩 만나고 있지만 다음달에는 어떤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나는 책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무척 사랑하고 있다.

 

<장난 삼아 영구 머리를 깎아 보았다!> 

 

 

출처: http://www.myinglife.co.kr/bbs/bbs.htm?dbname=D0216&mode=read&premode=list&page=1&ftype=&fval=&backdepth=&seq=33&num=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