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토의는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공통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한더. 영어로 하면 discussion 정도.

토론은 약간은 비우호적일수도 있는 분위기 속에서 입장의 우열을 다투는 것이라고들 한다. 영어로 하면 debate, 또는 argue.

물론 아규라는 말은 논쟁에 더 가까운 말이지만, 보통 토론은 논쟁으로 격화되기도 하니까 대충 비슷한 카테고리 같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난 이러한 정의에 불만이 좀 있다.

토의와 토론을 두부 자르듯 나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토의 없는 토론은 단지 말의 유희이자 언어적 땅따먹기에 불과하고,

토론 없는 토의는 산으로 가고 결론 없이 끝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의와 토론은 같은 과정의 양면을 각각 부각하는 말이라고 봐야지, 서로 독립된 개념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즉 토의든 토론이든 어쨌든 대화와 소통이라는 과정은 해답을 도출하는 방법 중의 하나고, 특히 서로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그 사이에서 타협과 양보를 해가며 hfh토론 참가자들이 보다 나은 지식과 통찰을 갖고 끝맺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생산적인 대화라는 것은 그러할 것이고, 온라인 공간에 공론장이라고 만들어져 있는 아크로같은 공간에서는 특히나 더 그럴 것이다.


그런데 나에겐 나쁜 버릇이 있다. 토론을 하나의 싸움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사실 나는 논리를 겨루는 토론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자부심도 강하고, 그 때문에 토론 와중에 감정이 쉽게 격해지기도 한다.

댓글을 써놓고 그에 대해 엉뚱한 대답이 달리면 답답하고 ㅘ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이는 토론자로서는 적절치 못한 자세이다.

모름지기 소통방식이 서로 다른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토론하다 보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고,

우선 나 자신이 말을 오해받게 하지는 않았나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너무나도 자주 그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이것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건 요전번의 국민성 논쟁.

사실 난 지금까지 내가 옳다고 믿는 데에는 입장의 변화가 없다. 그리고 차칸노르님이 성급하게 논증을 펼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셨다고도 생각한다.

특히 저번에 대륙시대님이 논란이 된 글을 썼을 때 오히려 내가 찔릴 정도로 난 나의 같잖은 권위에 기대서 토론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차칸노르님의 자존심을 짓밟고 인격적으로 모욕하였다.

즉 토론에 임하는 토론자보다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내지는 교관처럼 토론에 임한 것이다.

나의 이러한 모습 때문에 차칸노르님은 꽤나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으신 것 같다.

이제 차칸노르님이 아크로에 다시 오실진 모르겠지만, 늦게나마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게 목숨이 걸린 토론도 아니었을뿐더러 나 자신도 논지를 애매하게 설정했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태도는 분명 부적절한 것이었다.


이 사과를 받을지 아닐지는 전적으로 차칸노르님 마음이다. 모든 사과가 그렇듯이.

다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과라도, 전해지지 않는 사과라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이 글을 쓴다.

앞으로 아크로에서 글을 쓸 때 나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 그리고 남들과 더 잘 토론하기 위해.


차칸노르님,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