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에 다른 글 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철수의 신당이 성공할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에 입당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글도 보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1. 개헌
많은 유권자들이 처한 입장이 다음과 같을 겁니다. "새누리당을 찍기는 싫은데, 그렇다고 왜 굳이 민주당에게 표를 던져야 하나". 이게 작년에 있었던 안철수 현상의 본질이라는 건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할 겁니다. 새누리당 혹은 민주당 이 둘 중의 하나에 투표하는 게 신물이 나는 유권자가 많을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지만, 그 분의 정치적 실험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안철수가 굳이 민주당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자기 신당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유권자들에게 밝히고 투표로써 평가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정치체제로는 양당 구조밖에 유지될 수 없습니다. 이건 큰 문제입니다. 유권자들이, 좌에서 우까지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놓고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독과점 구조에서는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따라서 저는 개헌을 통해서 내각제를 도입하면 좋겠습니다.

2. 현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현이 쉽지 않다는 건 압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정치 개혁을 통해서 민의가 국회에 더 잘 전달되는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여야 합니다.
사실 이 문제는 지난 대선 때 주요 이슈 중 하나 아니었습니까? 비례 대표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이런 좋은 얘기들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얘기는 쑥 들어가 버리고, 온통 국정원 댓글 사건 얘기 뿐입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지난 선거 때 정치 개혁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고 얘기를 했으면서도, 선거가 끝나니 그런 얘기가 쑥 들어간 걸 보면,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이나 다 그저 득표용 발언이었을 뿐이라는 의심이 듭니다.

혹자는 이런 문제는 지선이 아니라 총선과 대선에서 다룰 문제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치개혁 이슈가 선거철에만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되게 하지 않으려면 유권자들이 꾸준히 문제제기 해야 합니다. 민주당 및 다른 야권을 변하게 하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유권자가 변화를 하지 않으면 끝짱 나겠다는 절박함을 심어주는 겁니다. 친노든 비노든, 야권의 그 누구든 정치개혁에 반기를 들거나 뜨뜨미지근하면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선거 때 떨어뜨리겠다는 의지가 확실히 전달 되어야 합니다. 일단 문재인과 안철수가 첫 타겟입니다. 이 분들이 지난 대선 때 정치개혁 얘기를 한 것들, 우리 유권자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 정치개혁에 대해서 별다른 노력을 안 해서 정치개혁이 되지 않는다면, 이 분들은 비난받아야 합니다. 그 수단은 투표가 되어야 하구요.

3. 민주당이 사는 법
국가 기관의 대선 개입, 중요한 문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했던 얘기를 싹 까먹은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경제 민주화, 복지, 정치 개혁, 이를 위해 지금도 민주당이 애쓰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특히 정치 개혁이요. 유권자들에게 이런 메세지를 전달하는 겁니다. "우리는 이런 정치 개혁을 원한다. 유권자들은 표로써 판단해 주길 바란다".
이런 메세지가 전달 되려면, 지금 당장 경제 민주화, 복지, 정치 개혁, 이 이슈들을 다시 꺼내고 청와대 및 새누리당을 압박함과 동시에 대안까지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경오를 비롯해서 여러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서 이런 문제에 민주당이 관심이 크다는 걸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다음 선거 때 "우리의 정치 개혁을 유권자의 투표로써 판단해 주길 바란다"는 메세지가 통할 거고, 승산이 충분히 있습니다. 저는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며 총선 및 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민주당에 투표함으로써 정치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판단되면, 민주당 노선이 제 신념과 다소 다르더라도 주저없이 민주당에게 투표할 겁니다.

지금 청와대 및 여당의 견제 역할만 충실히 하다가, 나중에 "우리에게도 수권 능력이 있고 대안도 있니 지지해달라"라고 말하는 건 도둑놈 심보입니다.

단언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나온 이슈를 먼저 선점하는 쪽이 내년 지선에서 이깁니다. 그리 어려운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