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ve got to get medicine, one of the nurses called. She knew there was some back in the van. She stood up from the dust. Ill go, she said.

We watched as she staggered back, waving her arms. Darting into the van, she grabbed a medical kit. She ran back to the Lidia and gave her a shot of an antihistamine. I dont think shes going to make it, someone said.

 

 

 

예문은 한 소녀가 야외로 소풍을 나왔다가 엄청난 벌떼에 쏘여 기절한 사건을 묘사한 글이다.

 

chapter 02의 주제는 심각한 바이러스. 예문에 있는 sheher를 합치면 9 개나 된다. 어떤 사람의 번역문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녀그애를 합치면 7 개나 된다. 반복되는 그녀그애가 상당히 눈에 거슬린다. 왜냐하면 영어에서는 강박적으로 주어를 붙이기 때문에 she가 반복되어도 어색하지 않지만 한국어에서는 문맥상 의미가 분명하면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도 번역해 보았는데 그녀를 다섯 개 미만으로 줄이기가 힘들었다. 원형희 씨의 해법을 보자.

 

 

 

약을 꺼내와야겠어요. 승합차 뒤쪽에 약이 있다는 것을 아는 간호사가 이렇게 외치더니, 다녀올게요 하면서 땅에서 일어섰다.

우리는 간호사가 팔을 휘저으며 승합차 쪽으로 비틀비틀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재빨리 차 안으로 튀어들어가 의료상자를 집어든 간호사는 쏜살같이 돌아와 라디아에게 해독제를 주사했다.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아요. 누군가가 말했다.

 

 

 

그녀가 한 번도 안 나온다. 하지만 그녀를 없애기 위해 적어도 두 가지를 희생해야만 했다.

 

원문의 <one of the nurses called. She knew there was some back in the van. She stood up from the dust. Ill go, she said.>가 번역문에서는 하나의 문장으로 합쳐졌다. 원문은 간결체인데 번역문은 만연체에 가까워진 것이다. 문학가 중에는 이 차이를 매우 중시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번역가 정효 씨는 절대로 문장을 함부로 나누어 번역하지 말라고까지 이야기한다.

 

나는 구두점의 숫자까지 강박적으로 일치시켜야 한다고 보는 순수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특히 문학 번역의 경우에는 문체를 어느 정도 살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결체를 살리기 위해 그녀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번역할 수도 있고, 짜증나게 반복되는 그녀를 줄이기 위해 문체를 희생하는 방식으로 번역할 수도 있다. 물론 간결체도 살리고 그녀의 반복도 대폭 줄일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이 예문에서 나는 그런 해결책은 못 찾았다. 이 때 어떤 번역이 더 낫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그녀를 없애고 간호사로 대체하면서 중요한 정보 하나가 소실되었다. 원문을 보면 약을 가져오는 간호사가 여자라는 것이 분명한데 번역문을 보면 성별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원문의 one of the nurses를 보면 사건 현장에 간호사가 여러 명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번역문에서는 그런 정보가 소실되었다.

 

 

 

원문의 from the dust땅에서로 번역했는데 dust의 의미를 살리는 것이 나아 보인다. ground가 아니라 dust라는 단어를 쓴 것으로 보아 먼지가 날리는 상태였던 것 같다. 소녀가 발버둥쳐서 먼지가 날린 것인지, 구조대가 황급히 달려오면서 먼지가 날리게 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먼지가 위급한 상태를 나타내는 이미지로 쓰였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나 같으면 먼지 속에서로 번역하겠다.

 

 

 

antihistamine해독제로 번역한 것에도 동의할 수 없다. 원문 그대로 항히스타민제로 번역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의학 지식이 없는 독자라 하더라도 이렇게 번역해도 그 약이 대충 무엇에 쓰이는 것인지는 문맥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예에서는 엄밀함을 희생해서 얻는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