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안철수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재로서는 안철수가 가장 나은 대안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내일 당장 대선을 치른다면 이유불문 안철수에게 투표할 것 같고, 안철수가 성공하여 야권단일후보가 되기를 바란다.  

안철수의 향후 행보에 대해 민주당 입당파와 독자 신당파로 나뉘는 것 같다. 이렇게 의견이 갈리는 배경은 결국 '친노'가 핵심이고, 친노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방법상의 견해 차이에서 발생한다. 친노가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는 안철수가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대단히 낮다. 따라서 안철수에게는 친노들이 저절로 망하는 것이 가장 좋고, 최소한 본인 손으로 친노들을 제압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그러나 친노들이 저절로 망할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은 과거 김대중시절 이기택등의 야권비주류처럼 아무런 정치적기반없이 명망가들 몇명 모여서 쎄쎄세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아무리 기가 죽었어도 엄연히 민주당의 최대계파이며, 듣보잡이던 묘지기 문재인을 무려 야권단일후보로 세우는데 성공했고, 박원순을 밀어 시장으로 당선시켰으며, 비호남 야권 지지층의 상당수와 호남 일부를 장악하고 있다.

때문에 안철수에게 부여된 1차 미션은 친노들을 제압하고 발호하지 못하도록 굴복시키는 것 말고 다른 것은 없다.

안철수가 노무현처럼 단기필마로 입당해서 신데렐라 스토리를 쓰는 것은 이미 물건너 간 것 같다. 독자 신당을 꾸리는 것 자체는 기정사실화 된 것 같고, 이제 남아 있는 선택지는 두가지다. 신당의 덩치를 키워 혁통의 전례처럼 당대당 통합을 한 뒤 문재인 박원순과 경쟁해서 이기느냐, 아니면 민주당을 통째로 몰락시켜 붕괴시키고 야권의 새로운 주류 정당으로 일어서느냐이다. 새누리당 지지층이 30% 정도로 축소되지 않는 이상 천하3분지계는 가능하지도 않고, 결국 둘 중의 하나다. 먹느냐 먹히느냐의 싸움인데, 과연 어느 쪽으로 가는게 더 수월할까?

창당 초기에는 당연히 프리미엄을 누릴 것이다. 본래 듣보잡 아마추어 가수도 오디션 프로에 나오면 음원차트 1위도 하고 응원이 대단한 법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정식으로 음반내고 데뷔하고 나면 소비자들은 돌변한다. 정치도 마찬가지. 한 때 박근혜를 능가했던 안철수의 지지율은 현재 20%선에서 횡보하고 있고, 그마저도 아직 절반쯤은 막연한 기대감이 섞인 거품이라고 봐야한다. 창당해봐야 2석짜리 미니정당이고, 그 정당으로 민주당을 몰락시키고 붕괴시킬 수 있을거라고 믿는 것은 환타지 소설이다. 호남 민심이 약속이나 한 듯이 신당에 쏠리고 민주당을 뿌리채 흔들지 않는 이상 이것이 안철수에게 예정되어 있는 현실이다.

솔까말 현재 안철수의 정치력으로 봐서는 어느쪽으로 가든 길이 없다. 민주당을 종이호랑이로 만들고 제3의 공간에서 뭔가를 하려는 시도는 이미 문국현과 유시민이 성공률 제로라는 걸 몸소 입증해보인바 있다. 이미 지나간 이야기지만 안철수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문재인이 8% 지지율로 빌빌대고 있을 때, 민주당을 환골탈태시키겠다며 쳐들어가서 다 쓸어버렸어야 했다. 그랬으면 현재 대통령의 이름은 박근혜가 아니라 안철수일 수도 있었다. 친노들이 맘껏 설칠 수 있도록 내버려두고 우유부단했던 결과가 현재의 모습이 아니던가. 천운이 손안에 들어왔었지만 걷어찬 것을 누굴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노무현식 단기필마 전술은 시효가 끝났지만, 혁통의 전례는 아직 남아 있다. 친노는 누군가가 직접 숨통을 끊어줘야지 결코 저절로 망하지 않는다. 그게 안철수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싸우기를 두려워하고 모험을 하지 않는 자에게 기회는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