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과학 게시판
지금까지 실시된 수 많은 IQ 검사들을 볼 때 인종 간 점수 차이가 뚜렷하다. 때로는 40점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대체로 동아시아인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백인이며, 아프리카 흑인은 백인보다 훨씬 낮다. 인종 개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개체군(population) 간 점수 차이가 뚜렷하다”로 바꾸어서 읽으면 된다.
몇몇 과학자들은 이런 인종 간 IQ 차이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선천적이라고 주장한다.
http://en.wikipedia.org/wiki/Race_and_intelligence
http://en.wikipedia.org/wiki/J._Philippe_Rushton
http://en.wikipedia.org/wiki/Race,_Evolution_and_Behavior
http://en.wikipedia.org/wiki/The_Bell_Curve
http://en.wikipedia.org/wiki/Arthur_Jensen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종 간 IQ 차이가 부분적으로는 영양 결핍, 지적 자극 부족, “흑인은 지적으로 열등하다”는 믿음 등 때문일 수 있지만 그런 환경적 요인들이 차이를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인종 간 유전적 차이도 고려해야 IQ 차이를 모두 설명할 수 있다. 그들의 주장을 거칠게 표현하자면, 흑인은 선천적으로 백인보다 IQ가 낮다. 이런 주장 때문에 그들은 온갖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비판, 비난, 협박을 받았다.
21세기 초에 어느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공산주의자인 C가 유일신인 야훼에게 기도를 드린다. C는 “흑인은 선천적으로 백인보다 IQ가 낮다”는 명제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믿고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Political_correctness
그는 “하느님, 흑인이 선천적으로 백인보다 IQ가 낮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모든 인종의 선천적 IQ가 같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한다. 신은 그 기도에 감동 받아서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신은 인종이 갈라지기 시작한 시기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후로 인류에게 일어나는 돌연변이, 자연 선택, 유전자 표류(genetic drift, 유전적 부동) 등을 일일이 따져본다. IQ의 인종 간 선천적 차이로 이어지는 진화가 일어날 때마다 근본적인 물리 법칙을 잠시 정지시키면서 그런 진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만약 선천적 차이로 일어나는 진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대로 내버려 둔다.
현대로 돌아온 신은 기도를 올린 C에게 “네 소원을 이루어 주었노라”라고 이야기해준다.
며칠 후 어느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나치인 N이 야훼에게 기도를 드린다. N은 흑인이 선천적으로 백인보다 IQ가 낮아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는 “하느님, 흑인이 선척적으로 백인보다 IQ가 낮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한다. 그런데 N는 C보다도 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신은 N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한다.
신은 우선 자신이 C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행했던 기적이 있다면 그것을 모두 다 취소한다. 그리고 다시 인종이 갈라지기 시작한 시기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후로 인류에게 일어나는 돌연변이, 자연 선택, 유전자 표류 등을 일일이 따져본다. 만약 IQ의 인종 간 선천적 차이로 일어나도록 하는 진화가 일어났으며 그 결과 21세기에는 흑인이 백인보다 IQ가 선천적으로 낮아졌다면 그냥 내버려 둔다.
만약 현재까지 진행된 진화의 결과 인종 간 IQ의 선천적 차이가 전혀 없거나, 백인이 흑인에 비해 선천적으로 IQ가 낮아지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났다면 신이 개입하여 흑인이 백인에 비해 선천적으로 IQ가 낮아지도록 만든다. 물론 이번에도 그 개입은 근본적인 물리 법칙을 잠시 중단시키는 기적을 뜻한다. 인위 선택(人爲選擇)과 비슷한 신위 선택(神爲選擇, artificial selection by God)을 일으키는 것이다.
현대로 돌아온 신은 기도를 올린 N에게 “네 소원을 이루어 주었노라”라고 이야기해준다.
독실한 기독교인들이 이런 시나리오의 현실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당히 궁금하다. 어쨌든 현대 과학자들 절대다수는 이런 시나리오가 엄청나게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현대 과학은 유물론(materialism) 또는 물리론(physicalism)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개인 또는 집단의 정치적, 도덕적, 이데올로기적, 미적 신념은 근본적인 물리법칙을 현재에도, 과거에도, 미래에도 정지시킬 수 없다. 따라서 IQ와 관련된 인종의 진화는 공산주의자나 나치의 신념과는 무관하게 일어났다. 이것은 우리가 어찌해볼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연이 생겨먹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대단한 과대망상이다. 흑인이 백인보다 선천적으로 IQ가 낮다는 명제를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제로 흑인이 백인보다 선천적으로 IQ가 낮을 리가 없다고 믿는 것은 도덕주의적 오류(moralistic fallacy)다.
http://en.wikipedia.org/wiki/Moralistic_fallacy
과학 명제가 옳은지 여부를 따질 때에는 자신의 신념을 제쳐 두어야 한다. 자신의 신념이 아니라 논리와 실증을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
이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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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8
이덕하/ 이건 님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아닙니다만, 전 이런 식의 아이큐 비교에 불만이 많습니다. 더번에 바이올로기 님하고도 한번 이 문제로 토론했었는데요,
우선, 아이큐를 지능과 등치시키는 듯한 경향이 그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요새 교육학 쪽에서는 아이큐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능에 대한 지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아이큐 검사가 지능에 대한 포괄적인 측정지표가 아니라 특정 종류의 지능만을 측정하는 지표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표본선정의 부적절성입니다. 평균적으로 보면 흑인은 대체로 백인에 비해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덜 향유합니다.
물롬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자본을 얼만큼 향유하는가를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지표를 찾긴 어렵겠지만, 최소한 동일 소득수준, 유사한 주거환경, 유사한 교육환경 정도의 변수는 통제를 하고 검사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했음에도 불구하고 흑인이 평균적으로 백인보다 아이큐 내지는 지능이 낮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요.
혹 그러한 요소를 성공적으로 통제한 실험이 있다면 이덕하님이 소개해 주십시오.
디즈레일리 /
저도 IQ와 지능을 등치시키는 것에 매우 비판적입니다. 제 생각에는 거칠게 말하자면 IQ는 온갖 지능들 중 주로 과학기술 능력을 상당히 그럴 듯하게 측정합니다.
모든 환경적 요인들을 완벽하게 통제한 후에 IQ를 측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런 요인들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부유한 흑인의 IQ가 가난한 백인의 IQ보다 낮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어디서 보았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어쨌든 아래 논문이 “인종 간 차이가 선천적이다”라는 것을 암시하는 근거를 잘 모아놓은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본 글 중에서는요.
Race and IQ: A Theory-Based Review of the Research in Richard Nisbett’s Intelligence and How to Get It
J. Philippe Rushton, and Arthur R. Jensen
http://psychology.uwo.ca/faculty/rushtonpdfs/2010%20Review%20of%20Nisbett.pdf
이덕하 님, 윗글만 읽어서는 인종 간 IQ 차이에 대한 독자적 견해를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과학 명제는 신념이 아니라 논리와 실증을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는 지극히 동어반복적인 얘기 한마디밖에 없는 듯싶습니다. 이런 한마디 동어반복적 얘기를 하기 위해 앞에 길게 늘어놓은 신학적 비스무레한 얘기는 전혀 쓸모 없어 보입니다. 요컨대 지극히 낭비스러운 얘기라는 겁니다. 읽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실망을 줍니다. 인식의 낙차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덕하 님은 앞으로 쓸 상세하고 긴 글을 위한 초벌글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지극히 평범하다 못해 내용 없이 밍밍한 저런 글은 아예 발표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두서너 단계 더 파고들어간 심층적인 글을 써서 나중에 발표하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저어기.. 진짜 진짜 죄송한데 콸리아님 말씀에 매우 동의가 됩니다. 20살 젊은이들도 이게 뭐지.. 하고 갸우뚱할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상식이 많이 부족하고 과학에는 문외한인 사람입니다. 덕하님의 글을 예리하게 알아보고 쓰는 글은 아니예요. 단, '강의'라는 제목을 달고 쓰는 글은 이보다 더 일관적이고 심도있게 씌여져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강의라는 것은 학자의 고유영역이기도 하잖아요. 덕하님은 스스로를 아마추어라고 가끔 언급을 하시지만 학자인 것처럼 말씀하시다가 글의 아마추어성 때문에 공격받으실 때에만 그리 말씀하시는 경향이 있으세요(저의 눈팅에 의하면요). 여기 많이 계실 법한 아마추어가 아닌 분들은 덕하님의 글을 보고 굳이 덕하님이 자신을 아마추어라고 일컫지 않아도 '음, 아마추어의 글이군.'이라고 쉽게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나 저같이 지식이 일천한 사람이나 아고라에서 덕하님글에 댓글을 다는 보통사람들은 뭔가 대단한 내용이라고 쉽게 착각할 수도 있거든요. 저는 덕하님께서 자신의 아마추어성을 모호하게 해놓고 반대로 작문 중 마치 본인이 과학자처럼 보일 수 있는 장치를 여기 저기 두신 것을 보면 그 비정직함에 좀 기함을 하게 되는데요. 제게는 큰 거짓으로 보여요.. 제가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제가 아는 것이 많이 없어서 덕하님의 글을 꿰뚫어보지 못하기 때문이니까 그냥 저의 무식을 탓해야 하나요..?
현대 과학은 유물론(materialism) 또는 물리론(physicalism)에 바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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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주장입니다. 과학은 유물론 또는 물리주의가 아니라 방법론적 자연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방법론은 존재론이 아닙니다.
이덕하 / 유물론, 물리론이라고 하면 세계관의 차원에서 신이나 영혼, 여타 자연의 시공간을 초월한 일체의 존재를 부정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방법론적 자연주의란 그런 세계관의 차원에서 초자연적, 비물질적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연구활동상의 출발점으로 삼는 '가정'일 뿐입니다 (말하자면, 신 같은게 있는지 없는지 사실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거 없다고 짐짓 가정해놓고... 시작해서 어디까지 갈 수 있나 한번 '시도나' 해보자, 이런 태도죠).
이는 과학이라는 활동에서 요구되는 '게임의 규칙' 같은 거라고 볼 수도 있어요. 고로 본인의 세계관 면에선 신의 존재를 철썩같이 믿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또는 이슬람교 신자이면서도, 동시에 신의 존재와 같은 초자연적, 비물질적 존재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뛰어난 과학논문을 척척 써내는 유능한 과학자의 존재는 논리적으로 얼마든지 상정가능할 뿐더러, 실제로도 꽤 많습니다.
근데 덕하님도 이거 다 아시지 않나요?
그렇다면, "현대 과학에서 크게 인정 받는 이론들 중에서 유물론 또는 물리론과 모순되는 것을 하나라도 댈 수 있으신가요?"라는 말은 동문서답이죠. 칼도님 얘기는 "과학자로서 훌륭한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것과, 본인의 세계관 면에서 신을 믿고 안 믿고의 여부는 원칙적으로로 별개의 문제"라는 것인데요.
과학적 연구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세계관으로서 유물론, 물리론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은 당연히 칼도님 말대로 허위주장입니다. 막말로, 도깨비나 귀신, 유령, 혹은 예수의 존재를 진지하게 믿고 있는 사람이라도, 그 신념과 논리적 충돌없이 훌륭한 과학연구활동을 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무신론자인) 제가 봤을 때 덕하님은 방법론적 자연주의를 세계관으로서의 유물론과 혼동, 혹은 고의적으로 뒤섞는 조잡-속류 무신론자, 과학주의자인 도킨스 및 그 친구들의 오류를 그대로 추종하고 있습니다.
이덕하 /
1. "본문에서 “현대 과학은 유물론(materialism) 또는 물리론(physicalism)에 바탕을 두고 있다”를 “현대 과학은 사실상 유물론(materialism) 또는 물리론(physicalism)에 바탕을 두고 있다”이라고 바꾸어도 문제가 될까요? "
==> 예.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고대 과학이건, 현대 과학이건 시대를 불문하고 방법론적 자연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말해야겠죠.
2. " 과학적 연구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연구활동과 관련해서는 유물론을 수용하는 것이 20세기 현대 과학의 확고한 관행입니다. 기독교인이 과학자로서 활동할 때에는 적어도 자신의 활동영역에서는 더 이상 기독교인이 아닙니다. 그는 유물론자처럼 활동합니다. "
==> <유물론을 수용>한다는, 바로 이 표현이 좀 애매해요.
일단은 "이론 혹은 가설을 구성할 때 거기에 초자연적 존재(예를 들어 신)의 의지나 개입을 도입하지 않는" 정도로 이해해보죠. 그런데 여기서 <유물론을 수용>한다는 말을 이렇게 이해한다면, 과학자는 자신의 활동영역에서 얼마든지 기독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뉴턴의 경우가 그렇죠. 그 사람은 자신이 구성한 뉴턴물리학 등을 포함한 자연법칙의 존재를 신의 존재 혹은 섭리가 실재함을 지지해주는 '증거'라고 해석했거든요. 물론 뉴턴물리학 자체는 신의 존재나 비존재에 관해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뉴턴 입장에서 보면 그런 과학적 연구는 동시에 "유신론자"로서 신의 섭리가 있음을 보이는 활동의 일환이기도 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방법론적 자연주의를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유신론자로서 활동한 것이기도 하죠.
덕하님이 여기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말은, "기독교인이 과학자로서 연구할 때, 적어도 자신의 활동영역에서는 자연세계에 '수시로', '자의적'으로 개입해서 물리법칙을 이러저래 바꾸곤 하는 '변덕스런 신' 관념을 수용하지 않는다, 설사 그걸 믿는다 하더라도 연구활동영역에서 만큼은 짐짓 그런게 없는양 상정한다"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신 관념은 여러 유신론적 신 관념들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덕하님은 과학이론에서 신의 존재 여부에 관해 일언반구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삼고 있는데, 그런 논리라면 "무신론자가 과학자로서 활동할 때는 적어도 자신의 활동영역에선 더이상 무신론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3. 마지막으로 도킨스에 관해선...
""" Now, if it be retorted that there actually are reasons X, Y and Z for finding a supreme being more plausible than a celetial teapot, then X, Y and Z should be spelled out because, if legitimate, they are proper scientific arguments which should be evaluated on their merits. """
- "A Devil's chaplain", 3.3 The Great Convergence -
바로 이런 견해가 틀렸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경험과학이 아닌, 형식과학의 하나인 수학을 연구하는 수학자들 가운데선 수학적 플라톤주의자들도 제법 있습니다. 그런 수학적 플라톤주의자들에게 도킨스처럼 "경험과학"의 잣대로 그 신념의 타당성, 합리성을 논하라고 하면 어떨 것 같습니까? (실험적 증거를 요구한다든지... ^^). 어불성설이죠.
서평 고수 H. Allen Orr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280「A Mission to Convert」『The God Delusion(Richard Dawkins)』, 『Six Impossible Things Before Breakfast: The Evolutionary Origins of Belief(Lewis Wolpert)』, 『Evolution and Christian Faith: Reflections of an Evolutionary Biologist(Joan Roughgarden)』 서평http://www.nybooks.com/articles/archives/2007/jan/11/a-mission-to-convert
이덕하 / 과학자들이 유물론자들이라는 것과 과학이론이 유물론에 입각해 있다는 것은 서로 구분해야 합니다. 이 둘은 서로 별개의 문제에요. 이 둘을 자꾸 혼동하시면 안 됩니다.
1. "달과 태양의 운동도 지상의 운동과 똑같은 물리 법칙에 의해 움직이며 생물도 무생물과 똑같은 물리 법칙에 의해 움직이고"
==> 되풀이합니다만, 달과 태양과 지상의 운동을 오로지 똑같은 물리 법칙에만 의거해 설명하려는 이론(예: 뉴턴 물리학)이 있다고 칩시다. 이 때 이 이론은 (신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한다는 의미에서) 유물론적 이론일 수 밖에 없는가?
아니죠. 그저 '침묵'할 뿐입니다. 있다, 없다, 가타부타 말이 없는 이론이죠. 그런 의미에서 '방법론적 자연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지언정, 유물론 혹은 유물론에 근거한 이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미 한 얘기이고, 이 점은 덕하님도 이미 동의한 것으로 이해했습니다만...
님이 이 점에 이미 동의를 했다면, 나머지도 마찬가지.
"생물(혹은 인간의 마음)도 무생물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물리 법칙에 의거해 설명하려는 이론"이 있다고 했을 때 그 이론을 (신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한다는 의미에서) 유물론적 이론이 될 수 밖에 없는가? 역시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그 점에 관해선 가타부타 말이 없는 이론이죠.
아인슈타인, 다윈 등이 무신론자였다거나 일관된 이신론자였다는 등 과학자 개인의 세계관에 관련된 사실을 내세우는 것은 여기서 님의 논지에 힘을 실어주지 못합니다. 우리는 지금 <20세기 현대 과학자들의 개인적 '세계관'은 대체로 무신론, 물리주의, 유물론으로 기울었다>는 주장을 검토하고 있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2. 과학과 이신론(또는 범신론)이 모순되지는 않지만 그것은 사실상 신학이라고 보기도 힘듭니다. 게다가 일관된 이신론을 지지하는 사람은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몇명 말고는 없어 보입니다.
==> 사실 덕하님의 주장에서 핵심이 되는 근거는 바로 이 마지막 한 문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여기서 "일관된 이신론을 지지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몇 명 말고는 없다"는 사실주장은 우리가 지금 다루고 있는 문제와는 구분되는 것이라는 점부터 지적을 해두야겠습니다. 님이 여기서 물어야 할 것은 이런게 아니라 바로 아래의 이 질문입니다.
<<< 뉴턴식 이신론, 혹은 방법론적 자연주의와 충돌하지 않는 온갖 종류의 신관념을 현대 물리학자들이 어느날 갑자기 철두철미하게 신봉한다면, 현대 물리학 이론을 크건 적건 수정하거나 처음부터 다시 재출발해서 전혀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야 하는가?
또한 과학연구, 가설의 착상에서부터 검토,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한 실험의 설계 및 시행, 실험결과의 해석, 실험결과의 해석에 따른 가설의 수용 혹은 기각 방식 등등 과학연구활동의 실천양상이 크건 적건 유의미하게 수정되거나 바뀔 것인가? >>>
어느 쪽이건 바뀌는 게 전혀 없겠죠. 사태가 이와 같은 경우, "현대 과학은 사실상 유물론(materialism) 또는 물리론(physicalism)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님의 언설은 제가 방금 언급한 상황을 올바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언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게 실은 가장 중요한 점인데, <사실상의 신학>>인 것과 아닌 것을 가르는 덕하님의 기준이 자의적이며 아전인수격 기준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제 짐작에 덕하님은 아마도 "자연의 시공간을 초월해 있으며 인간과 비슷한 인격성도 갖춘데다 수시때때로 변덕스럽게 자연에 개입해 인과율을 '일방적'으로 제멋대로 바꾼다든지 파괴하곤 하는" 그러한 신 관념만을 <<사실상의 진짜 신학의 신관념 >>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만큼은 매우 보수적인, 혹은 근본주의 성향의 개신교와 의견이 일치하는 듯)
그러나 저는 왜 그런 신관념만을 사실상의 신학으로 봐야하는지 그 이유를 전혀 모르겠음.
제가 제의하는 기준은 이런 겁니다.
현대 기독교 신학대학에서 쓰이는 신학교재에서 목사 등 성직자 교육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들이 배워둘만한 신학이론으로 취급되어 논의되는 것들은 모두 <<사실상의 신학>>에 속하는 것으로 인정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이게 그나마 객관성있는 태도 아닙니까? 덕하님은 자신의 논지전개에 불리하다 싶으면 <<그건 사실상 신학이 아님>>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빤히 있는 것을 없는 척하는, 그런 편의주의적이며 자의적인 잣대를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덕하 / "제가 보기에는 20세기 과학이 공유하는 메타패러다임에는 유물론적 존재론도 들어 있습니다. "
==> 이건 님이 그렇게 믿고싶어 한다는 얘기로밖에 안들립니다. 이건 논증이 아니라 일방적 우기기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창조 과학과 같은 것도 있지만 과학계에서는 왕따 당하고 있지요."
==> 창조과학이 왕따당한다는 걸 들먹이는 게 덕하님에게 전혀 도움이 안되는 때문입니다.
이네들은 "유물론적 존재론" 뿐만 아니라 "방법론적 자연주의" 역시 거부하고 있거든요. 초자연적 신이 생물을 "창조"했다는 걸 "과학적 가설(이론)"으로서 주장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님이 지금 님 주장을 방어하려면, <방법론적 자연주의는 포용하되 유물론적 존재론은 믿지 않는> 과학연구활동이 현대과학에서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바꿔 말해, 방법론적 자연주의는 포용하되 유물론적 존재론을 믿지 않게 된다면 현대과학자집단들이 그네들 이론을 수정하거나 완전히 새로 다시 쓰게 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예컨대, 정상급 현대 물리학자들 중엔 창조주의 존재(그게 이신론이건 뭐건)를 믿거나, 있음직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섞여있죠? 소수나마. 만약 이런 사람들만 모여 현대물리학 이론을 설명하는 교재를 쓴다면, 지금 통용되고 있는 물리학 이론 교재와 내용이 적잖게 수정되거나 완전히 바뀔 수 밖에 없는가?
이 질문에 덕하님이 "그렇다"라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 님은 무슨 말을 해도 안되는 겁니다. <기반>한다는 강한 말을 쓴다는 게 정당화 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자기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할 때에는 이런 메타패러다임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야 현대 과학계에서 인정 받습니다. ... 19세기에 생명 현상과 심리 현상을 신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과학계에서 흔한 일이었습니다."
==> 이 역시 마찬가지인데, 덕하님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줘도 여기서 우리가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건 "방법론적 자연주의"의 적용영역이 생명과 심리학 분야로까지 확장되었다는 정돕니다.
마지막으로
"“논의는 되지만 사실상 아무도 믿지 않는 신학”은 <사실상의 신학>이라기보다는 <가능한 신학>이 아닐까요?"
==> 아니죠. 단 한 명이라도 믿는다면 그건 실재하고 있는 신학이죠.
이덕하님 / 자신이 학문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리고 학자로 자임한다면 모든 단어나 개념들을 분명하게 사용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설령 일반인을 위한 쉬운 강의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덕하님은 위에 dazzling 님이 말씀하신대로 편리하게 입장을 취사 선택하고 있습니다
또한 칼도님 지적대로 유물론이나 물리론과 과학적 방법론으로서 자연주의는 엄청나게 다른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칼도님이나 미뉴에님이 지적하자 뭐 그게 그거아니냐는 식으로 어물쩡 넘어가시는데 그러면 발전이 안됩니다
이덕하님이 이런 저런 비판을 받으시는데 보태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말씀하시는 분들은 나름 덕하님을 생각하는 쪽이라고 보는데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다 떠나서 스스로에게 정직하려면 그리고 스스로 학자라고 생각한다면 도는 학자나 학문을 추구한다면 그것도 과학을 말하고자 한다면
명확하고도 정확한 개념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냥 스스로 정의하고 해석하는 그런식 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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