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 오늘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물론 이것도 명시적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니고 "나를 후보군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완곡어법을 사용했습니다.

박원순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점점 여론조사 등 공식적 수치에서 재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하고 무엇보다 현재의 야권 양대 세력 모두로부터 계륵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안철수 지지층은 지난 단일화 과정에서의 아픔 그리고 최근의 이해찬과 쏙 빼닯은 홍영표의 비망록 뒤통수 정치로 인해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박원순 본인이나 그 측근 각 언론에서도 박원순의 대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박원순의 재선이 안철수에게 이득이 될 것이 없다는 상식적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노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빠들의 순혈주의를 감안해보면 아무리 영남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잔머리만 써온 박원순을 믿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박원순이 자기들보다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니거든요. 야권만 놓고 물어보면 박원순의 지지세도 상당하지만 무당파까지 합친 합산 여론조사에서는 박원순은 안철수나 문재인보다 확연하게 밀립니다. 이는 박원순이 운동권-시민단체 출신으로 안철수나 문재인보다도 왼쪽 이미지가 뚜렷하기 때문일 겁니다.

노빠들 입장에서 박원순의 역할은 안철수 신당이 망신을 당하게 되는 서울시장 3자구도시 확고한 2등을 해주어 안철수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그런 정도의 역할이지 서울시장 재선 같은 것은 크게 기대하거나 바라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다소 왼쪽으로 치우쳐진 이미지나 안철수에게 협찬받은 시장이란 이미지의 한계가 존재하지만 재선까지 할 경우엔 손수조 이긴 문재인보다 중량감이 커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지요.

최근 들어 박원순은 자신의 운동권-시민단체 이미지를 희석시키려고 tv조선 다음으로 극우적인 채널a에서 국보법 유지에 대해 떠보는 듯한 발언을 남겼습니다. 오늘은 자주민보 등록취소를 신청하며 종북 퇴치라는 이미지도 심어주려고 노력하더군요.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에 대해서도 안철수와 별 차이 없는 관망적 입장을 남겼습니다. 

박원순이 노빠들보다는 머리가 좋긴 합니다. 이석기 논란이 한창일 때 기권 소동으로 지지율을 깎아먹고 조롱당하던 모습이나 대화록 삽질로 무덤을 파는 모습에 비하면 확실히 등급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너무 속이 보이는 무브라서 그렇게까지 울림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쉽게 말해 너무 속이보인달까요? 


앞으로 박원순은 대선 불출마를 여러번 더 재론해야 할 겁니다. 일단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이 남아있습니다. 박원순은 민주당 경선을 하고 싶지 않겠으나 새누리당에선 김황식, 안대희, 정몽준 여기에 나경원, 원희룡 등 나름 대어급, 준대어급 정치인들이 경선을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할 겁니다. 그런 판에 민주당만 아무런 생기 없이 박원순을 재공천하자니 민망할 겁니다. 그 이후에도 안철수 진영과의 단일화도 남아있는데 민주당 경선에선 "중도 사퇴해서 제2의 김두관 처럼 대선을 망칠래" 안철수 진영과의 단일화에선 "나 2017년에 대선 나가는 뒤통수 안 친다니까!!!" 이걸 해야죠. 

노걸레나 노마이 수준의 노빠 언론에서야 또 다시 안철수는 양보해라, 뻔뻔한 박원순이 보고 싶다며 빨아줄지 모르겠으나 일반적인 우리나라 분위기상 두번이나 도움 받고 나중에 대선에서 뒤통수를 칠 경우엔 본선에 나가더라도 보기 좋게 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단언컨대 저는 오늘로서 박원순의 2017년 대선 가능성은 없어졌다고 봅니다. 본선이야 어떻게 나갈 수 있어도 당선 가능성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대선 안나간다고 한 사람이 당선된 경우가 없습니다. 노무현이 2000년 총선 패배하고, 박근혜가 2004년 총선 이후에, 안철수가 2011년 이후에 대선 안나간다고 한 적 있나요? 질문을 피했으면 피했지 안 나간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슬슬 박원순이 밑천이 드러나고 있다고 봅니다. 어제 손석희의 뉴스9에 나와서도 자신이 그렇게 비판했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대한 오세훈 플랜을 그대로 재탕한 것, 민자가 들어올지 의심되는 경전철에 대한 추궁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기만 하지 확실하고 명쾌한 언급이 없더군요. 안타깝지만 새누리당 후보가 나름대로 머리가 돌아가는 김황식이나 안대희, 정몽준이라면 토론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어렵겠다 싶더군요.

2011년에야 말 못하는 기부왕 시민운동가 컨셉이라도 잡을 수 있겠으나 이제 어느 정도 환상이 걷힌 마당에도 협찬만 받는 인간이 기부왕 행세를 하면 조롱받기도 좋지요.


예상해왔지만 내년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확실한 파산선고의 장이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