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7일 목요일_” 수능 날 수능거부? ‘투명한 가방끈들’의 외침” by 영희

 



11.7 대학수학능력시험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 시험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수험생 입장에선 수능은 머리가 셀 만큼 진을 빼는 고행이다. 4교시(국어, 수학, 영어, 사회ㆍ과학탐구)를 기준으로 무려 5시간 10분동안 160개 문항에 모든 집중력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5교시 제2외국어ㆍ한문(30문항)을 추가하면 40분 더 늘어난다. 제주일보 11월 6일자 기사

사진_U'S LINE

 

영희: 2014년도 수능날이 밝았습니다. 12년간의 학업에 정점을 찍는 시험인 만큼 학생들과 학부모, 선생님들까지 모두가 긴장하는 날이죠. 그런데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외에 조금 특별한 모임이 같은 날 청계천 광장에서 열립니다. 바로 ‘대학입시거부 선언: 투명한 가방끈들의 모임’입니다. 이들은 작년 11월 1일 ‘대학거부선언: 우리는 낙오자가 아니라 거부자다’라는 모토 하에 단체로 수능응시를 거부하는 운동을 펼쳐 화제가 됐었죠. 그로부터 2년, 입시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삶을 만들어가는 ‘투명가방끈 모임’의 행보를 통해 오늘날의 수능과 교육제도를 살펴봅니다.

 


투명한 가방끈들의 모임?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은 수능 시험일 오전 11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학입시거부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 등 7명이 입시경쟁과 학벌사회를 비판하고 대학진학을 강요하는 교육을 거부하는 선언과 퍼포먼스를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 투명가방끈 모임은 2011년 청소년 18명과 청년 30명이 대학과 입시 거부선언을 하면서 출범했다. 현재 10대~20대 청소년 60명 정도가 모임을 함께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11월 6일자 기사

 


투명한 가방끈들, 그들이 말하는 학력차별 사회


대학 거부 선언 이후, 대학을 거부한 ‘투명가방끈’들은 여기저기 대학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내느라 분주합니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 ‘청소년 정치기본권 운동본부’ 와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거나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등 생활전선에서 뛰면서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고 있는 가방끈들, 그들은 ’물리적인’ 대학이 아니어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발전시켜 나갈 곳은 많다며 ‘나는 지금 또 다른 대학에 와 있다’고 당당하게 외칩니다.
<대학 거부한 ‘투명한 가방끈’들은 지금…> 프레시안 기사

 

[기사 계속]

둠코 씨: 대학 거부를 한 뒤 겪은 어려움도 있었다. 그는 "대학에 안 갔다고 하면 놀았거나 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있다"며 "아르바이트를 해도 흔히 말하는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일과 아무나 뽑는 일에 대우가 다르다"고 말했다. 취업에서 학력 차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는 "기업들이 '이 대학 나왔으니까' 뽑는다는 식이 아니라, '들어와서 같이 배우자'는 식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대학 거부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도 둠코 씨는 "우리는 대학에 가는 사람들이 나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누구에게나 자기 선택이 있고, 대학에 안 간 우리의 선택도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거부 운동이 남긴 과제에 대해 그는 "대학에 가지 않은 20%의 사람들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사회가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애 '학벌 없는 사회' 상근활동가:  현실적으로 청년 정책이 대학생 위주로 돼있고, 고졸 이하인 경우에 청년을 위한 지원 대책이나 제도적 지원이 전무하다"며 "매해마다 자의든 타의든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이 사업장에 들어가서 일을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노동시장의 차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입시 문제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국가가 평생교육 차원에서 고등교육을 책임지고, 대학 서열구조를 평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입시거부선언에 참여한 조만성 씨는 “꿈을 물어 볼 때면 어느 대학에 가고 싶다는 대답을 해왔던 것 같다”며 “공부하는 기계로, 경쟁의 구덩이에 허덕이다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할 때”라며 대학입시거부 이유를 밝혔다. 김재홍 씨는 “수능시험에 응시한다는 것은 현 대학 입시체제를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공기 씨는 “대학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안정한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대학만이 삶을 결정하는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며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 대학 위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참세상 <“우리는 불안하고 불행한 오늘을 거부한다” >

 



그들이 꿈꾸는 교육제도를 향하여...


<'가방끈' 활동인과의 인터뷰>


-고등학생(취재자) : 대학입시거부를 하는 것 자체는 옳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입시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요. (...) 하지만 지금 대학거부를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이 현실을 잘 참아내고, 미래에 훌륭한 사람, 지금보다 많은 힘을 가진 사람이 된다면, 한국 교육을 바꾸는 데에 더 크게 일조할 수 있잖아요. 왜 굳이 지금 대학거부를 하려고 하나요?
 

대학입시거부 운동 청소년(취재원) : 미래가 있을까요? 지금 교육부 장관이나, 소위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을 보세요. 엄청난 엘리트이고, 소위 말하는 ‘스펙’도 대단하신데, 그 분들이 만드시는 교육정책들이 뭐가 그렇게 훌륭한가요. (...)언제까지 제가 '미래에'라는 말에, 하고 싶은 일들, 제가 하는 말들이 다 유예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리다고해서 진지하지 않고, 틀린 말 하는 것 아니거든요.
 

 그리고 대학입시거부운동은 어른이 하나요? 교육부 장관이 하나요? 사회의 눈총에 압력에 학교, 가정의 압력에 의해서 대학을 가야만 하는 저 같은 당사자가 하죠. 왜 지금 하냐고 묻는다면, 저 밖에 할 사람이 없으니까 지금 해요. 교육부 장관 같은 '훌륭한 어른'이 이미 학벌사회 다 없애 버리고, 입시폐지하고, 대학평준화 해버리고, 대학등록금 없애버렸으면 전 대학거부 안 했어요. 할 필요가 없었겠지요.

경향신문 2012년 1월 3일자 기사

 

어쓰(별명, 20)씨: '대학입시거부선언 8대 요구안'을 통해, 우리 교육이 "다양한 답을 인정하는 교육, 체험하고 생각하고 연구하고 토론하는 교육, 참여하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교육"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교육예산 부족을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좋은 교육을 누리지 못하는 원인"으로 보았고, 교육예산 확대를 통한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의 완전한 무상교육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들이 궁극적으로 하는 고민은 '현실적으로 대학 가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누구나 최소한의 먹고 사는 걱정 없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하고 싶을 것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사회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오마이뉴스 2012년 11월 9일자 기사

 


"대학·입시 지상주의서 벗어난 삶 노래해요"


지난해 11월 수능일에 '대학입시 거부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던 투명가방끈이 이번에는 콘서트를 연다. 18일 서울 서교동 클럽FF에서다. 4개월이란 긴 준비기간을 거쳐 막을 올리는 콘서트엔 '밤섬해적단', '와이낫', '가리온' 등 투명가방끈의 활동 취지에 공감하는 뮤지션 7팀이 함께 무대에 선다. 콘서트를 총괄 기획한 힙합뮤지션 시원한형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발랄하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공감하는 장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집회'라는 무거운 형식보다는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겠다는 각오다.
한국일보 2012년 3월 15일자 기사


 


투명한 가방끈들, 그들을 통해 돌아보는 ‘배움’


’투명 가방끈들’의 역습:


배움이란 무엇인가? 내가 지금과는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다. 타자들과의 향연, 그를 통한 존재의 대반전, 그것이 곧 배움이다. 하여, 배움에는 반드시 스승과 벗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계, 그것은 곧 사제지간이다. 일찍이 양명좌파를 대표하는 동양철학사의 이단아 이탁오가 갈파했듯이, “스승이면서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스승이 아니고, 친구면서 배울 바가 없다면 그 또한 친구가 아니다.” 스승이면서 친구인 관계, 사우(師友)! 이 네트워크가 살아 숨쉬는 곳이 곧 대학이다. (...)누구도 배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배움은 살아있는 모든 존재의 지복이자 운명이다. 따라서 배움에는 어떤 목적도, 대가도 필요하지 않다. 자유와 행복, 이보다 더 원대한 목표가 어디 있으며, 이보다 더 확실한 대가가 어디 있는가? 하지만 대학은 이 원초적 동력을 모조리 망각해버렸다. 하여, 배움의 열정을 위해선 대학을 박차고 나와야 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고미숙의 行설水설

 

대학거부 선언이란 이름은 어쩌면 이들에게 너무 거창한 명분이다. 다만 자신이 살아가야 할 사회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작은 힘을 보탠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또한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이 학벌만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행복할 권리마저도 서열과 등급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수능 시험을 보는 날도 이들의 가슴에 수험번호는 없었지만 ‘투명 가방끈’의 친구들도 수험생들만큼이나 바쁜 하루를 보냈다. 거리곳곳을 다니며 “우리는 낙오자가 아니라, 학벌로 순위를 매기는 인생을 거부한다.”고 당당하게 외쳤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청춘이여, SKY말고 진짜 하늘을 보자>

 

 후기 자본주의는 자기 세계 밖의 비판적 사고를 극도로 혐오한다. 대학에 침입한 후기 자본주의는 뉴먼과 아널드의 정신을 몰아내고, 제레미 벤담과 에드윈 채드윅의 부적절한 계산법을 강요한다. 지금 대학에서 후기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있지만, 그 성격상 배수진을 친 지역 전투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제는 이것이다. ‘’철저하게 속물적인 정치 환경에서 진정한 대학을 되살리고 지켜나가기 위해 어덯게 전선을 더 광범위하게 효과적으로 조직할 것인가.’

<마이클 베일리& 데스 프리드먼, 대학에 저항하라 中>

 

 교육과 관련하여 우리는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하나는 배움이라는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일 것이다. 이 두 가지 질문에서 지금 나는 아주 회의적이다. (...) 획일적 훈련은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많이 가진 교육 방식임이 드러나고 있다. 긴 입시 전쟁에서 살아남기를 선택한 학생들은 가슴 없이 머리로만 일을 처리해 가는 인간이 되어 버렸다.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신경을 꺼’ 버리는 버릇이 들어서 더 이상 깊이 있는 탐구를 하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게다가 장기간 지속된 강제적 입시 교육은 청소년들에게 배움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을 안겨 주어, 결과적으로 우리의 ‘전통’이라고 이럴어지는 배움에 대한 존경심은 사라지고 있다. (...) 21세기를 살아갈 아이들의 배움터에 관심을 가진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이제 자명해졌다. 입시문화를 바꾸는 것과 청소년들이 숨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잘 살아보세’의 노래밖에 모르는 어른들이 다른 노래를 배워 부를 때 비로소 입시 드라마의 막은 내려지지 않을까?

<조혜정,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 中>

 

영희: 발행일자가 딱 수능일이라, 수능에 대해 무엇을 발행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수험생 독자들을 배려해서 수능장에서 적용하기 좋은 팁을 써 볼까, 시험 치고 나올 학생들을 격려하는 글을 써 볼까,아니면 앞으로 수능을 치를 예비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들을 위한 입시전략 노하우나 입시정책의 변화를 써 볼까 고민이 많이 되더라구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수험생들이 수능장에 들어가기 전에 행간 읽기를 읽을 것 같지가 않고^^; 수능을 어떻게 하면 잘 치를까? 하는 전략은 행간읽기가 아니라도 메가X터디, 비상X듀 등 공인 ‘입시전문가들’이 많이 해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사는 ‘가치의 문제’에서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빨리 열심히 달리는 것도 좋지만, 왜 달리는지, 달리기의 끝은 어디고 거기엔 무엇이 있는지도 알아야 하니까요…^^ 수능날 수능을 거부하는 학생들 이야기를 다루는 게 수험생들 사기 꺾는 행동일까 조심스럽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다뤄볼까 싶기도 하고,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도 수능이 끝이 아닌 시작임을, 그리고 수능 이후의 삶을 꿈꾸며 고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라구요. 수능이라는 관문까지 달려 온 수험생들과 부모님들, 그리고 내일 용기 있게 수능에 반기를 들고 선언문을 연설할 투명한 가방끈들까지, 내일 하루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