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실업축구 WK리그에서 뛰고 있는 박은선 선수의 성별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돌아가는 꼴이 황당하다.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은 최근 간담회를 갖고 "내년 WK-리그에서 박은선을 뛸 수 없게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 구단은 5내년에 박은선이 계속 경기에 나설 경우 리그를 보이콧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6개 구단이 문제를 제기한 큰 이유는 선수들의 부상 우려 때문이다. 박은선 선수는 키 180, 몸무게 76㎏로 다른 여자 선수들보다 신체 조건이 월등하다. 이 때문에 박은선과 부딪쳐야 하는 선수들은 적지 않은 부상 위협을 받았고 실제로도 그런 사례가 나오곤 했다.

여자축구연맹, 박은선 선수에게 "남자냐 여자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05/2013110503782.html

 

 

 

남자가 여자 경기에서 뛰는 일은 부당하다. 따라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때로는 성별이 애매할 수 있기 때문에 기준을 명확히 정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고의로 성별을 속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성별이 애매한 경우에 대해 판별을 내리기 위해 상대편 감독에게 성별 검사를 요구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꽤 오랜 기간 동안 한국에서 박은선 선수의 성별 문제로 시비를 건 일이 없었다고 한다.

 

2005년 성인 무대에 데뷔한 이후 계속 여자 선수로 뛰어왔고, 이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던 6개 구단 관계자들이 올 시즌 19골을 올려 득점 부문 선두에 오른 박은선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2003년 아시아 여자선수권과 미국 여자 월드컵,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5년 동아시아대회 등 여자 국가대표 선수로 맹활약하며 국가를 빛냈던 선수를 성별 논란으로 갑자기 걸고 넘어지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박은선 성별논란 왜? '女축구 에이스'의 수난

http://news.sportsseoul.com/read/soccer/1266577.htm

 

하지만 박은선 선수가 이전부터 뛰어왔다 하더라도, 국가대표 선수로 맹활약했다 하더라도 남자로 드러난다면 여자 리그에서 퇴출하는 것이 당연하다.

 

 

 

인터넷 서명 운동 내용 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1. 박은선 선수의 선수생활은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박은선 선수를 지켜주세요.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145063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선수 개인에게 모두 맡기면 남자 선수가 여자 경기에 뛰는 부당한 사태를 어떻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남자처럼 생겼다고 의혹을 받는 선수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하는 일이겠지만 남자가 여자 경기에서 뛰는 부당한 일을 막기 위해서는 성별 검사가 어쩔 수 없는 조치다.

 

 

 

박은선 선수가 남자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든다면 6개 구단 감독들은 우선 성별 검사 요구부터 해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행동을 취하면 된다. 성별 기준에 불만이 있으며 성별 기준 개정을 요구하면 될 것이고, 성별 검사가 부실하다고 생각한다면 재검사를 요구하면 될 것이다.

 

만약 성별 기준에도, 성별 검사에도 불만이 없다면 박은선 선수가 여자 리그에서 뛰는 것에 대해 시비를 걸지 말아야 한다. 여자 선수로 인정한다면 다른 선수의 부상 위험이 있든 말든 퇴출해서는 안 된다. 부상 위험을 퇴출의 이유로 드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덩치가 좀 큰 것이 죄인가?

 

 

 

성별 검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박은선 선수를 못 뛰게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6개 구단 감독들이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6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것도 감독이라는 사람들이 “박은선이 남자일지도 모른다”와 “박은선은 남자다”도 구분하지 못할 만큼 바보란 말인가? 아니면 덩치가 커서 상대 선수의 부상 위험이 큰 선수의 경우에는 여자라 하더라도 퇴출해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이상한 사람들인가?

 

 

 

이덕하

2013-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