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끝난 일입니다만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 화성갑 재보선은 여러가지로 곱씹어볼 요소가 많았던 사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선 화성갑 선거가 시기, 지역, 사람이 모두 좋지 않았던, 근본적으로 이기기 힘들었던 선거라는 사실은 아크로의 여러분이나 저나 대체로 공감하던 부분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어차피 질 선거라고 그냥 넘기기에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을 일부 동영상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eHOdtzBTu5I


 

김한길의 연설은 항상 그렇듯 쉽고 무난합니다만, 정치 과잉으로 정치 무관심층이나 중도층에 호소력을 갖기 어려워 보입니다.
정치인이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야 당연하더라도, 이번 화성 갑 재보선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최선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나마 후반부에 등장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8개월 됐는데 이쯤에서 국민들이 경고를 해 주셔야 정신 번쩍 차리고 나머지 4년을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갈 것이며,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떨어뜨리면 이 정권에게는 약이 되는 실패가 될 것"

"오일용은 화성에서 살다가 화성에 뼈를 묻을 사람이지만, 화성의 길도 모르는 사람이, 화성의 사정도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낙하산처럼 화성에 떨어져서 화성 유권자 여러분을 위해서 일하겠다면 속겠는가"


 

하는 부분이 괜찮아 보입니다만, 앞의 시국 관련 부분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어차피 재보선인 만큼 화성 지역의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결속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연설이어서겠습니다만, 중도층의 관심을 돌릴 수 있는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뒤이은 정세균의 일장 연설은 무슨 노망난 시골학교 교장 선생님의 애국조회 연설 같습니다.(논조는 정 반대입니다만...;;)   
 

끊임없이 유신시대 부활 운운하며, 노인들이 많다는 곳에서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 박근혜 정권의 신386 노인들만 살판났다는 둥 눈치없는 소리를 늘어놓는데 듣는 사람이 다 민망합니다.


 

어디 대학생들 모아놓고 강연하는게 아니라 봉담읍 하나로마트 앞에서 하는 연설을 저 따위로 하다니, 이것이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 당시 그나마 합리적으로 보이던 정세균 정말 맞나 싶습니다.


 

"일꾼을 뽑겠습니까, 상전을 뽑겠습니까?"라는 마지막 부분만 건질만하게 들립니다만, 화성 유권자가 그의 연설을 많이 듣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울 지경입니다.


 

차라리 김진표의 잡상인 같은 연설이 가장 나아보였습니다.

비리정치인 서청원 같은 인물을 수도권 한복판인 화성에서 공천하다니 화성 사람들을 무시한 처사라는 말이나, 서청원은 당선 즉시 중앙정치로 옮겨 단 한번도 지역에 얼굴 내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정치성향과 무관하게 화성 시민들이라면 귀기울일만한 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왕 내려간 지도부라면 거리에서 연설을 하는 방식보다는,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직접 만나 간단명료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 생각이 든 것은 아래 노인복지회관에서 했다는 유세 모습을 보고나서 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D5ZoK9x0tfE


 

김한길: 저는 민주당 국회의원 하면서 당대표를 하고 있는 김한길이라고 하구요. 아시죠? 최명길이 신랑이예요...(좌중 웃음)
그리고 여기가 여러분들한테는 더 중요한, 이번에 화성에서 선거가 있는데 거기 이번에 출마했어요. 여러분 아들 또래의 아주 젊은 사람인데 화성을 위해 몸던져서 일하겠답니다....(후략)


 

김한길한테는 이런 느낌의 유세가 위의 하나로마트 연설보다 훨씬 나아보입니다.


 

주민들을 접촉하는 부분에서도 아쉬운 점이 보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민주당을 지키는 사람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만, 오일용은 드러나는 경력이 부족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유권자들을 대하는 방식이 별로 세련된 것 같지 않았습니다.
유세 동영상들에서 보이는 유권자를 덥썩덥썩 끌어안는 모습은 본인 입장에서 화성 주민에 대한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일지 모르지만, 사람에 따라 부담스러울 것 같습니다.
표정이나 몸짓 역시 피곤해서인지, 아니면 긴장한 탓인지 전반적으로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국회의원이 되기엔 아직 내공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화성갑이 수도권치고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개발 이슈로 땅값이 많이 오른 지역이라는 점입니다.

막말로 "수도권 집값 떨어뜨리려고 환장한 민주당 놈들"이 와서 환경이 어떻네, 부동산 거품이 저떻네 하며 판을 깰까봐 노심초사하는 지역이라는 뜻입니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 의원이 당선이라도 되서 박근혜 정권 때려잡자고 앞장이나 서면 화성갑 주민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입니다.


 

한마디로 화성갑은 2013년에 민주당이 국회의원을 당선 시킬 수 있을리가 전혀 없는 곳입니다. 포항은 말이 필요 없는 지역이고요.

 

그러니 애시당초 김한길 뜻대로 이번 재보선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최선책이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김한길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왜 싸우지도 않고 물러나느냐고 패악을 부렸다는 최고위원 놈의 귀싸대기를 날리지 않은 것 뿐 입니다.
어설프게 재보선 분위기에 휩쓸렸다가 박근혜 정권의 목덜미를 잡은 손이 다소 느슨해졌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연설처럼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본론은 여기서부터입니다.
일단 노빠 배양의 본거지로 생각되는 팟방에서 찾은 재미난 글을 하나 소개합니다.


 

http://www.podbbang.com/dailypod/cate/sisa/207


 

이 시점에서 민주당의 지도부 책임론 부상과 지도부 교체 여론도 높아지리라 본다. 부정선거를 부정선거라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민주당, 국민의 동력을 가장 중요한 순간에 허물어버리는 현 지도부의 정치적 리더십, 야성을 잃어버린 민주당에게 표를 줄 국민이 어디 있을까?

쉬운 말로, 차떼기와 불법적 공천헌금 비리 전력자자, 철새 정치인에게도 패배한 민주당, 지난 4월 재보선에 이은 이번 패배는 제1 야당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민주당의 지도부 책임론과 교체론, 그리고 수권정당 민주당을 만들어낼 새로운 인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2013년 10월 30일, 특히 경기도 화성지역에서 부패한 정치인을 상대로 최선도 다하지 않고 33.5% 격차로 패배한 이번 보궐선거는 참패다.

민주당이 내세운 '정권심판론'은 녹슨 녹음기였다. 차라리 '부정선거 심판론', 혹은 '정권퇴진'을 외쳤어야 했다.

 


 

최근 친노들의 헛발질이 부쩍 심해졌다 싶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이것은 이른바 친노식 정면 돌파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재인의 느닷없는 나잡아가라부터 홍영표의 뜬금없는 안철수 저격, 여러 팟캐스트와 정체 모를 노빠들의 김한길 교체론은 이상하리만치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친노 입장에선 가만히 있다가는 뼈도 못추리겠다는 위기 의식 속에서 그들이 직면한 대화록 실종과 민주당 당권, 안철수라는 가장 심각한 3가지 문제를 가장 선호하는 정면 돌파 방식으로 타개해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황당하고 약한 공격이라 대상자들은 공격받았는지도 잘 몰랐겠습니다만, 하여간 가만히 생각해보니 공격 맞습니다.


 

패배가 뻔한 화성갑 선거에 대해 이길 수 있다는 괘변이 난무할때부터 조금 수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일단 문재인이 대인배 포스로 나잡아가라는 꼬장을 부려 지지자들을 결집시킨 뒤, 화성갑을 이길 수 있는 곳으로 단정짓고 그 패배의 책임을 물어 김한길을 끌어내리는 동시에, 안철수, 아니 간철수의 구태적 정체를 폭로해서 야권의 유일한 대안으로 우뚝 서겠다는 장대한 계획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친노의 상황 판단 능력으로 본다면 성공 확률 90% 이상인 계획이었겠습니다만, 이 가운데 한가지 작전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는 친노 구성원들의 무능을 고려해볼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노가 무엇을 했는지조차 기억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