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게시판
한 보름 정도 전에 외국 번역회사 한 곳에 프리랜서 번역사 지원을 해서 합격해서 지금 수습 과정에 있다. 시체 수습 말고.
내부 교육 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는데 규모가 장난은 아니구나 싶고 나름 짜임새 있는 교육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저쪽은 저렇게도 자원이 풍부하니 저런 것도 갖추어 놓고 어쩌구저쩌구 그런 단상을 가끔 해본다.
그런데... ... .
각 대륙 십 여곳 넘는 국가에 현지 지사를 두고서 이 모두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둔 곳이라 인력이 엄청나다. 아직 수습인데 분야가 그래서 그런지 일감은 들어온다. 그런데 자꾸 인도 IT업계 사람들 생각이 난다. 그리고 다국적 기업들이 마냥 써먹는 그 놈의 아웃소싱을 보게 된다.
그네들이 제조업을 노동력 싼 3세계로 옮기듯이 번역과 IT 그리고 고객지원 서비스 등등 서비스 산업 역시 이미 국경을 넘어섰다. 어느 날은 영국에서, 또 어느 날은 홍콩에서, 캐나다에서, 미국에서, 에스빠냐에서, 중국에서 오퍼는 마구 들어온다. 수습이 끝나려면 내부 교육과정을 마치면 된다. 한 절반 정도 해두고 지금은 쉰다. 내 보기에 빤한 것이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목은 끝났으니 앞으론 그냥 시간을 내 교육 자료를 살펴보면 땡.
그나저나 재네들 시스템도 내부 들여다보면 허점 투성이야 클클. 화장품 덕지덕지 칠한다고 원판이 변하나. 그런데 원래 세상이 그러한 것이다.
다른 업체들은 서비스 요청서에 번역료가 적혀 있는데 이곳은 묘하게 그게 없다 :) 알고 봤더니 인트라넷 비슷한 곳에서 offer-counteroff- ...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는군. 그런데 번역료가 재밌다. 물론 국내 번역료에 비하면 그럭저럭 나은 수준이지만 내 보기엔 헐값으로 부리려 든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한국 번역사들이 그 헐값에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네들 대체 왜 그러지? 담합을 뜻하는 게 아니라 제값은 받으려구 외국 번역회사 문을 두드렸던 것 아닌가. 그런데 왜... ... .
하긴 나같은 신참도 드물긴 하겠다. 첫 거래부터 니들 제값 주고 일 맡겨라 이런 말 하는 프리랜서. 괜찮다. 걔네들은 일 제대로 해주면 별 말 없다.
이 동네 돌아가는 시스템 보니 딱 신자유주의 체제다. 그렇다면 나도 플랫폼에 올라타서 상대편하고 흥정을 해야지 뭐. 얘네들 그냥 돈은 돈이다. 중요한 것은 항상 계약서대로 일이 처리되는가이다. 따라서 나는 제값을 부르면 된다. 상대가 응하지 않으면 말고 :)
돌아가는 폼을 보아하니 수습 딱지 떼고 나서 한 달에 열흘 보낼 일감 잡으면 우리 동네 그럭저럭 먹고사는 월급쟁이들 월급은 나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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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할만치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어지간한 전문직종들 역시 한 오십 넘어선 사람들 아니면 모를까 이미 경쟁에 포화상태라 많이들 힘들다. 빛 좋은 개살구 신세. 그래 그렇게들 비열해지는 것이다. 비열함 = 짐승. 지금 딛고선 자리에서라도 밀려나지 않으려는 몸부림. 비열해지지 않으려면 도움을 청하면 된다. 나 지금 힘들다고. 지금 내 좌표가 이렇다고 인정하고 거기서 시작하는 것. 그래 실은 댁들 주변 사람들도 댁이랑 같아. 서로 숨기는 것 뿐이지. 도움을 청하려면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면 된다. 그런데 인간 세상에서 그것만치 힘든 일도 없다. 그리고 세상에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나는 기득권자이다. 원룸 살아도, 많이 배우지 않았어도 가진 거 없어도 기득권자는 기득권자이다. 나이 처먹은 것들은 대개 어쩔 수 없이 기득권자이다. 해서 지역 토호세력과 좀 교류를 해볼까 생각 중이다. 거기서 내가 다수에겐 선한 이로 극소수에겐 악마로 남을지도 모른다. 허나 악마가 되기엔 내가 사람이 원체 괜찮다 :) 그저 시간이 내 편일 뿐. 그리고 그 놈의 연민만 버리면 되는데. 이건 더 갈고 닦아야지.
나는 그런저런 자리 차지하고 있는 수컷들 기죽였을 때 그 놈 암컷이며 새끼들은 지역사회에서 봉으로 살아갈텐데, 어쩌면 암컷은 이리저리 알게 모르게 몸 대주고 살아야할 텐데 그게 걱정이 되어서 혼내주질 못하겠다. 무엇보다 그 수컷이 자살해 버리지나 않을까 두려워서.
다시 약법 1장: '어떻게' 벌어 먹고 사는가가 사람의 일생을 결정한다. 나머진 별 거 아니다. 인생은 경연의 장이지 경쟁의 장이 아니다.
유대인 남자를 출산하면 죽이라는 파라오의 명을 거부하고 거짓으로 여자라고 한 산파에게 하나님은 복을 주셨다고 기록이 되었습니다
율법에는 남의 밭의 포도나 이삭을 잘라먹거나 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보따리에 싸가지고 오는것은 도둑질로 간주
귀퉁이 밭의 곡식은 베지 말고 그냥 두라고 했고 밭주인은 이삭을 줍지 말라고 했습니다.
짐승이나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율법입니다.
또한 가난이 대물림 되지 않고 부모의 잘못으로 가난하게 평생을 보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7년이 되면 빚져서 종이된 사람은 해방이 되고
땅은 50년 희년이 되면 원주인에게 돌려 주게 되어있고요
그래서 땅가격은 희년이 얼마나 남았느냐에 따라 달라졌다는
그것도 모자라서 판땅이나 기업은 가장 가까운 친척이 형편이 되면 사서 돌려주게 되었다는 안하면 권리는 없어지고 강제법은 아니지만 평판이 나빠지겠지요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3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있다. 절정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 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장이에게
땅 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장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들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만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만큼 적으냐
정말 얼만큼 적으냐......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1965
이 시가 요즘 세상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속담이고 상대성이기도 하죠. 저 시를 들이대고 그러지 말라고 하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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