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쇼: 진화가 펼쳐낸 경이롭고 찬란한 생명의 역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김영사, 2009

『The Greatest Show on Earth: The Evidence for Evolution』, Richard Dawkins, Free Press, 2009

   

 

 

종교에 대한 굴드의 헛소리
 

내가 왜 종교 문제에 대한 굴드의 생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지는 아래 글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굴드는 근본주의적 기독교만 문제라고 본다.

 

「진화 심리학, 행동 유전학, 종교에 대한 스티븐 제이 굴드의 헛소리 (version 0.2)」

http://www.skepticalleft.com/bbs/tb.php/01_main_square/38948

 

 

 

 

 

과학과 종교는 완전히 화합할 수 없다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에서 종교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지상 최대의 쇼』에서는 어느 정도 생각이 바뀐 것 같다.

 

도킨스는 많은 일반 신자들이 구약성서에 나오는 황당한 창조론을 여전히 믿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우리는 주교들과 박식한 성직자들이 진화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신도들도 그러하리라고 어수룩하게 믿어버려서는 안 된다. 내가 이 책의 부록에 정리해두었듯,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오히려 그 반대라는 증거가 넘친다. 미국인 가운데 40퍼센트 이상은 인간이 다른 동물에서 진화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하느님이 지난 1만년 안짝에 우리를(의미상 모든 생명을) 창조했다고 믿는다. 영국에서 그렇게 믿는 사람들의 비율은 미국만큼 높지는 않지만 충분히 걱정스러운 정도다. 이것은 비단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교회로서도 걱정스러운 일이어야 한다. (『지상 최대의 쇼』, 19쪽)

What we must not do is complacently assume that, because bishops and educated clergy accept evolution, so do their congregations. Alas, as I have documented in the Appendix, there is ample evidence to the contrary from opinion polls. More than 40 per cent of Americans deny that humans evolved from other animals, and think that we – and by implication all of life – were created by God within the last 10,000 years. The figure is not quite so high in Britain, but it is still worryingly large. And it should be as worrying to the churches as it is to scientists. (『The Greatest Show on Earth: The Evidence for Evolution』, 6쪽)

 

물론 이것은 과학자들에게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도킨스가 생각하듯이 교회로서도 걱정스러운 일일까? 내가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교회는 신에 대한 일반 신자들의 믿음과 그런 믿음 때문에 나오는 십일조로 먹고 산다. 십일조로 먹고 살기는 근본주의 성직자나 자유주의적 성직자나 마찬가지다. 신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 자유주의적 성직자들도 실업자가 되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성직자인 이상 신에 대한 믿음 즉 미신과 관련하여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것이다.

 

 

 

 

 

자유주의적 성직자가 진화론을 받아들인다고?
 

도킨스는 자유주의적 성직자들과 신학자들이 이제 완전히 과학의 편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쓰고 있다.

 

고위 성직자들과 신학자들은 진화에 이견이 없다. 많은 경우에 그들이 과학자들을 활발하게 돕고 나서는 것도 사실이다. (『지상 최대의 쇼』, 16쪽)

It is frequently, and rightly, said that senior clergy and theologians have no problem with evolution and, in many cases, actively support scientists in this respect. (『The Greatest Show on Earth: The Evidence for Evolution』, 4쪽)

 

캔터베리 대주교도 진화에 대해 아무런 이의가 없고, 교황도 그러하며(고생물학적으로 정확히 언제 인간의 영혼이 육체에 주입되었는가 하는 기묘한 문제를 놓고 의견차가 좀 있긴 하지만), 학식 있는 사제나 신학 교수라면 다들 마찬가지다. (『지상 최대의 쇼』, 18쪽)

The Archbishop of Canterbury has no problem with evolution, nor does the Pope (give or take the odd wobble over the precise palaeontological juncture when the human soul was injected), nor do educated priests and professors of theology. (『The Greatest Show on Earth: The Evidence for Evolution』, 6쪽)

 

진화에 대한 증거들을 주의 깊게 살펴본 성직자들과 신학자들은 이미 맞서 싸우기를 포기했다. 마지못해 포기한 사람도 있고, 리처드 해리스처럼 열성적으로 포기한 사람도 있지만. 한심하리만치 무지한 자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내키지 않더라도 진화가 사실임을 받아들였다. 신의 손길이 진화 과정을 개시했으나 이후의 발전에 대해서는 손을 뗐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최초에 신이 우주에 시동을 걸었고, 모종의 심원한 목적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물리 법칙들과 상수들을 조화롭게 부여함으로써 우주의 탄생을 경건하게 하였으며, 결국 우리 인간이 그 목적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툴툴거리면서 인정하든, 행복한 마음으로 인정하든, 사려 깊고 합리적인 종교계 인사들은 모두 진화의 증거를 받아들였다. (『지상 최대의 쇼』, 18쪽)

Bishops and theologians who have attended to the evidence for evolution have given up the struggle against it. Some may do so reluctantly, some, like Richard Harries, enthusiastically, but all except the woefully uninformed are forced to accept the fact of evolution. They may think God had a hand in starting the process off, and perhaps didn’t stay his hand in guiding its future progress. They probably think God cranked the universe up in the first place, and solemnized its birth with a harmonious set of laws and physical constants calculated to fulfil some inscrutable purpose in which we were eventually to play a role. But, grudgingly in some cases, happily in others, thoughtful and rational churchmen and women accept the evidence for evolution. (『The Greatest Show on Earth: The Evidence for Evolution』, 6쪽)

 

계몽된 주교들과 신학자들로 돌아와서, 그들이 스스로도 개탄해 마지않는 반과학적인 난센스와 싸우는 일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주면 좋겠다. 진화는 진실이고 아담과 이브는 존재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동의하면서도, 설교단에 설 때는 아담과 이브가 실존 인물이 아니었다는 점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그들을 거론하면서 도덕적 또는 신학적 교훈을 강론하는 무분별한 설교자가 얼마나 많은가! (『지상 최대의 쇼』, 19쪽)

To return to the enlightened bishops and theologians, it would be nice if they’d put a bit more effort into combating the anti-scientific nonsense that they deplore. All too many preachers, while agreeing that evolution is true and Adam and Eve never existed, will then blithely go into the pulpit and make some moral or theological point about Adam and Eve in their sermons without once mentioning that, of course, Adam and Eve never Actually existed! (『The Greatest Show on Earth: The Evidence for Evolution』, 7쪽)

 

이것은 웃기는 얘기다. 자유주의적 성직자들은 근본주의적 성직자에 비해 약간 더 과학을 인정할 뿐이다. 이 책과 관련해서 이야기하자면 약간 더 진화론을 인정할 뿐이다. 히틀러보다 약간 더 착한 것이 큰 자랑거리가 아니듯이 기독교 근본주의자나 이슬람교 근본주의자에 비해 과학을 약간 더 인정하는 것은 큰 자랑거리가 아니다.

 

진화론을 인정하는 정도를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1.       소진화도 부정.

2.       소진화는 인정하지만 대진화는 부정.

3.       대진화까지는 인정하지만 심장, 허파, 간과 같은 놀랍도록 정교하고 복잡한 구조는 신의 안내를 받아 만들어졌다고 생각함.

4.       온갖 복잡한 신체 구조가 신의 안내가 아니라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정신과 관련된 것은 신의 창조물이라고 생각함.

5.       인간의 정신 역시 신의 개입이 없는 진화의 산물이라고 인정함.

 

근본주의자들 중에는 소진화조차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인위 선택에 의한 품종 개량이라는 아주 뻔한 사실을 상기하도록 하면 소진화까지는 인정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대진화를 인정하는 근본주의자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들은 결코 인간이 물고기나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다는 것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즉 근본주의자들은 1번이나 2번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자유주의적 기독교인들은 어떤가? 그들은 기껏해야 4번까지만 나갈 뿐이다. 그런 입장을 잘 보여주는 것이 교황의 다음과 같은 말이다:

 

인간의 몸은 그 이전에 존재했던 생명체에서 생겨났다 하더라도(If the human body take its origin from pre-existent living matter), 영혼은 하느님이 직접 창조하셨다. ...... 결과적으로, 영혼이 생명체의 힘에서 출현한다고 또는 생명체의 부수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간주하는 – 이것은 진화론을 부추기는 철학과 부합한다 - 진화론은 인간에 대한 진리와 양립하지 못한다. 또한 개인의 존엄을 뒷받침할 수도 없다. (『빈 서판: 인간은 본성을 타고나는가』 332쪽, 『The Blank Slate: The Modern Denial of Human Nature』 page 186, 교황이 1996년에 했던 연설)

 

사실 마르크스주의자들처럼 진화론을 완전히 인정한다고 떠벌리는 사람들도 인간의 정신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은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소진화는 인정하지만 대진화를 부정한다면 그것은 진화론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대진화는 인정하지만 정교한 구조는 신의 안내에 따라 진화했다고 본다면 그것은 진화론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동물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인간은 신의 창조물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진화론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인간의 육체는 진화의 산물이지만 인간의 영혼은 신이 만들었다고 본다면 그것은 진화론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인위 선택에 의한 품종 개량이라는 뻔한 사실이 있음에도 소진화를 부정하면 너무 바보 같아 보이기 때문에 소진화까지만 인정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진화론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바보 같아 보이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고등 교육을 받은 성직자가 대진화까지 인정하는 것도 별로 다를 바 없다. 그들에게는 과학 정신은 알 바 아니다. 너무 바보 같아 보이지만 않으면 그만이다. 만약 정말로 과학 정신에 충실하다면 인간의 정신까지도 자연 선택과 유전적 부동과 같은 진화의 산물이며 신의 개입은 없었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일관된 이신론자 또는 범신론자는 거의 없다
 

“최초에 신이 우주에 시동”만 걸고 은퇴했다고 보는 이신론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인슈타인이 그런 일관된 이신론 또는 범신론을 옹호했다.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다윈 역시 그런 일관된 이신론 또는 범신론을 믿었던 듯하다. 하지만 이신론이나 범신론을 일관되게 믿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과연 기독교 성직자 중에 1%나 될지 의문이다.

 

기독교 성직자 중에 대진화까지 인정하는 사람은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들 중에 예수의 기적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1%나 될까? 처녀가 애를 낳고, 죽은 사람을 살리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을 믿는 것은 진화론을 부정하는 것만큼이나 “반과학적인 난센스”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독교 성직자들이 “예수의 기적 이야기는 몽땅 뻥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법이 거의 없다. 왜냐하면 창세기에 나오는 창조론보다 신약에 나오는 예수의 기적 이야기가 자신의 밥줄과 더 연관이 크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적 성직자들도 과학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점에서는 근본주의자들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근본주의적 기독교와 자유주의적 기독교의 차이를 과장하지 말자
 

근본주의자로 불리는 사람들도 성경 구절을 몽땅 믿고 따르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현대 사회에 적응한다. 미국에서 근본주의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다음 성경 구절을 믿고 따르겠다면서 장애인을 교회에서 쫓아내려는 미국 기독교인은 다행스럽게도 사실상 없다.

 

야훼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론에게 이렇게 일러라. ‘너의 후손 대대로 몸이 성하지 않은 사람은 그의 하느님께 양식을 바치러 가까이 나오지 못한다. 소경이든지 절름발이든지 얼굴이 일그러졌든지 사지가 제대로 생기지 않았든지 하여 몸이 성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가까이 나오지 못한다. 다리가 부러졌거나 팔이 부러진 사람, 곱추, 난쟁이, 눈에 백태 낀 자, 옴쟁이, 종기가 많이 난 사람, 고자는 성소에 가까이 나오지 못한다. 사제 아론의 후손으로서 몸이 성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야훼께 가까이 나와 번제를 드리지 못한다. 몸이 성하지 못한 사람은 그의 하느님께 양식을 바치러 가까이 나오지 못한다. 그러나 하느님께 바친 양식, 곧 더없이 거룩한 것과 보통으로 거룩한 것을 받아 먹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는 몸이 성하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휘장 안으로 들어가거나 제단 앞으로 나가서 나의 성소를 더럽혀서는 안 된다. 사제들을 거룩하게 하는 이는 나 야훼이다.’” (레위기 21:16~23, 공동번역 개정판)

 

또한 크리스천 사이언스(Christian Science) 파를 제외하면 근본주의자들도 병에 들면 병원에 간다. 믿음 치료(faith healing)가 미국에서 어느 정도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주의자들도 병원에서 잘 치료할 수 있는 병의 경우에는 일단 병원을 찾는다.

 

자유주의적 기독교인들은 근본주의적 기독교인들에 비해 현대 과학과 현대 도덕 규범에 약간 더 적응했을 뿐이다. 그래서 대진화를 인정하기도 하고, 동성애가 죄악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이 차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자유주의적 기독교와 근본주의적 기독교 사이에는 차이가 있으며 그런 차이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도킨스는 마치 자유주의적 기독교인들이 과학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라도 한 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도킨스는 굴드를 닮아가는 것 같다.

 

도킨스와 굴드의 생각과는 달리 자유주의적 기독교인들도 신과 예수에 대한 온갖 말도 안 되는 미신에 흠뻑 빠져 있다. 종교의 기본적인 습성과 논리 때문에 과학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0-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