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피로감.

  공식취임일로부터 이제 만 8개월 가량 지났지만, 기분만 따지만 벌써 임기 3년은 훌쩍 채운 것 같습니다.
  피로감을 느낀다는 거죠. 
  저같은 사람들 제법 되지 않을까요? 


 2. 덕담. 

 지난 대선 당시 야권패배를 예상하면서도 하나 위안으로 삼은 것이 그래도 이명박 시기보단 덜 나쁠거란 기대감?이었습니다.
 개박이이명박 정권이 바닥을 친 셈이고 앞으로 누가 되건 그 이상 나빠질 일은 없을 거란 기대감이었죠. 
 몇몇 사안에 국한한다면 제 기대을 박근혜가 충족시켜 줬습니다.
 
 우선 대운하 사업같은 누가 봐도 어처구니없는, 강바닥에 돈을 내다박는 황당한 국책사업을 벌이지는 않고 있죠. 
 대미, 대중, 대북관계 관리도 그럭저럭 괜찮아 보입니다. 
 

 3. 민주당의 퇴행성, 박근혜 정권의 퇴행성.  
 
  예전에 최장집이 국회에서 이런 강연을 했다고 해요. 
 
   민주당의 노선을 말할 때 크게 다음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첫째, '민주 대 반민주'라는 전통적 진영노선. 
  둘쨰, (새누리당과는 차별화되는) 대안적 정책 및 정부를 고민하는 노선. 

 현 민주당의 문제점은 철지난 운동권식 '민주 반민주' 구도에 구태의연하게 매몰되어 있다는데 있다
.


 그날 강연의 자료문에 실린 구절 하나를 직접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진영간 대립 노선은 반-MB, 반-박근혜, 반-한나라당의 슬로건이 상징하듯 두 블록간의 전선을 상정. 격렬하고 공격적인 언사를 동원해 상대를 공격. 사람들을 흥분시켜. 예를 들어 매일 MB, 박근혜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를 발굴해 공격하는데 집중하는 것. ‘독재회귀’, ‘신공안정국’등을 매일 외치는 것, 그 효과에 있어 늑대가 온다고 부르짖는 양치기 소년을 연상시킴.


 짧게 말해 정치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운동권식 거리의 정치를 지금도 하고 있다는 거죠 (최장집은 민주당을 표류하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들 중 하나로 이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하나 재밌는게 이런 최장집의 지적은 얼마 전 아크로에 올라온 유인구님 댓글과 내용이 흡사하다는 겁니다. 

 
  486들이 갑자기 각성해서 특유의 80년대스러움을 버릴리도 없고 바라지도 않지만 걸핏하면 촛불시위다 뭐다 야권지지자들에게 이리저리 총동원령을 내리는 버릇좀 없앴으면 좋겠습니다 야권지지자들중에서 그런것에 참여해서 결속력을 다지고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예비군 훈련받던 시절 한번씩 걸려오는 예비군동대의 전화와 똑같이 느끼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이슈를 오래끌 생각도 없으면서 지지자들 방패삼아 뭔가를 도모해보려는 방식이 도대체 몇년째 써먹는겁니까 매번 민주주의와 사회의 위기처럼 지지자들을 겁줘서 이런식으로 매번 피로도만 가중시키면 나중에 정말 시민들이 필요한 일에는 주나라 유왕의 경우처럼 모두 등을 돌리는 사태를 초래할 겁니다. 링크


 그런데 박근혜 정권의 짜증스럽달까, 답답한 면 하나가 뭐냐면, 이렇게 유효기간이 이미 지난 (혹은 한참 전에 지나갔어야 할) 운동권식 정치의 생명줄을 자꾸 연장시켜 주고 있다는 겁니다. 그게 의도적이건 아니건 간에.

 국정원 정치-대선 관련 댓글 사태만 해도 그렇습니다. 정몽준이 며칠 전 이런 발언을 했어요. 
 
 23일 국정원·군의 대선개입 파문과 관련,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진실 규명이 가능한 것인지 우려하는 국민도 계실 텐데 민주주의의 발전과 나라의 안보를 위해서라도 실체적 진실은 명백히 밝혀야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제가 있다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집권당과 정부의 역할


  맞는 말입니다. 정론이죠. 박근혜(및 새누리당)이 처음부터 발본적 해결이 가능한 국정원 개혁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 사안의 심각함을 인정하고 수습책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끌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러기는 커녕 처음 한 동안은 노무현-김정일 NNL 대화록을 들쑤셔서 국면전환을 노리더니 그게 잘 안 먹힌다고 느낀 모양인지 요즘 들어서는 검찰 흔들기에나 주력하는 모습이죠. 잘려나간 수사팀장을 대신할 인물로 공안통이나 임명하고 있고.
 또 다른 한 편에선 때 아닌 새마을 정신 부활을 외칩니다. 지금이 6, 70년대도 아닌데. 그렇게나 내세울 레파토리가 빈약한건지...

 퇴행성의 조짐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그 지지자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아요. 아크로에도 이미 (김일성 우상화 작업을 연상케 하는) 박정희 우상화 작업에 열을 올리는 그 지지자들에 관해 글이 여럿 올라왔죠. 미투라고라님 글 어디선가 보니 그 지지자들의 호남비하공격도 근래 들어 한층 심해졌다고 하더군요. 

 바로 이런 모든 것이 철지난 "민주-반민주 구도에 근거해  """ 격렬하고 공격적인 언사를 동원해 상대를 공격. 사람들을 흥분시켜. 예를 들어 매일 MB, 박근혜와 관련된 부정적 이슈를 발굴해 공격하는데 집중하는 """ 운동권식 좌파 정치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아니 숨을 불어넣어주는 좋은 토양이 되고 있습니다. 

 여권과 야권의 퇴행성이 서로 맞물려 함께 돌아가고 있는 형국. 

 39님이 댓글에서 이런 말을 했었죠. 

 """ 리얼미터에서 박근혜 지지율 60% 회복되더었군요. 과거 광우병 광란 당시 총선 새누리 압승이 기억납니다. 지랄 발광을 하는 사람은 본인만 신이 나는 거지요. 주위 사람에게 민폐입니다. """

 지랄 발광이라고까지 말하진 않습니다만, 네, 사실 저도 그거 그렇게 좋게 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진영의 정치적 이해관계 면에서만 보면 오히려 저렇게 해서 새누리당이 결과적으로 재미를 볼 수 도 있겠죠.
 그러나 한국이라는 정치공동체의 공공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새누리당이 저런 식으로 재미본다는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러니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새누리당 지지자들도 본인이 지지하는 당의 퇴행성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비판적 시선을 가져달라는 겁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486 혹은 야권 까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는 와중에 아주 가끔이라도 좋으니 자신이 지지하는 당의 문제점이 정작 야권의 퇴행성을 부양하는 좋은 토양 역할을 하고 있진 않는가, 한번 돌이켜 봐 달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해야 같이 발전하는 겁니다. 오늘, 내일 당장 코 앞의 당리당략적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