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의 김대중과 노무현 비판은 부당하다


지난 세월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왜곡과 비난과 더불어 민노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의 왜곡과 비난도 만만치 않기는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라면 아마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꼽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최근 저는 OECD(링크)와 IMF(링크)의 최근 보고서를 근거로 지난 10년간 한국의 주택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몇차례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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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내용이 뻔하니 오히려 보수적인 네티즌들은 별 말이 없는 반면에 자칭 진보주의자(?)라고 칭하는 몇몇 논객들이 각종 자료와 논리로 지난 10년간 한국 주택시장은 폭등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서민들의 자기집 마련도 너무 어려워졌다고 하고요. 더불어 지금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엄청난 재앙인 이명박 정부의 등장이 이들 두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이들의 주장을 좀 더 명확히 살펴보고 이에 대한 반박 자료를 준비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일단 두리뭉실하게 일반론적인 진보주의자들의 포괄적 주장을 언급하기 보다는 스스로 진보주의자라고 주장하는 반더빌트님의 견해(링크)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1. 종부세는 부동산이 마지막 한계에 다다른 2006년 후반기에 등장했다

이건 반더빌트님뿐만 아니라 꽤 많은 진보진영분들이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정말 종부세가 2006년 후반기에 등장했는지 한번 살펴보죠.

종부세의 모태가 되는 부동산 보유세 개편방안이 처음으로 나온건 노무현 집권 3개월만이고 2003년말까지 행자부로부터 관련전산자료를 획득하고 실무팀을 발족하죠. 이후의 진행상황을 도표로 만들어 봤습니다.


 2004년 상반기

관계부처 협의와 공청회

 2004년 하반기

법안 국회제출, 법안 공포

 2005년 상반기

시행령, 조례등 행정준비와 공무원 직제정비

 2005년 하반기

첫 종부세 공지


많은 진보진영분들이 종부세가 노무현정부 임기말에 시행되었다고 하시는데 그건 잘못된 정보입니다. 이미 2004년 11월 9억 이상의 주택에 대해 1%의 세율, 20억 이상엔 2%, 100억 이상 3%의 세율로 시행하겠다는 법안이 공포발표되었고 실제 실행은 2005년부터 시작되었던 거죠.


집권초 여소야대의 상황과 이후 탄핵 여정을 기억하신다면 2004년 11월 종부세 법안 공포가 결코 늦은 거라고 볼 수 없습니다.


더불어 많은 분들이 그 시기에 실행된 재산세제 개편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데...


2004년 이루어진 재산세제 개편의 핵심 노른자위는 (1) 공시지가 상승(2) 과표현실화입니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재산세제는 정말 기형적이었죠.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노무현 집권 이전에 부유층의 재산에 적용되는 세율은 7%였습니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종부세율의 1~3% 정도였는데 종부세 저항이 만만치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영 이해가 되지 않으실테지만, 7%라는 재산세율에도 이렇게 아무런 말이 없던 이유는 바로 현실성이 없는 공시지가형편없이 낮은 과표적용률이라는 비밀장치가 있었기 때문이죠.


노무현 정부 집권 이전에는 수억원짜리 아파트나 토지가 공시지가로는 겨우 수천만원에서 수백만원 수준으로 잡혀있었고 그나마 이렇게 낮게 잡힌 공시지가에 적용되는 과표적용률도 30% 내외의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었단 말이죠.


그걸 노무현 정부가 집권하면서 근본적인 수술을 감행한 겁니다.


공시지가 문제는 경실련은 아직도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낮다고 불평을 하지만 노무현정부 시절 엄청난 공시지가 상승이 있었다는 점은 보수건 진보건 모두 인정하는 바입니다. 노무현 정부 첫 2년동안 공시지가 기준으로 전국 지가가 821조원이나 상승하죠. 언듯보기에 지가폭등이 있던 것이 아닌가 싶지만 이중에서 공시지가 현실화에 따른 인상분이 631조원입니다.


어느 정도의 공시지가 현실화가 진행되었는지 감이 오시는지요. 이후 노무현 정부 집권기간 내내 실제 지가 상승의 대략 3배 정도의 공시지가 상승이 지속적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세율이 일정하다면 지속적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납부액은 늘어나게 된 것이죠.


다음은 과표현실화....


1990년엔 과표현실화가 15%였죠. 그러니까 1억짜리 주택에 1%의 재산세율이 맥여져도 과표현실화가 15%이면 일년에 1백만원의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15만원의 세금을 내면 되는 거였습니다.


이 터무니없는 과표현실화율은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부 내내 별다른 진전이 없이 30% 내외 수준을 보이죠 (98년 29.2%, 2002년 33.3%)


그러던 것이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년에는 36%, 2004년 50%, 2006년 70%, 2007년 80%, 2008년 90%로 대대적인 과표현실화가 이루어집니다. 한마디로 동일한 세율이라면 2002년에 비해 3배의 부동산 관련 세금을 더 납부하게 된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제적인 부동산 조세정의가 이루어진 거죠.


사람들은 2006년에 있었던 종부세율 인상에만 관심을 갖는데 세율 몇 %보다 정말 중요한 핵심은 노무현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과표현실화와 공시지가 인상에 있답니다.


심지어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조차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지 모르는지... 별다른 개정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겁니다. 물론 공부를 게을리하는 진보진영 역시 마찬가지고요....



2. 부동산을 종부세같은 세제만으로 잡으려했다. DTI나 LTV 같은 금융규제가 보다 일찍 도입되었어야 한다

이 부분은 소위 금융전문가라는 분들 조차 정확하지 않은 개념으로 시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부동산으로 자금이 들어오는 길목을 막는 가장 핵심 장치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제한입 니다. 즉 1억짜리 집을 살때 은행이나 제2 금융권에서 융자를 받아야 되는데 이때 담보를 4천~6천만원만 인정(투기지역: 40%, 6억이하 10년 이상 대출: 60%)해 준다는 겁니다. 이 장치야말로 금융권에서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들어가는 걸 제한하는 염라대왕이었죠.

이게 얼마나 빡빡한 장치였냐하면... 미국과 영국의 경우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80~100%입니다. 호주나 뉴질랜드의 경우도 65~95%정도이고요. (HSBC 은행자료 링크)

그러니 근본적으로 전세계에서 대한민국만큼 금융권의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기 힘든 나라가 없다고 보시면 틀림이 없습니다.

그럼 이 제도가 언제 도입되었는지 살펴볼까요?

2002년 9월, 즉 김대중 정부시절에 이미 도입된 제도였죠. (자료링크) 물론 당시 LTV가 도입된대도 다 사정은 있었던 거죠. 아래 도표를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참여정부 시절 아파트가격 폭등이라고  그렇게 욕을 먹던 2006년의 강남지역 주택매매가격 증가율이 22.7%입니다. 하지만 DJ 시절인 2002년의 경우를 보면 27.4%이죠. 물론 바로 그 전해인 2001년에도 17.5%이니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9월 LTV의 도입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죠.

참고-1. 년도별 주택매매가격 증감율(%)     [ 국토해양부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전국  0.4 9.9   16.4 5.7  -2.1  11.6  3.1 
 수도권 2.3  13.9  21.8  7.4  -2.9  5.1  20.3  5.6 
 서울 3.1  12.9  22.5  6.9   -1.4 6.3 18.9  5.4 
 강남 4.4  17.5  27.4  10.5  -1.6  9.4  22.7  2.6 
 강북 1.4  7.7  16.3  2.9  -1.2  3.3  14.8  8.7 
(출처 바람계곡님)

물론 2001~2002년과 2006년에 제법 높아 보이는 주택가격 상승이 있었다고 해도 다른 OECD 국가들의 주택가격 상승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상승은 절반 수준도 되지 않습니다.

그럼 2005년 8월에 도입된 DTI(총부채상환비율)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죠.

DTI(총부채상환비율)은 연간 총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 및 기타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하여 담보대출 금액을 결정하는 것으로 차입자의 채무상환능력에 초점을 맞춘 규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LTV로 총액이 제한된 담보를 장기대출로 전환하면 실제 대출에 아무런 문제가 없죠. 다시 말하자면 기술적인 불편함은 있지만 이 DTI는 기본적으로 단기대출보다는 장기대출을 선호하게 만드는 장치라는 겁니다.

결국 김대중 정부 말기에 도입된 빡빡한 LTV야 말로 지난 국제금융위기에서 한국 금융기관들의 금융건전성을 지켜내고 엄청난 유동성으로 전세계가 부동산 폭등으로 고생할 때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지켜낸 수훈갑이었다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김대중 정부의 LTV노무현 정부의 공시지가 상승과 과표현실화야 말로 지난 10년간 OECD와 다른 ASEAN 국가들에 비해 유독 낮은 주택가격 상승을 담보한 쌍두마차 역할을 했던 겁니다.


3. 일반 시민들의 주택구입 능력이 악화되었다

최근 반더빌트님이 '참여정부의 부동산 실정 미화, 안되는 이유' 라는 포스팅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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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1990년 이후 시민들의 주택 구입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주장이죠. 그럼 정말 그런지 한번 볼까요?

2008년 10월 8일 발표된 LG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주택시장 불안 요인 점검:송태정 연구위원/강중구 책임연구원)에 있는 도표 하나를 인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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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실선이 반더빌트님이 주장하시는 우리나라 주택구매여력지수(Housing Affordability Index)입니다. 1998년까지 100 이하 (가계의 주택구입 부담이 과중하다는 의미)이던 주택구입능력지수가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꾸준히 상승해서 노무현 정부인 2005년 300까지 올라가죠. 이후 제법 하강해서 200 수준까지 다시 내려왔지만 90년대 내내 100 이하이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 시민들의 주택 장만 여력은 훨씬 좋아진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반더빌트님이 주장하시듯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시민들의 주택 장만이 어려워진 것이라는 주장은 거짓이죠. 오히려 노태우, 김영삼 정부 시절에 비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시민들의 주택 마련은 대략 2배에서 3배 정도 손쉬워진 겁니다.

(참고: IMF 보고서에서는 HAI를 분자와 분모를 바꾸어서 도표를 그렸습니다. 물론 본문에 자세히 설명을 해 놓아서 간단한 경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내용을 오해하지 않도록 해 두었지만 ... )


결론

저는 진정한 의미의 진보인사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가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비록 세계관은 다를지언정, 실제로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의 등장에 진보진영 인사들의 눈물겨운 전략적 투표는 절대적 공헌도가 있었으니까요. 자신이 진정으로 지지하는 민노당 대선후보를 포기하고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현실적인 투표를 한 수많은 진보인사들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과 경제 정책과 결과물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고해서 그들을 폄하하고 빈정댈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은혜를 잊으면 짐승만도 못한거죠.

다만 지난 시절 진보인사들의 눈에 신자유주의자들 같아 보인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각종 정책들, 특히나 부동산 정책들은 현실이 가져다 놓은 엄연한 제한속에서 최선의 정책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입법화 시켜 놓은 우리 경제의 소중한 울타리이자 버팀목이었음을 알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포스팅에서 지적을 했듯이 과표현실화와 공시지가 인상 그리고 LTV 도입은 분명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업적이지 과오나 실책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리고 이런한 장치들이 있었기에 동기간 OECD와 ASEAN 국가들보다 훨씬 안정된 주택시장을 유지할 수 있었고요.

더불어 진보진영 인사들이 늘 입에 달고 사는 얘기들.... 서민들의 복지 증진.... 최소한 주거문제에 있어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어디가서 욕먹을 입장이 아닙니다. 이전 정부와 이후 정부 어디와 비교해도 서민들의 자기집 마련 여력은 분명히 증가한 시절이었으니까요.

이런 명백한 자료가 있는대도 지난 시절 자신의 관념속에 부동산 폭등이란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 있다면.... 그런 허상이 과연 어디서 온 것인지 따져 물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