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 했던 얘기 같은데, 그래도 중요한 부분인거 같아 다시 언급해 봅니다.

친노 세력이 단골로 두고 써먹는 얘기가 바로 지역 독점 정치 청산입니다. 지역에다가 독점이라는 말이 합쳐지니까 정말이지 타도하지 않으면 안되는 정치의 암종양인것 처럼 느껴지는 용어입니다.

원래 지역이라는것은 계급이나 이념 이전의 원초적인 이슈입니다. 이건 대한민국뿐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국가 자체가 지역연합의 성격을 띄기 때문에 지역간의 갈등이라는건 근대 국민 국가 어디에서나 벌어질수 밖에 없는 보편적 이슈입니다.

그렇다면 지역간 갈등 자체를 문제시하거나, 지역별로 지지세력이 고착화 되는 현상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국가 내에서는 어떤 분열이나 의견대립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정치적 도덕주의나 국가주의라고 할수 있습니다.

국가 구성원이 한 마음 한뜻으로 화합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인간의 본성상 그게 안되니까 분쟁을 조절하기 위한 사법절차와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한 공권력이 있는것이고, 현대 정치는 갈등 자체를 부정하는게 아니라 벌어질수 밖에 없는 갈등을 어떻게 공정하게 조절할 것인지에 대해 촛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갈등이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도덕론은 대개 약자의 호소를 분쟁적 행태로 몰고가려는 보수주의 수사법의 일환이기 마련입니다.

지역 독점을 비판하는 것은 결국 지역간의 갈등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도덕적 대동단결론에 불과합니다. 패권 지역 입장에서는 약자 지역의 활발한 권리 투쟁을 지역간에 갈등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도덕적 대동론, 국가화합론으로 덮어두는것이 유리할것입니다. 자기들은 조용하게 지역 이권을 쟁취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경제학에서의 독점이란 가격을 마음대로 올려서 소비자의 후생을 침해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지, 만약 독점 기업이 가격에 대해 경쟁 체제에서와 똑같이 책정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특정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하나밖에 없어서 독점이 이루어지는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호남을 대변하는 정당이 민주당 밖에 없었기 때문에 독점 관계가 맺어진것입니다. 친노는 이러한 지역적 정치 독점이 정책 개발을 게을리하고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유인을 감소시키는 원인이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그건 발이 머리 위로 올라간 논리입니다. 왜냐하면 호남이 정치 세력화 해서 중앙 정치에서 목소리를 높여 고립에서 빠져나오고 소외를 호소하는 것이 호남 지역민에게 최대의 효익을 가져다 주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익이 있기 때문에 호남이 민주당을 미우나 고우나 지지하는 겁니다.

즉 호남에게 있어서는 전국적 구도에서 권리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이고 이것을 충족시켜 주는 정당은 민주당이 유일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겁니다. 독점을 틈타 이른바 주인-대리인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 즉 공천 비리나 지역 개발 소홀은 중앙 정치에서 이익을 대변하는 것 다음의 부차적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호남의 이익을 대변해줄 성실함과 실력이 있는 정당이 나와서 민주당과 경쟁해 호남에게 구애를 하면 됩니다. 뜬구름 잡는 지역주의 비판을 할게 아니라 정확히 콕 찝어서 호남의 손해와 고통에 대해 중앙 무대에서 대변해 주겠다,고 주장 하면 호남은 뽑습니다. 주인 대리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민주당이나 호남 잘못이 아니라 호남을 대변하는 정당이 민주당밖에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친노 세력이 호남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달려들면 이 문제 대번에 해결됩니다.

지금 팔리는 물건이 나쁘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게 아니라, 조용히 좋은 물건을 가져오면 물건의 품질을 보고 살지 말지를 결정하는 겁니다. 그래서 친노들도 민주당 보고 여러 소리 하지 말고, 호남에서 지지를 얻고 싶다면, 호남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것을 확증해주면 됩니다. 충청과 경기와 강원이 자기 지역의 이익을 중앙무대에서 외쳐줄 정당과 정치인을 뽑는게 당연하듯이 호남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복잡할거 하나 없습니다.

원래 지역구라는 제도 자체가 지역별 할거를 인정한 제도입니다. 국가는 시작부터 지역 연합입니다. 할거 자체를 뭐라하는 이상한 소리를 하지말고, 지역민에게 지지를 받을 생각을 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역정치를 비판하는 평론가가 되고 싶다면, 지역 갈등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그 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