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파쪽 시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페북 등에서 보고 있노라면 아슬아슬한 느낌이 든다. 좀 심하게 막나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나름 설득력이 있는 얘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얘기들이 전개되는 가운데 튀어나오는 상황인식의 편린은 생경하거나 낯설거나 심지어 소름끼치는 것들도 많다.

다른 방법이 없다, 모조리 쓸어버려야 한다, 모조리 죽여버려야 한다 등등....

자신들과 정치 사회 경제적 견해가 다른 이른바 좌빨이나 종친떼를 향해 이를 갈면서 거듭거듭 다짐하는 표현들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지난번 대선에서 야권이 집권했을 경우 무장투쟁을 전개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서슴없이 튀어나온다.

이런 발언들이 우리나라 현행 법률을 저촉하는지의 여부는 잘 모른다. 하지만, 현행법 위반 여부와 무관하게 저런 발언들이 우리나라 헌법의 민주공화국 기본질서와 법치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자신들과 견해가 다른 상대를 합법적 절차 없이 임의로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정치적 가치를 추구하는가와 상관없이 이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태도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이런 언행을 하는 분들이 또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헌법적 가치를 가장 옹호하는 입장이라는 점도 아이러니다.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와 그 가치를 위해 선택하는 행동 방식이 이렇게 모순되는 경우도 드물 것 같다.

이들이 이렇게 강경하게, 공세적으로 나오는 배경이 없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중국과의 대립전선을 강고하게 하고 일본을 그러한 구도의 지역맹주로 삼는 일련의 상황 전개가 그 핵심이라고 본다.

일본이 재무장을 하고 병참기지 역할을 하며 한국이 대중국 전선의 최전방 및 병력 수급역할을 할 경우 한국 내부에서 쓸데없는 잡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단도리하는 것은 가장 선결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가 그냥 기우에 그치면 좋겠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이미 너무 많이 진전된 것 같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일베 등 극우적인 발언을 하는 집단과 세력이 부쩍 늘어난 것을 결코 우연으로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극우들의 공격대상에 '호남'이 빠지지 않는 것도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만일 이들이 평소 공언해온 인식을 실제 행동에 옮길 경우 그 성격과 규모가 일종의 인종청소, 피비린내 나는 내란의 수준으로 치달을 가능성 또는 의도를 보여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개 정권이나 정파 차원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지만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슈퍼파워가 동아시아 나아가 전세계 패권을 놓고 중국과 건곤일척의 한판 승부를 벌일 경우 결코 비현실적인 망상만은 아닐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조선 말엽 일본은 동학혁명을 무력으로 제압한 후 대규모 남선정벌(南鮮征伐) 작전을 전개했다. 그것은 흔히 청야작전(淸野作戰)으로 불리는 방식으로, 빗자루로 쓸고 지나기듯이 남한의 특정 지역을 청소한다는 개념이었다. 동학잔당 소탕이라는 미명으로 불손하게 구는 남자들은 살륙하고, 마을을 불태우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호남이 집중적인 작전 지역이었다.

당시 작전계획을 설명한 일본군 문서에서 이런 의미의 표현을 본 기억이 난다.

'이 지역(호남)은 과거 임진년 전쟁 때 일본군의 위력을 맛보지 못해 일본군을 우습게 보고 대드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에 이번에 강하게 응징해서 향후 일본에 감히 대항하지 못하도록 미리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제 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 비극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아마도 한반도 안에서는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할 것이다. 남한도 북한도, 좌파나 우파도 그 누구도 승리자가 아닌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패배자가 있다는 것은 승리자도 있다는 얘기이다. 가장 큰 과실은 미국이 챙기고 그 다음 몫을 일본이 가져가는 결과가 될 것으로 본다. 방사능 오염 때문에 사실상 국토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절실한 숙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