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를 상영 중인 코엑스 메가박스 M2관의 가장 좋은 자리를 문의 하는 글에 G열 15나 그 양옆이라고 댓글을 달았는데, 그 전이나 후에 달린 나머지 댓글들은 하나같이 D나 E열을 추천하고 있다. 화면을 시야에 꽉 채워 몰입이 쉽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화면과 그 밖의 경계가 살짝 정도는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것은 눈이 더 편하고 덜 편하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윤리적' 문제이기도 하며 전자는 후자의 일부이기도 하다. 실로, 나를 참으로 몰입시키는 영화들, 즉 화면 안의 세계가 화면 밖의 세계와 일치하거나 화면 안에 자의식적으로 그 경계를 암시하는 장치들을 심어놓은 영화들은 내 쪽에서 몰입을 돕지 않아도 나를 몰입시킨다. 물론 그런 그레이트한 영화들은 극히 드물다. 나한테 지난 번 <라이프 오브 파이>와 마찬가지로 평단과 대중 양쪽 절대다수가 극찬을 하는 <그래비티>는 잘 만든 대중영화일 뿐 그레이트한 영화는 전혀 아니다. 몰입되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다지 여운이 남지 않는 몰입이었고 몇번이라도 다시 보고싶은 마음을 샘솟게 하는 몰입은 아니었다. 진정성 있는 인간 드라마라는 면에서 감독의 전작인 <칠드런 오브 맨>에 미치지 못하고 동일하게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 <선샤인>에는 한참 못미친다. 그러므로 나는 이번에도 <라이프 오브 파이> 때와 마찬가지로 대중과 갈라선다. 내가 남다른 영화취향을 갖고 있다는 얘기라기보다는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어야 마땅한 그 갈라섬이 이번에도 나에게 일어났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갈라섬이 드물게만 일어나는  이들은 그저 세인(世人, Das Man)일 뿐이다. 자신의 취향과 반대되는 취향이 조금 시니컬하게 표현된 글('삶의 의욕과 우주 비행사로서의 수완 둘다 꼴찌인 처자도 자상한 훈남의 계도와 은혜를 받으면  우주 델타포스 대원같은 용기와 액션으로 사로를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다')을 보면 '문장을 좀 더 순화시켜서 사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