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님이 호남과 486에 관해 글을 하나 올리셨더군요. 요약을 하자면 이런 말 같습니다.

 "호남이 486에게 진 정치적 부채라는 게 만약 있다면, 그 부채는 이미 다 갚았다. 따라서, 486이 주는 것도 없이 호남 유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만 거듭한다면 이건 정치적 양아치질이라 비난받아 마땅하다." 

 토를 달 여지가 없는 정론입니다. 그리고 그 글에 달린 유인구님 댓글도 정말 재밌더군요. 

 "486들이 갑자기 각성해서 특유의 80년대스러움을 버릴리도 없고 바라지도 않지만 걸핏하면 촛불시위다 뭐다 야권지지자들에게 이리저리 총동원령을 내리는 버릇좀 없앴으면 좋겠습니다 야권지지자들중에서 그런 것에 참여해서 결속력을 다지고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예비군 훈련받던 시절 한번씩 걸려오는 예비군동대의 전화와 똑같이 느끼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이게 정식으로 각잡고 쓴 글이 아니라서 그렇지, 웃기기로만 따지자면 예전에 유인구님이 썼던 그 노무헨교 패러디 이래 최고 걸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 다 좋습니다. 그런데 486과 민주당의 관계에 관해서 제 나름 덧붙여야 할 말이 조금 있습니다. 그럴 이유야 많죠. 피노님 글에 추천을 날린 아크로 회원들이 어떤 사람일까를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또 최근 들어 스카이넷 팡팡 게시판에 별안간(?) 불어대는 민주당 보수화 바람 때문이라도 그렇습니다. 

 486, 특히 정치적으로 무능하며 파렴치한 486이라면 486 할애비라도 청산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자세히는 잘 모릅니다만, 그런 486들이 현 민주당에 적잖이 암약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우선은 임수경이 떠오르네요). 그러나 486 청산론이라는 <인적청산론>을 구실로 삼아 이를 민주당 보수화라는 (사실상의) 반김대중 노선에 대한 정치적 알리바이로 써서는 안 됩니다. 

 도대체 누가 반김대중 노선을 주장한다는 거냐고 반문하며 너무 앞서나가는 말이라고 생각할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아무 근거도 없이 순전히 감만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1) 민주당의 뿌리가 한민당이고 (이 한민당은 지주계급이 중심이었던 당이었으며 또한 중도좌파 조봉암의 토지개혁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었던 우파반동분자들의 당이기도 했습니다.) 고로 보수우파노선이 민주당의 정치적 DNA라는 말을 봤습니다.

 2) 호남이 무노조, 무분규를 선언하자고 하니 마냥 좋아라 환호성을 질러대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습니다 (이걸 보니 "노동자는 회사에 '충성'해야 하는 존재다"라고 하셨던 담로님의 그 명언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3) 보수우파성향이 원조정통민주 성향이라던 말도 보이더군요. 

  그런데 한민당식 보수우파노선은 민주당의 정치적 DNA가 아닙니다. 

  한민당을 들먹이며 보수우파노선이 민주당의 정치적 DNA라고 정말 진지하게 믿는 분이 있다면, 이걸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박정희를 상대로 색깔론을 시전하다 역풍으로 도리어 영호남에서 표나 까먹고 털려버린 한민당의 그 윤보선을, 김대중이 자신의 정치적 모델로 생각했겠냐고.

  사실 한미당의 이 윤보선이 했던 작태는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선 입밖으로 꺼내기 민망한 부끄러운 과거지 자랑스레 내세울 무언가가 결코 아닙니다. 이건 지금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랬습니다. 그 윤보선보단 해방 후 토지개혁을 총지휘하여 기생적 지주계급을 타격하고 이후 진보당을 창당해 중도좌파개혁노선을 모색했던, 그리고 그 와중에 보수정객 이승만에게 죽임을 당한 죽산 조봉암을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에 훨씬 더 가까운 인물로 생각했을 겁니다. 김대중이라면 말입니다. 그리고 죽산 조봉암 선생이야 속된 말로 '좌빨'이죠...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 486과 통진당의 패악질에 희생양이 되었던 김희철이 있죠. 그 경력을 본다면 누가 뭐래도 정통 DJ맨이죠.
 그런데 이 김희철의 정치적 색깔이 과연 민주당의 원조 보수우파노선인가? 

 김희철은 말이죠, 용산참사희생자 유족을 위한 '집회'에 참석했던 인물입니다. 용산참사와 관련해 검찰수사기록공개를 요구하며 진상규명을 주장했던 인물이기도 하죠. 참으로 486 프렌들리한 인물이지, 보수우파하곤 별무상관이죠. 

 그럼 이게 그냥 정치적 위장(?) 혹은 쇼맨쉽의 발로인가.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아주 빈약합니다. 한미 FTA 반대, 4대강 반대 집회에도 참석했던 인물이죠. 이 역시 참으로 486스럽습니다. 

 더군다나 이 김희철이 대표발의했던 법안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중도좌파적 개혁성향을 보이는 법안들 일색입니다. 
 반복하지만 486 프렌들리해요. (
참고링크)

 
 해서 지주계급의 정당이었던 한민당을 들먹이며 현 민주당의 정치적 DNA을 운운하는 건 미국 남북전쟁 당시의 미국 민주당이 남부를 지지기반으로 했다는 과거를 들먹이며 2013년 현재의 미국 민주당의 정치적 정체성을 규정하겠다고 덤비는 것만큼이나 어불성설입니다. 설득력이 희박하죠.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민주당의 정치적 DNA가 보수우파라고 하며 이런 식의 보수우파노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김대중의 자식이라기보단 이승만과 박정희의 사생아라고 하는 편이 차라리 진실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울 겁니다. 그 이념적 정체성을 말하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또 하나. 민주당의 정치적 정체성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공무원 부정부패, 재벌 부정부패 처벌하는 그런 건전? 보수우파노선을 민주당에 주문하는 건 현실여건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건 말이죠, 김영삼이 새누리당에 백기들고 항복하며 들어가면서 이미 선점해버린 포지션입니다. '세계화' 앞세우며 시장만능주의(흔히 말하는 신자유주의) 노선의 닦던 보수 정치인 김영삼이, 다른 한편으론 하나회를 척결하는가 하면 전두환-노태우를 법정에 세워 사형선고를 때리고 광주 5.18을 복권시키기도 했습니다. 제가 아는 바가 정확하다면,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공식명칭을 정한 정권도 김영삼 정권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뭐... 명칭 정리가 잘 안됐죠. 부동산 실명제를 단행했던 것도 김영삼에겐 자랑거리겠죠. IMF로 나라를 왕창 털어먹어서 그랬지, 보수 정치인 김영삼이 그런 건전? 보수노선을 새누리당에서 이미 선점했어요. 이번에 당선된 박근혜도 보세요. 대기업들 몇몇 골라서 혼내주는 '장면'을 연출해주지 않았습니까? 

 
 해서 그런 공무원, 기업 부패 척격하는 건전? 보수우파노선, 새누리당이 이미 오래 전에 선점한 포지션입니다. 이제와서 새삼스레 민주당이 그걸로 새누리와 붙어 이길 공산은 적어요. 
  

 돌이켜보면 그렇습니다. 이게 단순한 우연일지는 모르지만, 우파로 전향을 하거나 민주당에 보수우파노선을 주문하는 사람들은 대개 486 비판을 앞세워 정치적 알리바이로 삼더군요. 과거 스켑티컬 레프트의 말러리안이 그랬고 아크로의 길벗님이 그랬죠. (변희재도 있네요) 

 그러나 이런 노선 (일명 '참진보'?)의 현실적 귀결점은 <조갑제 닷컴>에 올린 우파논객 류근일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해요. 

 """ 그렇다면 어떡해? 야당다운 야당, 즉,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보수야당 본연의 모습을 재창출해야 한다. 어떻게? 방법은 딱히 없다. 단지 던지고 싶은 한 마디는 이것. 호남지역에서 대한민국 건국 세력의 맥을 되살리는, ‘호남 우파’ 재탄생의 절절한 당위성을!   나오라, 호남 우파여! 그대들은 분명히 있다. 단지, ‘광주 비극' 이후 움츠러들었을 뿐이다.  그대들의 애국적 야당 선배들은 대한민국 건국의 영웅들이었다. 그러니 이제 그 피를 물려받은 그대들이 나서서 사자처럼 포효(咆哮)하라. 김대중 노무현이 왜곡시켰던 대한민국 정통 애국 야당의 맥을 되살리는 호남 민주우파의 위대한 결단을 카운트다운하자! (
원문링크) """ 

 저기서 마지막 문장의 김대중 이름 석자만 빼고나면 한민당 + 보수우파 민주당의 노선이란게 결국은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주문 그대로죠. 그리고 여기서 일베충으로 가기까지는 겨우 단 한 걸음입니다. (길벗님, 말러리안, 변희재 보면 잘 알죠)



 요약하지요. 우리가 전통적 민주당 노선이라고 할 때 이로서 김대중 노선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한민당 들먹이며 보수우파노선 주장해선 안 됩니다. 그건 반김대중 노선이에요. 

 민주당의 정치적, 이념적 정체성 문제를 떠나 생각하더라도, 현실적으로도 건전보수우파노선은 이미 새누리당이 오래 전에 선점한 포지션입니다. 레드오션이랄까요. 민주당이 그걸 내세워 성공할 공산이 아주 낮아요. 

 마지막으로, 486 성토를 중심으로 하는 인적청산론 (저 역시 이에 관해선 최소한 부분적으로 동의합니다만)을 알리바이 삼아 겉으로 내세우면서 민주당의 보수화를 꾀하는 그런 짓은 반칙이라고 봅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새누리로 건너가 내부에서 그 당을 정상화시키는 일에 전념하는 편이 바른 길입니다. 

 결론 : 민주당에 보수우파노선이 들어설 자리는 없습니다. 이건 486 씨가 마르건 말건 바뀌지 않아요. 만약 보수우파노선이 들어선다면 그건 더이상 김대중의 민주당이 아닙니다. 혹시라도 그거 꿈 꾸시는 분들은, 꿈 깨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