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드 쇼던가... 어떤 행사장에서 젊은 여성과 동석하게 됐다. 버나드 쇼와 가까이서 대화하게 된 이 여성은 신이 났는지 이런 저런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요즘 나온 이 책 읽어보셨어요? 저 책은요?

쇼는 여성의 질문에 대부분 "아직 읽지 않았는데요..."라고 대답했다. 실망한 여성은 쇼에게 말했다. "세상에, 선생님 어쩜 그러실 수 있어요? 이 책들이 나온 지 벌써 몇 달이나 됐는데요..."

그러자 쇼는 여성에게 일리아드 오딧세이는 읽었는지, 신곡은 읽었는지 물어봤다. 읽지 않았다는 대답이 나오자 쇼는 말했다. "아직 읽지 않으셨다니... 나온 지 몇백 몇천년씩 된 책인데..."...

그리고 덧붙였다.

"저는 출간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은 책은 읽지 않습니다. 최상의 것만을 읽기에도 제 시간은 너무 부족하답니다."

이 에피소드를 꼭 떠올리게 만드는 이름이 있다. <개미>로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이다. 여기에도 베르베르 팬이 계실지 모르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베르베르 책이 훨씬 더 잘 팔린다는 소리를 들으면 솔직히 좀 좌절감이 생긴다. 하기야 공지영이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판이니 베르베르더러 뭐라고 하기도 뻘줌하기는 하다.

지금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중에서도 나중에 불후의 명작, 고전이 될 책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싸잡아서 베스트셀러를 폄하하는 섣부른 행동은 피하고 싶다. 고전만으로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지적 요구를 다 충족시킬 수 있다고 강변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우선순위라는 게 있지 않을까? 진정으로 가치있는 지적 소산물은 세월이라는 심판관의 잣대를 통과한 것들이다. 그래서, 버나드 쇼의 저 '50년이라는 기준'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 어쩌면 최소한의 기준 그래서 최대한의 지적 양보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