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리버럴들이 이토록 친노를 비난하는 것은, 민주당에서 나간 친노 그룹이 민주당을 호남 지역주의라고 공격할때마다, 호남 고립 정도가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3당 합당 이후 김대중과 호남을 싸그리 묶어 "지역주의"라는 어찌보면 가치중립적인 단어로 폄하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호남을 고립시키는 효과를 불러일으킨것처럼 말입니다. 대놓고 전라디안 타령하고 호남 사람 차별하는 것보다 어찌 보면 호남에게는 더 치명적이고 근본적인 공격이 되는게 경상 친노의 호남 지역주의 타령입니다.

그래서 호남 리버럴이 여기에 분노하는 것은 단순한 감정이나 선호의 문제가 아니에요.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호남 리버럴에게 있어 친노 세력에 대한 평가와 비판은 너무나도 절실한 겁니다.

호남 리버럴의 꿈이 뭔줄 아십니까? 진보 개혁적 정파와 연합해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겁니다. 연합과 재창출만 달성된다면 지분에는 오히려 욕심이 없어요. 몇번이나 말하지만 노무현의 동진 정책과 영남 챙기기에 대해 호남 리버럴들 침묵했습니다. 수십년간 개발에서 소외되고 차별받아온 호남으로서는 자신들의 노력으로 이룩한 정권에 대해 지분을 갖는건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호남은 이 권리마저 어느 정도 유보했습니다. 그리고는 수십년간 패권을 독식한 세력의 자장에 있던 소위 "경상 개혁파"들에게 그 지분을 나눠줬지요. 경상 개혁파들이 소외된건 호남으로부터가 아니라 고향으로부터 입니다. 그 소외된것을 호남이 일구어놓은 과수원에 와서 요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상당한 뻔뻔한겁니다. 그걸 "지역주의 해소"로 포장하는 것은 말할것도 없고요. 하지만 호남은 과감히 양보했습니다.

왜냐하면 지역적 고립을 경험한 호남으로서는 지분을 좀 나눠줌으로서 연대와 통합이라는 큰 집을 일구는게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외적(경상 패권 세력)의 침입으로부터 안전한 집만 만들수 있다면 큰방을 쓰던 작은방을 쓰던 개의치 않았던 거죠. 얼마 되지도 않는 자재와 인력을 가지고 큰 방을 내놓으라고 떠드는 사람들(경상 개혁파)이 파렴치 하던 말던, 그 사람들로 인해 집이 더 튼튼해질수 있다는 것만 확실하면, 받아들인 겁니다.

문제는 별거 안되는 자재와 인력을 가지고 안방을 틀어쥔 사람들이 집을 잘못 운영해 집 문서를 나쁜놈에게 넘겨주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되니 호남 리버럴로서는 당연히 큰방을 괜히 내주었다는 본전 생각이 나는 겁니다. 이걸 2007년 말의 상황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해도 문제가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집을 뺏기는거야 병가지 상사고, 다시 찾아오면 되는 문제니까요. 지분을 너무 많이 나누어 주었다는것이 속좀 쓰린게 다였습니다.




자, 그런데 정권을 빼앗긴 뒤 진짜 문제가 시작됩니다. 집을 뺏긴 호남은 갈데가 없이 유리 걸식해야 합니다. 희한하게도 호남에게 전세집 하나 내주는 곳이 없는게 대한민국이라는 동네거든요. 할수 없이 무허가 판자집을 지어놓고 삽니다. 외풍이 불고 빗물이 뚝뚝 떨어지며 강도가 드나듭니다. 호남에게 익숙한 일이긴 한데 10년만에 맞는 괴로움이다 보니 잇 사이로 신음이 나오는걸 어쩔수 없네요.

그런데 이런 호남 고립의 문제에 대해 경상 개혁파와 친노들은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지역주의 비판의 잣대를 호남 당권파를 까는데만 사용할뿐 영남 패권과 호남 피해를 지적하는데는 써먹지 않는 거죠. 자. 여기까지도 이해할수 있다 이겁니다. 친노가 영남 패권과 싸워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호남 리버럴은 그저 다시 합치기를 원하는 겁니다. 열린우리당 해체와 민주당과 합당이라는 쌩쇼를 통해 어떻게든 옛 그루터기를 회복했으니 이제 힘을 합쳐 정권 재창출에 나서자는 겁니다.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말던 상관없이 누구던지 연대에 대한 마음만 있다면 합치자는 겁니다.

그런데 친노들은 열린우리당 해체가 무슨 천하의 죄악인 마냥 비난하며 민주당에서 나가 버리네요? 자기들은 민주당 때려부수며 난리를 쳤으면서 열린우리당 해체에는 그렇게 과민반응 한다? 서서히 황당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서는 열린우리당 해체와 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해 호남 지역주의라는 구실을 가지고 까네요? 곶감 동영 타령을 하네요? 심지어 정동영 싫어서 이회창 뽑았다는 얘기를 아주 당당히 하는 친노들이 득시글 합니다.

호남 리버럴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은건 이 시점이에요. 고립에 처한 호남을 대변해주지는 않으면서, 열린우리당 해체를 호남 지역주의의 구실을 들어 비판함으로서 3당 합당 이후 영남 극우 세력이 지역주의 마타도어를 통해 호남을 고립시켰던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자기들이 사랑하고 아끼는 당이 해체된것에는 그렇게 민감해 펄쩍 펄쩍 뒤면서, 10년만에 정권을 뺏긴 호남 민중 수백만의 고립에는 적극 일조합니다.

정동영의 전주 출마를 비난하는것,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은 호남 지역당"이라고 공격한것, 유시민이 "호남 기득권"운운하는 것, 천호선이 "민주당은 호남 지역주의 정당"이라고 하는것,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호남을 고립시킵니다. 그러면서 영남 패권에 대한 지역주의 차원의 비판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게 지금 현재 진행형의 일입니다.

그래서 크레테님 같은 분이 '호남 지역주의자'가 분열을 획책한다고 하는게 말이 안된다는 겁니다. 인터넷에서 호남 리버럴들이 난닝구가 되어서 친노를 비판하는건 실제 오프라인에서 친노가 호남을 고립시키는 작업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자기 죽이려고 달려드는 자들을 비판하는게 분열주의인가요?

삿갓님 같은 사람을 보세요. 자기 죽이려고 오프라인에서 달려드는 친노를 인터넷에 모인 호남 리버럴이 비판하는걸 가지고는 대번에 이슬람 테러니 분리주의자니 하는 말이 나옵니다. 이것은 결국 호남을 타자화하는 영남 패권의 인종주의 수사죠. 친노들을 보면 호남 리버럴과의 논리 싸움에서 불리할때마다 교묘하게 이 고립적 인종주의 수사를 즐겨 쓰는것을 볼수 있습니다. 포탈 사이트에서 수구꼴통들이 할말없으면 전라디안 타령하는것과 동일한 미학적 구조를 갖고 있죠.

아무런 지역적 자각을 가지고 있지 않던 호남에 대해 굳이 지역적 테두리를 부여해 공격한건 경상 패권과 대한민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남에서도 그 지역적 테두리를 가지고 뭉칠수 밖에 없죠. 그럼 이번에는 왜 뭉쳤나며 따집니다. 처음에는 동물적 증오로 호남을 공격했다면 이제는 아주 좋은 정치사회적 구실이 생긴겁니다. 호남을 지역적 이익에 연연하는 지역토호 연합으로 관념해 그 부분을 집중 공략하는 거죠. 이게 바로 영남 패권이 발명한 "지역주의"수사입니다. 친노들도 여기에 상당히 젖어있죠. 이걸 지분 싸움이나 헤게모니 싸움에서 굉장히 교묘한 방식으로 이용합니다.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호남원리주의자니, 분리주의자니 하는 타령에, 지금까지 열을 올리던 호남 리버럴이 움찔하는 듯한 모습을 즐기는 거죠. 포탈 사이트에서 백마디 말 해봤자, 아무리 논리적으로 압도해봤자, 경상도 키보드 워리어의 "전라디안 깽깽이"타령에 오히려 진지하고 논리적인 호남 리버럴이 움찔하는 것과 동일한겁니다.

그러니까 저는 제발 이 사이트의 친노 여러분들이, 상대방 보고 호남 지역주의자 딱지 붙이며 상대의 움찔함을 즐기는, 마치 반에서 왕따당하는 애가 핏대를 올리며 부당함을 지적할때, "근데 너는 왕따잖아"하며 입을 다물게 하며 이를 고소해 하는 그런 수준을 넘어서, 논리적으로 "난닝구"를 논파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