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곱게 물들어가고 있는데 절정의 단풍은 황홀한 아름다움입니다.

그러나 곧 그 황홀한 단풍은 퇴기의 늙고 초라한 모습처럼 갈색으로 변하고 나중에는 흙이 되어 사라집니다.


젊어서는 나이가 들면 더 영혼이 맑아지고 지혜로워 질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더 아름다운 영혼과 거룩한 마음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제 경우는 나이가 들수록 이상하게 속물이 되어 갑니다.


젊어서는 그다지 쳐다보지도 않던 어여쁜 여인의 모습에 눈길이 가고 

돈을 돌같이 여기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돌이 돈같아 보입니다.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에 날카로운 비수를 들이대며 분노했던 마음은 뭐 다 그런거지 그런거야 그러길래 사람이지라는 흘러간 유행가의 가사를 읊조리고 있습니다.


젊어서는 나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타인에 대한 엄격함과 같이했다면 이제는 자신에게 관대함과 동시에 타인에게도 관대해져 갑니다.

강 상류의 돌이 시간이 흘러 하류에 도달하였을때는 반들반들한 자갈이 되듯이 시간이 흘러간 지금 나 역시 점점 맨질맨질해지다 못해 

빤질 빤질해 지고 있습니다.


이미 절정의 단풍처럼 아름다운 빚깔을 내던 시기는 지나갔고 민낮이 부끄러워  뜨는 분칠에다 과한 색조화장을 하는 나이든 여인네처럼

초라한 내면을 들킬세라 감추기에 급급한 때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기미를 감추려고 화장을 해도 피부는 분가루를 거부하고 오히려 들뜬 화장때문에 더욱 초라해지고 늙은 모습이 강조되는 것처럼

차라리 부끄럽고 빛바랜 모습 그대로가 나을듯도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