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발성 좀 제대로 하자

 

어쩌다 케이블TV에서 한국 영화를 보면 왜 그리 대사를 알아먹기가 힘든지 모르겠다. 영어야 애초에 실력이 짧아 못 알아먹는다 치자. 자막이 나오니 오히려 의사 전달에는 훨씬 편하다. 하지만, 한국 영화의 대사를 알아먹기 힘들면 정말 짜증이 솟구친다. 뭔, 지들 입속에서만 웅얼거리는 소리인지.

 

그럴싸한 유행어나 비속어를 줄줄이 읊어대면 영화의 리얼리티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리얼리티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그따위 싸구려 유행어 몇 마디 조잘댄다고 해서 표현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 좀 알아먹게 해달라는 거다.

 

내 TV가 후지거나 또는 내 귀의 기능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뉴스나 토크쇼 등의 발언을 알아먹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걸 보면 거기에 탓을 돌리기도 어렵다. 스피커 볼륨을 높여도 이런 현상이 거의 개선되지 않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이건 그냥 배우들의 대사 전달능력이 개판이거나 아니면 감독이 이야기 흐름의 속도감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본다.

 

세익스피어 당시 영국에서는 연극(Play)을 보러간다고 하지 않고, 들으러 간다고 했다고 한다. 그랬을 것 같다. 그냥 이야기꾼들이 전하던 서사를 배우들로 역할을 분담해 읽어주는 기능에 가까웠을 테니 당연하다.

 

연극이고 영화고간에 배우들이 무슨 얘기를 읇조리는지 관객(보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듣는 사람이기도 하다)에게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얘기다. 배우들이 얼마나 예쁘장한지 또는 개성적으로 생겼는지는 기껏해야 두번째 관심사거나 또는 전혀 관심밖이니 제발 좀 기본부터 하라는 얘기다.

 

 

둘. 여성들의 권력투쟁

 

종이신문 안 본 지는 20년이 넘었고, TV 드라마는 제일 마지막에 봤던 게 <사랑이 뭐길래>던가... 대발이랑 대발이 아버지 나왔던. 아마 최민수랑 이순재가 주인공이었던 것 같다.

 

그런 주제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좀 우습지만, 우리나라 TV 드라마가 다루는 주제는 딱 하나인 것 같다. 시대와 배경은 달라져도, 다양한 변주가 이루어져도 주제는 오로지 하나다.

 

바로, '여성들의 권력 투쟁'이 그것이다.

 

사극에서는 궁중을 무대로 여인들의 암투가 벌어지며, 재벌가가 배경이면 핏줄과 기타 등등의 요소를 동원해서 피터지는 싸움이 전개된다. 평범한 가정이라 해도 싸움의 규모와 무기가 달라질뿐 그 주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 싸움은 여성에서 시작되어, 여성들이 본격화하고 마무리도 여성들이 한다. 남자들은 사실 그 여성들이 벌이는 싸움의 도구이거나 계기이거나 타겟이거나 또는 그냥 무대 소품 정도이다. 남성을 놓고 벌이는 여성들의 박진감 넘치는 싸움도 실제 그 목표는 남성이 아니다. 남성을 매개로 여성이 확보하는 권력이 그 싸움의 진정한 목표이다.

 

드라마는 안 봐도, 대충 인터넷에 올라오는 소문이나 화제 등을 보면 그런 것 같다. 혹시 요즘 드라마의 대세는 그게 아닌데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