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질문으로 글을 시작할까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인간의 각 그룹 사이에 지능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많은 분들이 그런 차이가 없다고 말씀하실 겁니다. 또 많은 경우 그 근거가 "차이가 있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고요.
왠지  "지능에 차이가 없다"고 주장해야 하는 이유가,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DNA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한 왓슨이, "인간 그룹 간에 지능의 차이가 없다는 근거가 없다"고 한 마디 했다가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고요...

제가 보기에는 이런 현상이 꽤 이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은 그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1. 집단 (population)
생물학에서는, 국민, 인종, 종족 등의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대신 집단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그 정의는, 그 안에서 자유롭게 결혼할 수 있는 한 단위입니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에, 경상도 아가씨가 전라도 남자에게 시집가는 건 쉽게 상상할 수 있지요. 그래서 한반도 내의 사람들은 하나의 집단안에 포함된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일본, 중국 모두 다른 집단을 가지고 있고요. 유럽을 보면, 핀란드, 아이슬란드, 사르디냐, 바스크 등의 집단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에는 요루바 (나이지리아), 피그미, 부시맨 등의 집단이 있고요.. 당연한 말이지만, 이렇게 집단을 나누는 것도 주관적이고 명확한 경계가 있는 건 아닙니다.
 
결혼을 해서 애기를 낳으면, 두 남녀의 유전자가 섞이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의 집단 내에서는 끊임없이 유전자가 섞입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집단 사이에서는, 유전자가 섞일 일이 훨씬 적으니까 유전자에 차이가 납니다. 이건 경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죠. 코카시안 백인과 한국인이 결혼하면 그 중간 정도 되는 모습을 가진 애기가 태어나니까요.

제가 중요한 질문을 해 볼게요. 그러면, 이런 유전적 차이가 의미하는 건 뭘까요?

2. IQ는 유전에 의해 영향받습니다
IQ의 유전도(heritability)는 대충 0.4에서 0.8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Heritability_of_IQ).
유전도가 0.4라는 말을 정확하게 설명하면요, 자식 세대가 가진 IQ의 분포의 40%가 유전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겁니다. 나머지 60%는 환경적 영향입니다.
일반 통계학 수업이라도 들으신 분들을 위해서 다르게 설명한다면, 유전형과 IQ가 갖는 상관계수의 제곱이 유전도입니다.
IQ의 유전도가 0.4에서 0.8 정도라면, 유전적 영향이 아주 큰 겁니다.
키는 유전적 영향이 절대적인 대표적인 예인데요, 유전도가 약 0.7에서 0.8정도 될 겁니다.
당뇨는 유전적 영향이 크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유전도는 0.1 미만일 거고요.

IQ의 유전도 측정값이 여러 가지 이유에서 옳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큐 검사 자체의 문제도 있을 거고요, 부모 자식 간의 아이큐를 직접적으로 비교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될 거고요..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유전도가 0.4이상이 나왔다는 건 유전적 영향이 분명히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통계치를 직접 측정해 본 분들, 특히 사회과학 하시는 분들은, 방법론적인 문제만으로 상관계수의 제곱이 0.4이상이 나올 수 없다는 건 감으로 알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아이큐가 유전에 의해서 영향 받는다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3. 아이큐와 유전자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유전자가 아이큐에 영향을 미치는가?
요즘 생물학계에서는 GenomeWide Association Study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표현형을 나타나게 만드는 유전자의 변이를 찾아내는 분야입니다. 지금은 질병이나, 키에 대부분의 관심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아이큐 같은 경우 유전도가 높기 때문에, 아이큐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찾아내기가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 누군가가 그런 연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년 내에 어떤 유전자가 아이큐에 영향을 미치는가가 전체 게놈으로부터 밝혀질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4. 만약,
만약에요,
인류의 한 집단이 다른 집단과 비교했을 때, 아이큐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다르다면요?
다시 말하면요,
인류의 한 집단이 유전자에 의한 영향 때문에 다른 집단에 비해서 아이큐가 낮다는 게 밝혀진다면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동아시아인의 아이큐가 아프리카인의 아이큐에 비해서 높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한국인은 106이데 모잠비크는 64네요. 그런데 이런 차이는 순전히 방법론적인 오류 때문에 발생했다고 믿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차이가 아마도 유전자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요?

혹자는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데 벌써 이런 질문을 던지냐 하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전자와 아이큐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우리가 미리 고민하고 답을 내려놔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지 않으면, 인종주의, 종족주의가 부활할 수도 있거든요.

제 느낌입니다만, 아이큐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인류의 수천개 집단 사이에 똑같다는 건 비현실적입니다.

5. 집단이 갖는 가치
우리는 능력이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보다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능력의 정도와 상관없이 똑같이 가치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질문 하나 더 던질게요.
능력이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보다 우월할까요? 아니면 능력의 여부와 상관없이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걸까요?

여기서 사람을 집단으로 치환하겠습니다.
유전적으로 높은 아이큐를 가진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우월한가요?
애초에 인간 사이에 능력에 따라 우열을 가리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까요?

아크로에는 열등한 국민성을 가졌어도, 국민성이란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우월한 국민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전적으로 능력의 일부를 가르는 차이가 존재한다면, 똑같은 논리로 우열을 논하기가 조금 힘이 들지도 모릅니다.

6. 제 결론
아이큐와 유전자의 연관 관계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기 전에,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큐와 인간 집단의 우열은 애초에 관계가 없으며, 인간 집단을 우열로 나누는 건 의미 없는 넌센스라고 말입니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분들은, 그들의 조상이 성공적으로 살아오셨기 때문에 지금 살아있는 겁니다.
황산벌이라는 영화에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지구상에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가 성공적인 것이며, 따라서 살아있는 자들 사이에 우열을 가리는 것은 아무 의미 없으며, 저는 강하게 반대합니다.

아이큐도 인간 능력 중 극히 일부분이라는 사실은 애초에 언급할 필요도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