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주의는 보다 우월한 사회와 열등한 사회가 존재함을 전제로 한다. 현재보다 진보된 사회가 현재사회보다 우월하지 않다면, 애초에 사회 진보를 주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의 우열을 논할 수 없다는 입장이 왜 진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취급받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역으로 현재사회를 유지해야할 최적의 상태라고 여기는 보수주의적 입장이라면, 현재사회가 과거사회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것이고, 따라서 사회는 진보하는 존재임을 인정해야한다. 진보와 보수의 이런 아이러니는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따라서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이 모든 사회가 우열없이 동등하고 대체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그 무엇일 것이다), 보다 우월한 사회와 열등한 사회가 존재함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보다 우월한 사회와 열등한 사회가 존재한다면, 보다 우월한 가치와 열등한 가치 또한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이 우월하고 열등한 가치인지 가릴 수 있는 보편타당한 기준을 찾아 낼 수 있을까? 만약 그 기준을 찾아낼 수 없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우월한 사회와 열등한 사회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일까? 구분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진보와 보수를 논하고 있었다는 것일까? 

(논의에 앞서 필자는 만물의 가치는 모두 평등하며 똑같다는 식의 범우주적인 관점에는 관심이 없다. 필자는 <인간종 이기주의자> 이며, 적어도 가치의 우열을 논할 때는 인간의 입장에 서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필자가 인간종이 아닌 타 생물들의 생명을 빼앗아 한끼의 식량거리로 삼아야만 하는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면 말이다.)

그래서 필자 나름대로 기준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것은 토론을 위한 발제이니 설사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 하더라도 그것이 필자의 확고한 신념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주시기를 바란다. 

1. 동일한 조건이라면, 더 많은 생산 (인간에게 이로운) 을 하는 것이 우월하다. 
=> 하루에 한마리의 생선을 잡는 것보다 열마리의 생선을 잡는 것이 우월하다. 

2. 동일한 조건이라면, 더 작은 에너지로 같은 결과를 만드는 것이 우월하다. 
=> 빙 둘러 가는 것보다 지름길로 가는 것이 현명하고 우월하다. 

3. 인간에게 이롭다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우월하다.
=> 빈방보다 TV가 있는 것이 우월하며, 흑백TV보다 컬러TV가 우월하다. 

4. 인간에게 해롭다면,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우월하다.
=> 질병 범죄 쓰레기등은 없을수록 우월하다.
 
5. 동일한 조건이라면, 보다 더 자유롭고 보다 더 평등한 상태가 우월하다.
=> 백명이 0인것보다 한사람이 100인 것이 우월하다. 한사람이 100이고 99명이 0인것보다 백명이 1인 것이 우월하다. 백명이 1인 것보다 한사람이 200이고 99명이 2인 것이 우월하다.


추가할 것이 있거나 반론이 있으시면 지적해주시기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