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논쟁하다가도 느낀 것이지만 정말 의외로 많은 분들이 <차별>의 개념에 대해 혼동하시는 듯하여
간단하게 몇 자 적습니다.

1. 차별과 차등의 차이점?

차별과 차등은 비록 미세한 어감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일상생활에서도 거의 서로간에 대체어로 사용되며,
규범적으로도 차별과 차등은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평등권을 논할 때 평등의 반대말로 주로 차별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차등이라는 용어로 쓰는 경우도 있어요.
예컨대 민주국가의 선거의 4대원칙 중 하나인 평등선거의 반대개념은 차별선거가 아닌 차등선거라고 합니다.
누군가가 이를 차별선거라고 명명하더라도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미 차등선거라는 용어로 '통용'된다는 뜻입니다. 

가끔 보면 차별의 의미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시는 분 중에도 차별과 차등을 개념적으로 구별하여  
차별은 부당한 것인 반면 차등은 정당한 것 즉,
자의적(불합리한 또는 정당하지 않은) 차별 = 차별/합리적(정당한) 차별 = 차등이라고 보시는데
이 경우 저처럼 문맥에 따라 의미를 그 선해하는 사람에게는 별로 문제되지 않지만
엄격한 잣대로 보자면 이런 식으로 구별되어 사용하지 않고 있으므로 용어의 혼선으로 인하여 또다른 시비거리가
초래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요컨대 차별과 차등은 같은 의미이며, 우리가 흔히 일상적으로 평등의 반의어로 차별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에
이를 정확히 표현하자면 '불합리한 차별'만을 의미하는 것이죠. '정당한 차별'은 차별이 아닙니다.
(예전에 얼룩고양이, 흰고양이는 모두 고양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같다..라던 유저도 있었는데 
그 정도 인식수준에서는 이게 무슨 말인지 도저히 알 수 없을 겁니다.) 
 
2. 차별(불합리한 차별)의 의미

차별이 규범적으로 문제되는 경우는 다음의 두가지입니다.

첫째, 서로 같은 것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르게 취급할 때.
둘째, 서로 다른 것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같게 취급할 때.

우리가 일반적으로 어떠한 현상을 차별이라고 할 때, 대부분의 경우는 위의 첫째의 경우입니다.
둘째의 경우는 흔히 이를 역차별이라고 인식하기 쉬운데 
역차별은 일정한 집단을 어떠한 연유로 인하여 우대하는 과정에서 그 정도가 지나쳐 반대편 이해집단의 이익을
침해하게 되는 경우를 일컫는 것이고, 위의 둘째의 경우는 이와 더불어 마땅히 우대받아야 할 집단의 이익을 부당히 박탈하여
기계적 평등을 관철시키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므로 그 외연이 더 넓습니다.
다시 말하면 역차별은 차별의 한가지 양태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여성할당제 같은 잠정적 우대조치 자체는 일응 차별이지만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이므로 불합리한 차별이 아니고,
다만 그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져 남성지원자집단의 이익을 지나치게 침해하게 되는 경우에는
정당성이 결여되어 비로소 차별(역차별)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차별을 논의함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는 
양자가 서로 같은 것이냐 다른 것이냐, 또는 다르게 취급하느냐 같게 취급하느냐 하는 점이 아니고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존재하느냐, 즉 합리적 이유의 존재 유무죠.
물론 자의적 판단을 막기 위하여 합리적 이유의 존부 역시 정형화된 판단기준에 의거하여 단계적으로 심사합니다.
(차이가 없는 한 차별을 말할 수 없다던 용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정도 간략한 설명으로는 본인의 말이
왜 헛소리인지를 도저히 알 도리가 없을 겁니다. 여유가 없어 이 글을 읽지도 못하겠지만
혹시 읽더라도 패스하시고..)


3. 차별을 논하기 위한 전제조건 - 오류의 근원

차별을 논하기 위해서는 차별취급의 존재와 차별취급의 정당성을 판단하기에 앞서
비교집단의 동질성이라는 한가지 조건을 선행적으로 충족해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비교대상이 되는 양자가 '일정한 기준에 의할 때' 비교당할 만해야 비교를 시작한다는 겁니다.
한번이라도 비교실험설계 해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시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차별을 논할 때에는 대다수의 분들이 이 전제 조건을 쉽게 간과하고 넘어가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하고 혼선이 생긴다고 봅니다.
특히 평등권은 다른 기본권과는 달리 고유한 보호영역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고 상대적인 관계에서만
문제되는 것이므로 반드시 비교집단을 먼저 명확히 설정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래 서울대학교 얘기가 나왔으니 한번 이것을 가지고 예를 들어보죠.

서울대학교는 사립대학에 비해 장학금 수혜율이 높습니다.
그런데 학생 중에 남성에게만 장학금을 준다고 해봅시다.
서울대학교 여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차별이죠.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서울대학교의 교내 장학금 수혜자격은 서울대학교의 재학생 중에 성적 등의 요건을 충족한 자입니다.
    남성과 여성은 모두 이 요건을 충족시키므로 비교집단의 동질성이 있어 비교대상이 됩니다,

2) 그런데 남성에게만 장학금을 주므로 차별취급이 존재하는 것이며,

3) 그런데 그 이유가 단지 성별의 차이라는 것이어서 달리 합리적 이유가 없으므로
    이는 불합리한 차별이 되어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사안에서 이러한 서울대학교 장학금제도에 관하여 사립학교 재학중인 여학생 A가 문제삼았다고 해봅시다.
자기는 성적이 훨씬 좋음에도 불구하고(교내 등수 기준) 사립학교의 빡센 등록금자격 때문에 장학금 혜택을 못받는데
자기 보다 성적이 나쁜 서울대학교 남학생은 널럴한 기준 덕분에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으니
서울대 남학생에 비해 여성인 자신이 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죠.
또는 이미 서울대를 졸업한 여학생 B가 이 제도를 문제삼았다고 해보죠.
그런데 위 경우는 둘다 차별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A, B는 각각 '서울대학교'의 '재학생'이 아니므로 차별취급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애초에 서울대학교의 장학금 수혜자격이라는 기준에 의할 때 비교대상의 동질성이 없어 차별을 논할 비교대상이 안되기 때문에
1단계에서부터 걸러지는 것입니다.
(더 엄밀히는 소송요건조차 충족되지 않는 경우입니다만)

예리하신 분들은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위 조잡한 사례에서 굳이 사립대학교 여학생, 졸업한 여학생을 예로 든 이유는
똑같이 남녀가 등장하고 현상적으로 뭔가 차별이 있는 듯 보이는 사안일지라도 비교집단의 동질성을 엄밀하게
선행적으로 검토하지 않고서는 막바로 차별을 논할 수 없는 것
이고,
단계적 구조를 거치지 않으면 논리적 결론보다는 감정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는 점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정리하자면 평등권 침해의 심사구조는 대강

1)비교집단의 동질성 충족 여부 -> 2)차별취급의 존재 여부 -> 3)심사기준 확정과 이에 따른 정당한 사유(합리적 이유)의 존부
이렇게 3단계로 이루어진다
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1) 단계를 판결문에 설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양반들이야 자기들이 헌재재판관쯤
되니 서로간에 논쟁거리가 안되면 굳이 이를 판결문에 설시 안하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죠.
비교집단의 동질성요건을 언급하지 않는 경우에 법리구성의 정치성이 결여될 수 있는 단점이 있지만,
헌재가 특별히 1)요건을 걸고 넘어지는 경우는 대부분 전제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평등권 침해여부를 판단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므로 1)단계를 건너뛰는 것은 청구인인 사인에게 유리하게 본안심사를 해주는 결과가 되므로 별로 비판거리가 못됩니다. 



위에서 제가 만든 사안은 급조된 것이라 뭔가 정합성이 결여된 느낌이 있는데
이것이 실제 사안에서 어떤 식으로 문제되는지 더 궁금하신 분들은
좀 길지만 아래의 헌재결정례를 보시면 비교집단을 어떠한 방법에 의하여 걸러내고 처리하는지 아실 수 있으니
꼼꼼하게 1독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http://www.law.go.kr/detcInfoPWah.do?detcSeq=130920

굳이 이 판례를 링크해드린 이유는 남녀차별의 문제에 있어 비교집단의 동질성 문제를 약간이라도 언급한 사안은
제가 아는한 이 판례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를 별도의 항목으로 설시하지 않고 줄처리해버렸기 쉽게 알아보기
어려운 단점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