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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성관이 예상보다 빨리 낙마하고, 청와대 민정수석도 재빨리 사퇴하는 걸 볼 때, 비하인드 스토리가 뭐가 되었든 명박정부가 이전보다 여론에 신경을 많이 쓰는 건 사실인 것 같다.
한나라당의 반응도 신속하게 청와대에 전달된 것 같고, 여의도연구소의 민심동향 체크도 순발력있게 보고되었다. 국정쇄신까지는 아니지만, 일하는 스타일에 (일시적인 변화일지라도) 변화가 있는 건 확실하다.
작년 촛불시위는 명박정부로 하여금 공권력에 기대는 공안정부가 되게 만들었는데, 올해 노전대통령의 서거 정국은 명박정부로 하여금 여론을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민주당과 친노세력의 연대 가능성이겠지. 대안 정치 세력이 없을 때는 자기 멋대로 할 수 있지만, 대안 정치 세력이 나오면 선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대안 세력 없이 개별적인 분노의 폭발일 때는 공안으로 억누를 수 있지만, 대안이 생기는 순간부터 일이 좀 복잡해진다.
이런 것도 견제라면 견제다. 천성관을 두고 버티는 명박통보다는 냉큼 짜르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외치는 명박통이 그래도 남은 3년반 동안의 국민 정신건강을 위해서 나으니까.
2.
저는 다른 분들과 달리 부가세 인상에도 죄악세 인상에도 동의한다는 입장이고, 이거 하면 명박통을 훨씬 덜 미워하겠다고까지 했는데, 결국은 말을 안듣는군요. 과거와 달리 국민들의 여론이 안좋으면 주저하는게 여기서도 나타나는군요.
죄악세 인상 인한다는 연합뉴스 기사
노 대통령이 예전에 국가를 위해 자기 지지기반을 돌보지 않았던 모범 사례로 캐나다의 멀루니를 든 적이 있죠. 멀루니가 도입한 세금이 연방부가세입니다. 부가세를 늘리는 것 같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하고, 말만 그렇게 하고, 정치적 신뢰만 잃었지만요...
어쨌든 우리나라도 OECD 평균 따라갈려면 부가세를 지금의 거의 두 배쯤 더 걷어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하면 특히 자영업자들로 부터 외면받고 정권을 잃게될 가능성이 크겠죠.
하 지만 영세자영업자의 몰락은 어떤 면에서는 중과부적인 일입니다. 용산참사처럼 밀어붙이지 않아도 영세자영업자들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점점 힘들어질 겁니다. 자영업자의 비율은 줄이고, 이들에게 괜찮은 임노동직을 제공하는게 저는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임노동직은 창출하지도 못하면서 밀어붙여서 목숨만 앗아가는 법질서 확립 말고요.
제3세계는 non-standard employment라고 얘기되는 비정규직보다, informal worker라고 얘기되는 비공식 부문 노동자 문제가 더 큽니다. 우리나라는 비공식 부문 문제가 거의 없지만, 대신 자영업자 문제가 있습니다. 노동인구의 30%가 자영업자라고 마치 우리나라는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것처럼 사탕발림으로 얘기하지만, 이거 사실 골치거리죠. 안정적 수입보장이 안되는 계층이 많아서 위기시에 무척 위태롭거든요.
명박통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원한다면, 세금을 올리고, 사회서비스업을 늘려서, 자영업으로 갈 인력이 사회서비스업의 임노동직에 흡수되도록 하는게 좋다고 생각되는군요. 시장통가서 세상 좋아졌다고 산지 직거래 드립이나 치고, 정작 필요한 세금 인상은 피할게 아니고요.
-------------
위 1과 2는 제 블로그에 각각 별도의 포스팅으로 쓴 글인데, 1이 짧아도 괜찮으니 acro에 올려달라는 Crete님의 부탁에, 너무 짧은 글을 올리기가 미안해서 1과 2를 묶어서 올립니다. 하나는 존댓말이고 하나는 아닌게 그런 연유이니 너무 이상하다 생각치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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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이 예상보다 빨리 낙마하고, 청와대 민정수석도 재빨리 사퇴하는 걸 볼 때, 비하인드 스토리가 뭐가 되었든 명박정부가 이전보다 여론에 신경을 많이 쓰는 건 사실인 것 같다.
한나라당의 반응도 신속하게 청와대에 전달된 것 같고, 여의도연구소의 민심동향 체크도 순발력있게 보고되었다. 국정쇄신까지는 아니지만, 일하는 스타일에 (일시적인 변화일지라도) 변화가 있는 건 확실하다.
작년 촛불시위는 명박정부로 하여금 공권력에 기대는 공안정부가 되게 만들었는데, 올해 노전대통령의 서거 정국은 명박정부로 하여금 여론을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민주당과 친노세력의 연대 가능성이겠지. 대안 정치 세력이 없을 때는 자기 멋대로 할 수 있지만, 대안 정치 세력이 나오면 선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대안 세력 없이 개별적인 분노의 폭발일 때는 공안으로 억누를 수 있지만, 대안이 생기는 순간부터 일이 좀 복잡해진다.
이런 것도 견제라면 견제다. 천성관을 두고 버티는 명박통보다는 냉큼 짜르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외치는 명박통이 그래도 남은 3년반 동안의 국민 정신건강을 위해서 나으니까.
2.
저는 다른 분들과 달리 부가세 인상에도 죄악세 인상에도 동의한다는 입장이고, 이거 하면 명박통을 훨씬 덜 미워하겠다고까지 했는데, 결국은 말을 안듣는군요. 과거와 달리 국민들의 여론이 안좋으면 주저하는게 여기서도 나타나는군요.
죄악세 인상 인한다는 연합뉴스 기사
노 대통령이 예전에 국가를 위해 자기 지지기반을 돌보지 않았던 모범 사례로 캐나다의 멀루니를 든 적이 있죠. 멀루니가 도입한 세금이 연방부가세입니다. 부가세를 늘리는 것 같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하고, 말만 그렇게 하고, 정치적 신뢰만 잃었지만요...
어쨌든 우리나라도 OECD 평균 따라갈려면 부가세를 지금의 거의 두 배쯤 더 걷어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하면 특히 자영업자들로 부터 외면받고 정권을 잃게될 가능성이 크겠죠.
하 지만 영세자영업자의 몰락은 어떤 면에서는 중과부적인 일입니다. 용산참사처럼 밀어붙이지 않아도 영세자영업자들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점점 힘들어질 겁니다. 자영업자의 비율은 줄이고, 이들에게 괜찮은 임노동직을 제공하는게 저는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임노동직은 창출하지도 못하면서 밀어붙여서 목숨만 앗아가는 법질서 확립 말고요.
제3세계는 non-standard employment라고 얘기되는 비정규직보다, informal worker라고 얘기되는 비공식 부문 노동자 문제가 더 큽니다. 우리나라는 비공식 부문 문제가 거의 없지만, 대신 자영업자 문제가 있습니다. 노동인구의 30%가 자영업자라고 마치 우리나라는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것처럼 사탕발림으로 얘기하지만, 이거 사실 골치거리죠. 안정적 수입보장이 안되는 계층이 많아서 위기시에 무척 위태롭거든요.
명박통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원한다면, 세금을 올리고, 사회서비스업을 늘려서, 자영업으로 갈 인력이 사회서비스업의 임노동직에 흡수되도록 하는게 좋다고 생각되는군요. 시장통가서 세상 좋아졌다고 산지 직거래 드립이나 치고, 정작 필요한 세금 인상은 피할게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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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1과 2는 제 블로그에 각각 별도의 포스팅으로 쓴 글인데, 1이 짧아도 괜찮으니 acro에 올려달라는 Crete님의 부탁에, 너무 짧은 글을 올리기가 미안해서 1과 2를 묶어서 올립니다. 하나는 존댓말이고 하나는 아닌게 그런 연유이니 너무 이상하다 생각치 마시길.
2009.07.16 13:45:00
바이커님/ 감사 감사...
저도 해결책은 바이커님과 비슷하게 보고 있습니다. 세금을 더 걷고 사회안정망쪽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거의 유일한 탈출책이 아닐까 싶은데... 차라리 보수정부에서 추진하면 덜 저항을 받고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하고....

저도 해결책은 바이커님과 비슷하게 보고 있습니다. 세금을 더 걷고 사회안정망쪽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거의 유일한 탈출책이 아닐까 싶은데... 차라리 보수정부에서 추진하면 덜 저항을 받고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하고....
2009.07.16 14:46:21
1.
'대안이 생기는 순간 일이 복잡해진다' -> 제가 보기에 시국을 관통하는 핵심 문장이네요.
2.
죄악세나 부가세 증세는 제가 보기에 그 말씀이 논리적으로 맞다고 해도, 아무래도 한국사회에서는 정말 잔인한 해결책이 아닐까합니다. 우리나라는 복지제도가 제공하는 간접소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나라인건 잘 아실테고요. 아무래도 각자의 직접 소득으로 생존해야 하는 정글 자본주의의 전통이 강한 탓이 아닐까 합니다. 가령 실업급여같은것도 사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정책일텐데, 막상 그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낸 자기 몫의 고용보험금을 되찾아갈 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것을 결코 세금에 의한 복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공교육 시스템 역시 세금으로 굴러가는 것인데도, 내 아이의 교육은 사교육으로 해결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교육재정은 결코 간접소득일 수가 없는거죠. 결국 세금=복지 라기보다 세금=수탈 정도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간접세 증가 정책은 아마도 이제껏 보지 못했던 가장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봅니다. 아마 이명박정부가 그거 했다가는 자신뿐만 아니라 그 정치세력들은 기반 자체가 괴멸되는 데미지를 입을거에요. 때문에 지난번 제가 바이커님에게 그랬자나요. 이명박정부는 절대 그거 못할거라고^^. 더군다나 참여정부 내내 세금폭탄을 입에 담고 살았던 사람들이 말이죠.
'대안이 생기는 순간 일이 복잡해진다' -> 제가 보기에 시국을 관통하는 핵심 문장이네요.
2.
죄악세나 부가세 증세는 제가 보기에 그 말씀이 논리적으로 맞다고 해도, 아무래도 한국사회에서는 정말 잔인한 해결책이 아닐까합니다. 우리나라는 복지제도가 제공하는 간접소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나라인건 잘 아실테고요. 아무래도 각자의 직접 소득으로 생존해야 하는 정글 자본주의의 전통이 강한 탓이 아닐까 합니다. 가령 실업급여같은것도 사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정책일텐데, 막상 그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낸 자기 몫의 고용보험금을 되찾아갈 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것을 결코 세금에 의한 복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공교육 시스템 역시 세금으로 굴러가는 것인데도, 내 아이의 교육은 사교육으로 해결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교육재정은 결코 간접소득일 수가 없는거죠. 결국 세금=복지 라기보다 세금=수탈 정도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간접세 증가 정책은 아마도 이제껏 보지 못했던 가장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봅니다. 아마 이명박정부가 그거 했다가는 자신뿐만 아니라 그 정치세력들은 기반 자체가 괴멸되는 데미지를 입을거에요. 때문에 지난번 제가 바이커님에게 그랬자나요. 이명박정부는 절대 그거 못할거라고^^. 더군다나 참여정부 내내 세금폭탄을 입에 담고 살았던 사람들이 말이죠.
2009.07.16 15:32:47
경기도 빈곤지역 초등학생들에게 지원할 무상급식비마저 '의존심을 키우는 반교육'이라는 논리로 전액 삭감해버리고, 그렇게 쥐어짠 재정을 4대강 정비에 쏟아 붓는 정치세력에게 바이커님의 요구는 아마도 워런 버핏의 입에서 레닌을 존경한다는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과 거의 동급의 허망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제 우리집에 재산세 고지서가 날라왔는데, 와이프가 펄펄 뛰더군요. 내 재산 내가 지키는데 이걸 왜 내야 하느냐고 말이지요. 그래서 제가 우리 재산은 결국 경찰이 지켜주는 것이고, 그 경찰들은 뭐 흙먹고 사나? 했더니 수긍하더군요. 결국 세금인상은 그 세금이 정말로 복지에 쓰인다는 확실한 신뢰와 공감대가 먼저 쌓이고, 그 바탕위에서 설득되지 않으면 정말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어제 우리집에 재산세 고지서가 날라왔는데, 와이프가 펄펄 뛰더군요. 내 재산 내가 지키는데 이걸 왜 내야 하느냐고 말이지요. 그래서 제가 우리 재산은 결국 경찰이 지켜주는 것이고, 그 경찰들은 뭐 흙먹고 사나? 했더니 수긍하더군요. 결국 세금인상은 그 세금이 정말로 복지에 쓰인다는 확실한 신뢰와 공감대가 먼저 쌓이고, 그 바탕위에서 설득되지 않으면 정말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2009.07.17 17:48:46
솔직히 말하면 세금문제는 신뢰와 공감대가 쌓여도 쉬운 문제는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이 전제가 된다면 세금을 낼 용의를 가진 사람들이 많고, 만약 피부에 와닿는 공감대나 신뢰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저 평범하게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소득을 가진 사람들은 무서워서라도 내죠. 문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인거죠.
세무조사도 처벌이 무섭지도 않고 낼 용의가 없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이게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신뢰와 공감대의 가장 핵심적인 얘기겠지만요.
세무조사도 처벌이 무섭지도 않고 낼 용의가 없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이게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신뢰와 공감대의 가장 핵심적인 얘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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