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동안 민주당에서 재미난 사건들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전병헌 원내대표님 야전침대 사정이 어떠신지 좀 보고, 고생하신다는 말씀 드리고 도시락으로 저녁 식사하러 왔습니다.

민주당이 김한길 대표님, 또 우리 전병헌 원내대표님 민주주의와 민생을 위해서 아주 헌신적으로 투쟁하시는데 대해서 감사와 격려 말씀 드리고, 저희 정의당도 천호선 대표가 내일부터 전국을 돌면서 국민과의 대화 시간을 가질 예정이고, 또 원내에서는 저희도 민주.민생.복지 상황실을 열어서 내일부터 24시간 체제로 가동할 예정입니다.....(중략)....

(오늘 도시락은) 저희 정의당에서 평소에 먹는 것보다는 오늘 조금 더 비싼 것으로 준비해왔습니다. (웃음) 우리 전병헌 대표님 고생하신다고 저희 원내에서 특별히 준비한 도시락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23&oid=426&aid=0000000970


골수 민주당빠 feed조차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 충성 서약 비슷한 멘트는 놀랍게도 지난 일요일 저녁 진보의 화신 심상정 대표의 입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지방에서 맛난 것도 많이 먹고 왔을 전병헌에게 청하지도 않은 도시락을 바치며 자리에도 없는 김한길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니, 민주당 당내 친노 의원들보다 더 민주당 지도부에 공손한, 그야말로 스승을 충실히 따르는 제자 같은 모습입니다.

 

지난 몇 주간 일어난 일을 정리해보면, 민주당은 이석기 사태 이후 잽싸게 지방으로 내려가서 적당히 장외 집회를 하다가, 갑자기 민생투어를 한다면서 촛불에서 더욱 멀찌감치 도망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이 와중에 문재인은 혼자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엇박자를 냈습니다...;;)

 

그러던 민주당이 엊그제 갑자기 분위기를 잡으며, 김한길이 옷까지 바꿔입고 민생을 위해 등원할 것임을 선언했습니다.
종전에 적용되던 원칙대로라면 과연 사꾸라 새누리 이중대 프락치의 표본이라고 쌍욕 먹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등원과 동시에 떡밥을 하나 던져 작은 파문을 일으켰는데, 원외에서는 시민사회종교단체 및 야권과 함께 연대해서 국정원 개혁을 위한 얼개(?)를 만들겠노라고 선언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연출이 훌륭한 떡밥이라고 봅니다.


 

사실 여러가지 사건이 많았지만 결정적으로 이석기 사태 이후 상황은 크게 바뀌었고, 장외집회가 오히려 역효과만 내는 상황에서 장외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다만, 그냥 들어가자니 민주당을 개때처럼 물고 늘어질 친노 언론과 팟캐스트들이 문제였죠.


 

처음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시작할때부터 여러 유명 팟캐스트들에서는 격려보단 옛날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항상 흐지부지 끝났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면 가만둬서는 안된다는 (말하자면 친노로 지도부를 바꿔야한다는) 으름장을 여러차례 놓았던 바 있습니다.

 

국정원 국정조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이번에 국정원 개혁안을 발의한 진선미조차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서 "CIA를 개혁하기까지 2년6개월이 걸린 만큼, 우리는 이제 겨우 시작"이라고 한 마당에, 몇몇 친노 미디어들은 벌써부터 완장을 차고 이번 연말까지 국정원 개혁 못해내면 (임기가 한참 남은) 김한길 지도부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시한을 정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럴 시간에 문재인이 하는 말을 충실히 따라 문재인 잡아가기 운동이나 벌이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어쨌거나 이 '얼개'라는 것은 사실 실체가 없습니다.
민주당이 국정원 개혁을 위해 함께 하자는 원로, 종교지도자, 시민단체는 어차피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공안 정국이 계속 되면 두발 뻗고 잠잘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뭐 지금까지는 가만히 있던 사람들입니까?ㅎㅎㅎ


 

게다가 위에서 보이듯이 정의당은 그야말로 민주당 바라기가 되어 지난 야권연대와는 완전 갑을관계가 바뀐 모습입니다.

일찌기 김한길의 천막 회갑때 '옆 집사는 정의당 천호선'이라는 애교 만점의 축하란을 보내며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들던 모습은 한 6개월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는 비노 대표 김한길에게 "낫살이나 처먹었으면 정치 똑바로 해! "라고나 안하면 다행이었을 분위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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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 인사인 천호선은 다음 재보선에서 자리가 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설레이는 맘이 없지 않겠습니다만, 설령 민주당이 정의당의 뒤를 봐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할 일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가령 천호선은 재보선에 출마하더라도 그냥 야권 공조만으로는 힘든 상황이며, '아주 좋은 지역구'를 양보 받아야 간신히 당선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 코가 석자인 민주당이 정의당 나부랭이에 좋은 지역구를 양보할 리도 없거니와, 그렇게 좋은 지역구라면 안철수가 후보를 낼 것이기 때문에 양보를 할래야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야권 공조 약속을 하더라도 공수표에 지나지 않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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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그렇게 존댓말 쓰면서 착하게 살아.


 


그런데 민주당에서는 한술 더 떠서 특별히 더할 나위 없이 친노스런 친노 배재정의 입을 빌어 확실히 선을 긋는 모습입니다.(무슨 십자가 밟기 같습니다ㅎㅎㅎ)

 


이날 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새 연대체가 선거연대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렇게 확대해석하면 내 제안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여기에 교집합을 이루는 분들이 오직 이 목표를 이루는 데 힘을 모으자는 것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김한길 대표가 제안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얼개(연대체)가 정치권 중심의 범야권연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23&oid=305&aid=0000013098


민주당이 성과 없이 원내복귀하게 되는 상황이 김한길 체제의 가장 큰 위기가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토록 조그마한 떡밥 하나에 친노 미디어들이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조용히 넘아가는 모습을 보며, 친노의 신세가 참으로 궁해지긴 궁해졌구나 싶습니다.


 

제가 민주당 지지자로서 김한길에게 바라는 것은 딱 세 가지입니다.


 

첫째 민주당을 지킬 것.
둘째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할 것.
셋째 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에 대한 비하를 국가 기관이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정원 사태를 낱낱히 파헤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국정원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이뤄낼 것.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만큼, 저는 이 세 가지 방향이 지속되는 한 어떤 부침이 있더라도 불만하지 않고 김한길 체제를 계속 지지할 생각입니다.
비록 손학규 공천에 실패해서 체면이 깎였다는 둥,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둥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지만, 김한길이 기죽지 말고 자기 할 일을 계속 해 나간다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 노고를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