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신의성실 원칙과 사정변경의 원칙


세종시의 논란의 와중에 왕년의 검사 출신이신 홍준표 의원께서 한마디 하셨군요.

박근혜 전대표의 원안 고수 표명에 신의성실의 원칙과 사정변경의 원칙을 거론하면서 박 전대표를 비난하고 계시군요.

세종시가 원안, 원안+알파, 수정안 중 무엇이 효율적이고, 국가 미래를 위해 좋은 것이냐는 여기서는 논외로 하고, 홍 의원이 사정변경의 원칙을 들먹이며 박 전대표를 비난하는 것이 온당한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지요.


사정변경의 원칙은 <법률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당사자가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으로 인해 현저히 변경되고, 그리하여 당초의 내용대로 그 효과를 강제하는 것이 당사자 일방에게 가혹하게 된 경우, 그 내용을 변경된 사정에 맞게 수정하거나, 또는 그 법률행위를 해소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이러한 사정의 변경이 있을 경우 “계약 준수의 원칙”에서 예외로서 이 원칙이 인정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이라 함은 법률행위의 기초가 되는 “객관적” 사정으로서, 일방 당사자의 주관적, 개인적 사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다음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합니다.


1. 법률행위의 기초가 되었던 객관적 사정이 그 후 현저히 변경될 것.

2. 당사자들이 예측할 수 없을 것.

3. 주장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을 것.

4.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이 공평에 현저히 부당할 것.


상기 4가지 요건 중 홍준표 의원이 이야기하는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요건이 단 하나라도 있을까요? 이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사정변경의 원칙을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데 눈을 닦고 씻어 보아도(억지로 찾아줄려고 해도) 단 1가지도 찾을 수가 없네요.

통일이 임박하거나, 9개 부처가 반드시 서울에 있어야만 할 이유가 발생한 것이 없어 객관적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었다 할 수도 없습니다.

당사자들이 예측할 수 없었던 천재지변이 일어난 거도 없습니다. 웃기게도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2MB가 세종시 수정을 할 것이라는 것이었죠.

법률행위를 해소하려는 주장자는 한나라당과 2MB가 인데,  이들은 그동안 그것의 이행을 철떡 같이 약속한 당사자들로서 귀책사유가 명백합니다.

또한 법률 행위의 이행(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이 공평에 현저히 부당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수정안이 입주업체와 대학에 특혜를 제공함으로써 타지역과의 공평을 현저히 훼손하고 있지요.


위에서 보듯이 아무리 보아도 홍 의원이 주장하는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할 구석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을 주장하거나 관철시키려면 보다 그럴듯한 논리를 갖다 대었으면 좋겠습니다. 홍 의원의 말은 상식적으로도 그렇고, 법리적으로도 전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말장난으로 보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법률 용어를 동원해서 궤변을 늘어 놓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PS : 저는 노 정권 시절의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했습니다. (지금의 9부 2처 이전의 행정 중심 복합도시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 입장입니다만) 하지만 이번 세종시가 수정안으로 진행되는 것은 반대합니다. 오히려 현재의 상황에서는 수정안이 더 큰 혼란을 가져오고 형평성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더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