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라고라님의 글을 다시 읽어보니 제가 뻘댓글을 좀 달았더군요.


근데 그것과 관련해 제가 덧붙이고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이건 절반은 농담이 섞여있다고 해도 저로선 무방하지만, 최소한 나머지 반은 진담이며 정색하고 하는 말입니다. 


 표면에 드러나는 문화적 현상을 꿰뚫어 그보다 더 심층에 자리잡은 집단적 무의식/기질/성향이라는 게 정말 있다고 한번 쳐보죠. 또 이런게 집단별로 차이가 난다고 쳐봅 시다. 그런데 이건 (한 귀로 흘려듣고 마셔도 됩니다만) 제 추측에 이런 보다 심층적인 차이라는 게 정말 있으며 또 이게 민족별로 차이가 난다면, 바둑의 초심자들이 흔히 보여주는 '악수', '해괴망측한 수'  등등 <나쁜 수의 패턴>들도 민족/국민/문화별로 감지가 가능할 만큼 차이가 날 거라고 봅니다. 아마 그렇지 싶어요. 


 사실 숙련자들 사이에선 국민별로 '기풍'의 차이라는 게 있습니다. 일본하고 중국, 프로와 아마추어를 불문하고 대조적인 기풍을 보여주고. 한국은 굳이 따지자면 중국에 좀 가까운 스타일. 해서 기풍만 보면 이건 한국식에 가까운 바둑, 일본식에 가까운 바둑, 이런 구분이 가능하죠. 그런데 이건 후천적인 영향으로 생기는 차이거든요. 이를테면 한국식 바둑만 두는 집단에서 바둑을 배운 사람이라면 어느 민족, 문화권의 사람이라도 대개는 그 스타일을 따라갑니다.


 그런데 이런 표면에 드러나는 문화적 차이보다 더 깊숙한 차원에서 민족성이라는 기질이란게 있다면, 이게 후천적인 영향보다 더 본질적인 요소라는 거죠. 그렇다면 교본에 아직 '오염'되지 않은 채, 순수하게 어떤 직관이나 감각에만 의존해 두는 초심자들의 착수 패턴에 민족/문화별로 감지 가능한 차이가 날 법도 하죠.


 그런데 실제로 보면 어떤가 하면, 그런거 없어요. 온오프에서 베트남, 미국, 서유럽, 동유럽, 러시아, 중국, 일본, 북유럽 등등 각기 서로 현저히 다른 문화, 민족적 배경을 가진 바둑초심자들의 해괴한 악수들을 전 제법 많이 구경해 봤습니다만, 그 양상이 <놀라울 정도로 천편일률적입니다> . 어떻게 집단별로 구분을 하건 이제 갖 룰만 익힌 바둑 초심자들이 <인간의 어떤 원초적 인지감각>에만 의존해, 바둑교본과 같은 후천적 학습에 <오염>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여주는 수, 특히 악수들은, 어떤 문화권, 민족에 속해있는가를 불문하고, 거의 붕어빵처럼 흡사합니다. 남성 대 여성, 인문돌이 대 공돌이, 혹은 민족별, 또는 문화별, 어떻게 가르건,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초심자들이 '직관'에 따라 두는 악수는 대체로 그 패턴이 판박이이며 집단별 구분이 안 됩니다.


 제가 문화, 민족적 차이를 뛰어넘어 그 심층의 수준에서 모든 인간은 대체로 판박이다, 문화나 민족, 인종적 배경의 차이는 극히 피상에 불과하다고 믿는 데에는 이런 경험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