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민성이라는 단어를 <천성> 이라는 의미로도 <문화>라는 의미로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국민성을 문화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조금 이상할 것 같습니다. 비록 국민성을 천성이 아닌,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할지라도 어디까지나 국민성이란 그에 걸맞는 문화를 형성하게 하는 원인이고, 문화는 그 결과이기 때문이죠. 

한국인들의 유명한 "빨리 빨리"를 국민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빨리 빨리가 문화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빨리 빨리가 만들어낸 어떤 행동양식이나 제도나 규칙등이 문화이겠죠. 과정보다 결과를 훨씬 중요시하거나,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능력을 특별히 우대한다거나, 과속운전을 선호한다거나, 빠른 서비스를 특별히 더 비싼 가격으로 구매한다거나 등등. 그래서 굳이 국민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싶다면, 천성이나 문화보다는 <습성>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2.
흔히들 <동남아 사람들은 게으른 습성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확실히 동남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보통의 한국인들과 비교해 근면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살고 있는 외노자 동남아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죠. 제가 보기에 현재 남한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중에 가장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3D업종에 종사하는 동남아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심지어 <빨리 빨리> 습성이 한국인들도 울고 갈 기세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리고요. 간단한 환경변화만으로 그들의 게으른(?) 습성이 180도로 바뀐 것이죠. 이 것이 의미하는 바가 과연 무엇일까요? 


3. 
한국인들의 빨리 빨리 습성때문에 급속한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급속한 경제성장과정속에서 그런 습성이 만들어진 것일까요? 저는 후자입니다. 매사에 인과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구분하는 것은 힘든 일이겠지만, 그것을 반대로 뒤집는 것은 불편한 일이 되겠지요.

제가 보기에 인간은 여러가지 상반된 속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존재같습니다. 부지런하기도 하고 게으르기도 하고,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고, 조급하기도 하고 느긋하기도 하고, 낙천적이기도 하고 염세적이기도 하고. 다만 각자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데 유리한 속성을 끄집어 낼 수 밖에 없고, 그것들이 모여 당대의 집단적 습성을 이루고, 그것을 어떤 분들은 국민성이라고 부를 뿐인 것 같습니다. 

배달족은 유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도 하고, 가장 폐쇄적인 전제적 왕조국가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기껏 두 세대에 불과한 60여년만에. 과연 배달족의 고유한 특질이나 천성이라 부를만한 것이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