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남자는 예쁜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 이것은 상당히 일반적인 패턴이다. 물론 여자도 못 생긴 남자보다는 잘 생긴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도 가난한 여자보다는 부자인 여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여자가 남자의 외모에 집착하는 것보다 남자가 여자의 외모에 집착하는 경향이 더 심하다. 또한 남자가 여자의 재산에 집착하는 것보다 여자가 남자의 재산에 집착하는 경향이 더 심하다.

 

도대체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나는 이 글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진화 심리학적 답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하려는 것은 질문이다. 이 문제는 상당히 풀기 어려운 문제로 보이는데 진화 심리학자들은 마치 답을 다 찾기라도 한 것처럼 떠벌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재산 많은 남자 선호 본능?
 

여자에게 재산 많은 남자를 선호하도록 하는 선천적 메커니즘이 있는 것일까? 재산 많은 남자와 성교를 하거나 결혼을 한 여자가 가난한 남자와 성교를 하거나 결혼을 한 여자에 비해 더 많은 자손을 남겼기 때문에 자연 선택에 의해 그런 메커니즘이 진화한 것일까?

 

이런 가설에는 커다란 장벽이 있다. 재산이라는 현상이 진화론적 척도로 볼 때에는 얼마 되지 않았다. 약 1만 년 전에 농경과 목축이 시작되면서 재산도 생겼다. 사냥-채집 사회에서 개인 재산은 활이나 옷처럼 보잘것없는 것이 전부였다. 가장 중요한 재산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땅이었는데 이것은 개인 소유가 아니라 부족 소유였다. 땅을 소유했다는 말보다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 사회의 소유 개념보다는 동물 세계의 영역 개념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진화 심리학자들이 이 뻔한 사실을 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냥-채집 사회에서는 인간이 사실상 재산이 없는 사회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재산 많은 남자 선호 본능이 진화할 수 없었다. 만약 이 본능에 미련이 있다면 지난 1만 년 동안 그런 본능이 진화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사냥-채집 사회의 여자와 문명 사회의 여자가 이런 면에서 선천적으로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사냥-채집 사회의 여자 갓난 아기들을 문명 사회에서 입양하여 키운다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남자를 고를 때 재산을 덜 따질 것이다.

 

나는 이 가설이 별로 가망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높은 지위에 대한 선호 때문에?
 

과거의 인간 사회에도 지위 또는 서열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냥-채집 사회는 능력 사회이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의 지위가 대체로 높았을 것이다. 이런 남자와 성교를 하거나 결혼한 여자는 지위가 낮은 남자를 선택한 여자에 비해 더 잘 번식했을 것이다. 따라서 여자에게 지위-높은-남자-선호 본능이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체로 문명 사회에서는 돈 많은 사람들이 지위가 높다. 여자가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지위-높은-남자-선호 본능이 발현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지위가 높은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 곧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더 나은 남자를 선택하는 것을 뜻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분 사회에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대규모 상속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신분 사회의 특성도 있다. 따라서 매우 띨 해도 부모를 잘 만나면 돈이 많은 경우가 있다.

 

그나마 이 가설이 가장 그럴 듯해 보인다.

 

 

 

 

 

미래에 대한 의식적 고려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많으면 많은 것이 편해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여자가 돈 많은 남자하고 성교를 하거나 결혼을 하면 그 돈 중 적어도 일부가 여자 또는 여자의 자식에게 흘러 들어간다. 여자가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가설은 돈과 관련된 남녀 차이를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다. 미래에 대한 의식적 고려 때문이라면 남자도 돈 많은 여자를 몹시 좋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돈이 좋아서?
 

사람들은 단 것, 잘 생긴 사람, 적당한 온도 등을 좋아한다. 자연 선택에 의해 그런 것들을 좋아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듯이 인간도 돈만 봐도 좋아하도록 학습되는 것 같다. 돈의 유용성을 의식적으로 생각해서 돈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돈 자체를 보면 그냥 마냥 좋아지는 것이다.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메커니즘이 모두 선천적인 것은 아니다. 피아노나 타자에 숙달된 사람은 거의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피아노 악보를 보고 타자를 친다. 옛날에는 피아노와 타자가 없었기 때문에 피아노 연주 메커니즘이나 타자 메커니즘이 진화했을 리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사람들은 돈에 대한 거의 원초적 욕망을 얻게 되는 것 같다. 여자가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제2의 본능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가설도 돈과 관련된 남녀 차이를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다.

 

 

 

 

 

돈과 능력 사이의 상관 관계 때문에?
 

여자는 단지 잘 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라는 가설이 있을 수 있다. 외모 또는 능력과 재산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여자가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돈이라는 요인은 중요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돈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 여자의 표정이 갑자기 환해지는 것으로 보아 돈 자체가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하는 것 같다.

 

 

 

2010-01-19